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인니 신수도 개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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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신수도 누산따라 건설 현장(사진=IKN 페이스북 페이지)
인도네시아 신수도로 결정되어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동깔리만딴의 누산따라(Nusantara)는 민간인 방문객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관광객 방문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건축학적으로 눈길을 끄는 대통령궁과 새로 조성된 도로들이 대부분 고요 속에 잠겨 있다.
이는 신수도 프로젝트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었던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파격적인 예산 삭감으로 인해 건설이 멈추거나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는 대형 포퓰리즘 프로젝트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새 대통령의 관심 부족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자카르타의 인구가 과밀하고 지반이 빠르게 침하하고 있다는 이유로 수도 이전을 전제로 개발하기 시작한 이 도시가 과연 약속된 잠재력을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7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공공정책자문기업인 글로벌 카운슬(Global Counsel)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데디 디나르또는 현재 현 정부가 눈에 보이는 국민 복지에 치중하여 그 결과 신수도 이전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크게 약화되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누산따라에는 1,000명이 조금 넘는 누산따라 시청 공무원들과 중앙 정부에서 파견되어 온 수백 명의 부처 공무원들, 서비스 및 의료 종사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자카르타의 인구 1,200만 명과는 비할 것도 없고 2045년까지 계획한 신도시 인구 200만 명 목표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첫 국정 연설에서도 신수도를 단 한 번 언급했을 뿐이다.
현재 신수도 이전 프로젝트 예산은 2024년 43조 4천억 루피아(약 3조6천억 원)였다가 2026년 6조 3천억 루피아(약 5,300억 원)로 대폭 줄어든 상태다. 신수도 당국이 2026년 예산으로 21조 루피아(약 1조7,500억 원) 이상을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중동과 아시아 국가들 역시 신수도 건설에 딱히 관심을 보이지 않아 대규모 해외 자금 조달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신도시 건설관계자는 쁘라보워 대통령이 신수도를 자신의 업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자신의 다른 프로그램들에 치중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신수도 건설이 완료될 확률은 50대 50이라 밝혔다. 하지만 예산 삭감으로 인해 ‘완성되지 않을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었다.
'그건 당신들 손해'
신수도 이전 계획은 조코위 대통령이 2019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박차를 가한 프로젝트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을 허비한 후 최대한 서둘렀음에도 신수도 누산따라는예상과 달리 작년 8월 17일 신수도의 위상을 얻지 못했다.
도시 설계자인 소피안 시바라니는 조코위 시대에 모든 것이 신속히 진행되었지만, 쁘라보워 시대에 들어서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실토했다. 원래 계획된 6,600헥타르 규모의 정부 핵심 지역 중 불과 800헥타르만이 일부 개발되었거나 이제 막 건설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누산따라 당국에서는 이런 상황에 아랑곳없이 이 도시를 인도네시아의 미래 권력 중심지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이를 부정하지만 않을 뿐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다.
전 정부의 주택공공사업부 장관이었던 바수끼 하디물요노 신수도청장은 정부 핵심 지역의 대통령궁과 장관부처 청사들이 위치한 행정 구역 구획의 개발 사업은 이미 97~98%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입법 및 사법 구역이 완공되는 2028년 차기 대선 전에 수도를 이전할 것이라는 쁘라보워 대통령의 이전 발언을 믿고 있다. 실제로 쁘라보워는 대통령 당선인 시절 신수도 이전에 대해 ‘가능하면 계속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취임 이후 수도 지위를 자카르타에서 누산따라로 옮기기 위한 필수 절차인 관련 대통령령에 서명하지 않았고 서명 일정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수끼 청장은 ‘2028년 입법 및 사법 구역이 완공된 후에 약속대로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주를 원치 않거나 수도 이전에 의구심을 품는다면 그건 당신 손해’라고도 덧붙였다. 이 발언이 대통령을 향한 것인지, 신수도 전근을 원치 않는 공무원들을 향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일부 공무원들은 자카르타에서 약 1,200km떨어진 미완성 정글 도시로 이전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누산따라 시청공무원 헬레나(45)는 현지 고층 빌딩들이 아직 미완성 상태이지만 ‘놀라운 수준의 안락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현지 시설이 주거와 근무에 충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현재 이 도시에는 병원 세 곳, 커피숍, 인근 발릭빠빤으로 가는 고속도로, 그리고 상업 운영허가가 아직 나지 않았으나 일단 건설이 완료된 공항 등을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쇼핑몰과 영화관 등은 계획에는 포함되었지만 아직 건설되지 않았다.
애물단지
대통령궁 밖 기념광장에는 수십 명의 관광객들이 도착해 관광하고 있었다. 술라웨시에서 온 로널드 텔라움바누아(38)는 멋진 신수도가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신화 속의 새 가루다를 본떠 만든 인상적인 대통령궁은 신수도의 대표적인 사진 촬영 핫플레이스다.
하지만 도시 중심부의 녹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신수도 관광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은 관광객 급증을 기대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루다 대통령궁 하나만으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도심 근처에서 간식을 파는 압두 라자브(57)는 조코위 시대에는 근로자와 방문객들이 많아 매일 바빴지만 현재는 수입이 거의 60%나 줄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공사가 계속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그런 희망이 무색하게 글로벌 카운슬의 데디는 쁘라보워 대통령이 학생, 임산부들을 위한 무상급식 같은 기존의 주요 포퓰리즘 정책에 계속 집중할 것이므로 신수도 건설이 당분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강력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신수도가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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