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부활의 물꼬를 텄다"는 조코위 집권에 대한 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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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2일, 대학생들이 조코위 정권 10년 동안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평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2014년 조코 위도도의 대통령 당선은 인도네시아에 변화의 열망을 불러일으켰지만, 10년 후 그는 미미한 경제성장과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기반을 잠식했다는 평가를 남기고 퇴임했다.
중부자바 수라까르따의 초라한 강변에서 자라 가구 제조업으로 성공한 조코위는 태생적으로 엘리트 계층과의 인맥이 제한적이어서 정치권에 입문할 당시 철저한 아웃사이더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위상은 과두정치판 속의 늘 똑같은 얼굴의 정치인들, 수하르또 신질서 시대의 잔재, 부패로 가득찬 인도네시아의 현실 정치 속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참신한 이미지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가 작년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때 남긴 것은 취약한 경제와 신질서 시대의 기운을 풍기는 구태의연한 공모와 억압의 정치 체제뿐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지난 8월 13일 출판기념회를 한 『조코위 대통령 집권: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 부활의 10년』(The Jokowi Presidency: Indonesia’s Decade of Authoritarian Revival)이란 책에서 그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15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ANU인도네시아프로젝트(ANU Indonesia Project) 6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출간된 이 책의 출판기념회에는 외교정책, 안보, 경제, 정치, 사법,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책은 조코위 대통령이 만들어낸 정치적 변화와 그것이 인도네시아에 미친 영향을 조명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이 행사에서 ANU 연구원이자 공동 편집자인 사나 자프리(Sana Jaffrey)는 조코위 대통령을 야심찬 개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엄청나게 훼손한 ‘파괴적인 대통령’이라 묘사했다.
자프리는 그의 집권기간 중 국민들이 목도한 것은 비판자와 지지자들에 대한 강압, 수하르또 시대를 연상시키는 국가권력의 중앙집권화, 그리고 책임 정치 메커니즘의 체계적인 해체였다고 지적했다. 이 모든 것은 조코위 대통령의 경제적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자신의 개인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일환이었다는 것이다.
공동 편집자인 이브 워버튼(Eve Warburton)은 조코위 대통령이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경제성장에 집중했지만 임기를 마칠 무렵에는 소폭의 경제적 성과를 이루는 것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조코위 대통령이 개발주의자로서 국가발전에 대한 매우 명확하고 잘 정리된 비전을 가진 인물이란 인상을 주었지만 이 책 속의 학자와 분석가들은 그와는 매우 상반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는 『조코위 대통령 집권』의 핵심적인 역설이 조코위가 임기 후반기에 ‘대통령의 민주적 사명’을 사실상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민들 사이에 개혁시대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가장 인기있는 지도자, 또는 그 중 한 명이라는 인식을 남긴 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조코위 퇴임 당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약 75%인 것으로 나타나 초선과 재선 두 임기의 평균보다 높았다.
자프리는 이를 그가 어린 시절 경제적으로 빈한한 가정 배경을 가졌고 그로 인해 대다수가 서민인 일반 국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인식 또는 믿음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의 전임자들과 정치 엘리트들에게서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조코위의 사회복지 확대 정책이 특히 국민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비평가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임기 말기에 이러한 사회복지정책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간 서민들의 애환을 전혀 이해할 리 없는 인도네시아 사회의 엘리트들은 사회복지를 예산 낭비로 여기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기껏해야 후원자들의 환심을 사는 행위 정도로 생각했지만 조코위 대통령이 시행한 복지정책은 실제로 일반 서민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그 결과 기성 정치인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정치적 자산이 되었다.
▲『조코위 대통령 집권: 인도네시아의 권위주의 부활의 10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가 조코위 시절 권위주의 시대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비록 높은 국민적 지지도를 누리고 있었지만 대통령 3선 개헌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한 물밑 권력 투쟁이 그를 견제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국민 대다수가 현행 직접 선거제도를 지지하는 등 일부 민주주의적 안전장치가 여전히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평가하고 있다. 정치 엘리트와 각 정당들은 권력이 한 사람이나 특정 정당에 집중되는 시스템을 원치 않았다고 위버튼은 강조했다.
그녀는 주요 민주주의 기관이 위협받을 때마다 국민들이 거리에 나서는 등, 민주주의와 직접 선거에 대한 대중의 강력한 지지가 조코위 시대에 민주주의가 더욱 치명적으로 후퇴하지 않도록 한 안전장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조코위 시대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이제 쁘라보워 시대를 맞아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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