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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경찰, 시위 주동자의 소장 도서 압수해 사상검증?....비난 여론 확산

사회∙종교 작성일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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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문호 쁘라무디야 아난따 뚜르 전시장.2018년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 

 

전국적인 시위 배후로 지목된 주동자 또는 배후에 대한 경찰 단속 과정에서 최근 잇따라 소장 도서 압수가 이루어지자 인권 단체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며 이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8월말 경제적 곤궁과 공무원들의 공감력 없는 귀족 행세로 증폭된 대중의 실망이 소요사태로 불거지자 전국 곳곳에서 경찰이 폭동과 기물 파손을 선동한 혐의로 수십 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을 구금하면서 이들이 소장 또는 소지한 서적에 대한 압수도 진행했는데 이는 나중에 용의자들의 폭력 행위의 배경을 이룬 사상검증 증거로 활용된다.

 

최근 동부 자바 끄디리에서 진행된 단속 작전에서 경찰은 이들 시위 주동자들의 소장 도서들 중에서 이른바 무정부주의를 조장하는 책이라 주장하며 여러 권의 서적을 압수했다. 압수된 책에는 프란츠 마그니스-수세노의 '칼 막스의 생각(The Thoughts of Karl Marx by Franz Magnis-Suseno)', 줄스 아처의 '독재자들(The Dictators) by Jules Archer'), 엠마 골드먼의 '무정부주의(Anarkisme by Emma Goldman)', 체 게바라의 '게릴라전 전략(Guerilla Warfare by Che Guevara )' 등이 포함됐다.

 

뗌뽀(Tempo)지 보도에 따르면 동부 자바 경찰 일반범죄수사국장 위디앗모꼬 총경이 지난주 무정부주의 이념 관련 서적 11, 돌맹이 42, 후드 재킷 10, 휴대전화 18, 오토바이 9, 경찰이 도난당한 조끼와 방패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서부 자바 경찰은 인도네시아의 문호로 통하는 거장 쁘라무디야 아난따 뚜르(Pramoedya Ananta Toer)의 작품들, 특히 '모든 민족의 자식(Anak Semua Bangsa)''새벽 혁명의 불꽃(Percikan Revolusi Subuh)', 오스카 와일드의 '사회주의 속 인간의 영혼(The Soul of Man Under Socialism)' 등을 압수했다.

 

서부 자바 경찰청장 루디 스띠아완은 9 16일 폭동 용의자 26명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압수한 서적들의 내용이 모두 무정부주의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서적 압수는 온라인과 인권 단체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경찰이 폭도 및 시위 주동자들의 행동이 그들이 읽은 책의 내용에 영향을 받았다고 몰아가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 안드레아스 하르소노는 9 24()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사람들을 체포하고 기소하는 것은 그들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묻는 조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방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요한 것은 그 방화범이 읽은 책이 아니라 그가 저지른 행동이란 것이다. 마르크스주의나 종교에 대한 책을 읽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그 독자들이 공산주의자나 성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이 사람들에게 어떤 사상을 갖거나 배척하라고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사회법률구조단(LBHM) 알베르 위리아 대표는 이번에 발생하고 있는 서적 압수를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 규정하고 경찰이 현 형사소송법 안에서 포괄적인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경찰이 형사소송법(KUHAP) 39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범죄 행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증거를 경찰이 압수할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어떤 물품이 범죄와 진정으로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베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 속에서 압수된 이들 책들이 혐의를 받는 범죄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끄디리에서 경찰이 한 고등학생에게서 압수한 줄스 아처의 저서 '독재자들(The Dictators)'을 예로 들었다.

 

이 책은 권위주의적 성향을 지닌 여러 세계 지도자들이 반대 세력을 투옥하고, 집단 학살을 자행하고, 비판을 묵살한 사례를 담고 있으며, 이러한 악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독자들에게 경고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알베르는 경찰이 이 책을 압수한 것은 현 정권이 독재정권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재자에 맞서라고 가르치는 이 책이 위험하다며 금지하고 압수하는 것은 현 정권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주장이다.

 

이번 서적 압수는 국가 법 집행에 위험한 선례를 남기며 사회에 자가검열을 강요하는 것으로, 그렇지 않아도 낮은 인도네시아의 독서율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독서 자체를 금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특정 책들이 최근 폭동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은 거두지 않았다. 지난 9월 18일 동부 자바 경찰청장 나낭 아비안또 치안감은 독서한 내용을 실천에 옮긴다는 점에서 무정부주의 서적을 읽은 학생들이 위험분자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놓은 바 있다.

 

LBHM의 알베르는 경찰이 실제 토론이나 소셜 미디어의 영향은 도외시하고 지난 세기 권위주의 국가들이 했던 것처럼 어떻게 서적만이 사림들의 세계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는지 그 사고 메커니즘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당국이 서적을 범죄행위의 증거품으로 압수해야 한다면 최소한 책을 읽은 사람들이 책의 내용에 따라 특정 행위를 저지르는 범죄자가 된다는 직접적인 연관성부터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고질적인 경찰의 잔혹 행위와 경찰 가해자 불처벌 문화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의 지시로 구성하고 있는 경찰개혁위원회를 언급하며, 경찰들에게 『독재자들』 같은 책의 독서를 장려해 경찰의 행태와 사고방식을 개조,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경찰청 홍보국장 산디 누그로호 치안감은 자카르타포스트의 코멘트 요청에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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