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2024 대선, 쁘라보워-기브란 당선 확정적
본문
2024년 2월 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대통령 및 입법 총선에서 대통령 후보이자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인 쁘라보워 수비안또(왼쪽)와 조코위의 장남이자 현 수라까르따 시장인 부통령 후보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오른쪽)가 투표가 끝난 뒤 무대에 모여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3파전으로 벌어진 2024 대선은 2월 14일 투표 직후 여러 여론조사기관에서 표본개표를 진행한 결과 쁘라보워 수비안또의 당선이 확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개표는 3월 20일까지 진행되며 공식적인 당선자 발표는 3월 하순에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한 쁘라보워가 오는 10월 인도네시아 제8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것은 이제 단지 시간문제가 되었다.
과거 육군장성을 역임한 쁘라보워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낙선했고 그에게 따라붙은 언론인 납치 등 인권침해 혐의 딱지를 여전히 떼지 못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대규모 정당연합을 꾸려 그 지지세력을 기반으로 대선 레이스 선두를 유지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이른바 대선 ‘골든 티켓’이라 이름 붙인 대통령 장남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 수라까르따 시장을 러닝메이트로 받아들이며 현직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노골적이고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려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그는 표본개표결과 승리가 확실시되자 중부 자카르타 이스또라 스나얀 경기장에서 가진 행사에서 ‘선진 인도네시아 정당연합’ 대동맹의 지지자들 앞에 나와 10분간 연설하며 감사를 표하고 대선승리를 선언했다.
72세의 그린드라당 총재 쁘라보워는 공식 선거결과 발표를 기다려 달라고 당부하면서도 차기 정부에 자신을 지지한 정당들은 물론 다른 정당들의 참여도 환영할 것이라며 ‘예비 당선자’로서 화합의 메시지를 냈다.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른 이번 선거에 2억 명 이상의 전국 유권자들이 표를 행사했는데 이는 세계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당일치기 선거 중 하나로 꼽힌다.
공식 선거결과는 선관위가 몇 주 후에나 발표하게 되지만 지난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높은 신뢰성이 확인된 여러 여론조사기관들의 표본개표가 당일 오후 1시 선거 종료 직후 시작되었고 대부분 쁘라보워-기브란 후보팀이 6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아니스 바스웨단은 22~26%, 간자르 쁘라노워는 16~18%의 득표율을 보여 본 개표가 끝까지 진행되어도 결코 뒤집지 못할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아무도 과반 이상 득표를 하지 못하면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오는 6월 결선투표를 해야 하지만 표본개표 결과를 보면 이번 1차투표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이 확실시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센터(CSIS)의 정치학자 필립스 J. 버몬트는 조코위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가 그 후계자에게 몰리는 이른바 ‘조코위 효과’로 최근 몇 달 사이 선거 판세가 쁘라보워에게 크게 기울었으며 아니스와 간자르의 단일화가 이루어졌어도 그런 상황에서는 쁘라보워를 결코 넘어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거판세와 우려들
필립스는 올해 쁘라보워가 선전한 것은 2019 대선 당시 조코위의 전략인 빅텐트 동맹을 쁘라보워가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9 대선에서 조코위와 쁘라보워는 각각 55.5%와 44.5%의 득표율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쁘라보워-기브란이 2019년 조코위 대통령의 득표율을 넘어선 60% 전후의 높은 득표를 보인 것은 조코위 대통령이 이미 구축해 놓은 대연정의 지지를 쁘라보워에게 몰아주며 개발주의적 정책을 더욱 확장했기 때문이라고 필립스는 평가했다.
한편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장 우스만 하미드는 조코위 대통령이 자신의 개발주의적 정책을 쁘라보워에게 계승시켜 진행하려 하여 그 결과 국민들 선택의 폭을 줄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야당의 소멸 문제도 지적했다. 대정부 투쟁을 해야 하는 야당의 피곤한 포지션을 감당하려는 정당들이 거의 없어 대부분 장관직 한 두 개와 정권 일부를 할애받는 조건으로 조코위 대통령의 대연정에 참여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간자르나 아니스 같은 후보들이 쁘라보워-기브란을 상대할 발판이 애당초 없었다는 것이다.
선거전이 진행되면서 국민각성당(PKB)이 쁘라보워의 손을 놓고 아니스에게 갔지만 대표적인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야권연합을 깨고 쁘라보워에게 붙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아니스는 나스뎀당, 복지정의당(PKS), 국민각성당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중 조코위 연정에 참여하지 않은 진정한 야당은 복지정의당뿐이었다.
선거전 초창기 당선가능성이 쁘라보워를 곧잘 앞지르던 간자르는 집권여당인 투쟁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이면서도 자당 소속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쁘라보워와의 차별화에 실패해 아니스보다도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었다.
이번엔 각 후보진영 사이의 폭력 충돌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지만 영향력이 큰 주요 공직자들의 윤리강령위반과 공권력의 무차별 개입으로 선거 자체는 물론 그간 인도네시아가 쟁취한 민주적 성과를 크게 훼손해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를 어둡게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 이상의 대선출마가 법적으로 금지된 재선의 조코위 대통령이 자신의 장남 기브란의 대선출마가도를 열어주기 위해 작년 10월 헌법재판소 판결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대통령의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쁘라보워에게 유리한 선거판을 조성했다는 비난이 그간 끊이지 않았다.
투표일 며칠 전 온라인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추악한 선거(Dirty Vote)>가 쁘라보워의 선거캠페인을 돕기 위해 국가권력과 자원이 사용되었다는 세 명의 저명한 헌법학자들의 주장과 분석을 실어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실제 투표결과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각각의 반응
표본개표결과에 대해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조작 우려에 대해서는 선거의 모든 절차가 공정한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만약 현장에서 부정행위를 발견하면 선거감독청에 신고하거나,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고 여긴다면 헌법재판소에 청원을 넣으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낙선이 확실시된 아니스와 간자르 측 선거본부에서는 일단 다음 달 선관위의 공식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줄 것을 요구했다. 아니스 선거본부의 무하마드 샤우기는 애써 ‘여전히 낙관적’이란 발언을 내놓았다. 아니스 선거본부의 법무팀을 이끄는 아리 우숩 아미르는 선거부정을 암시하는 신고를 많이 받았다고 말해 선거결과 불복의 뉘앙스를 비쳤다.
투쟁민주당(PDIP) 역시 비슷한 기조를 보였다. 하스또 끄리스티얀또 사무총장이 이번 선거의 부정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팀 구성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쁘라보워가 스스로 ‘세계 최대 선거’라고 명명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다수의 젊은 유권자들이 조코위 대통령의 ‘후계자’로서 쁘라보워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조코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히 절대적임을 의미하며 차기 정부 구성에도 현직 대통령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