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콘텐츠 크리에이터 산업 실태
본문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만따뿌 기업(Mantappu Corp) 창업자 제롬 뽈린 시자밧(사진= Mantappu Corp/자카르타포스트)
골드만 삭스 투자은행은 최근 수년 간 붐을 일으키고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경제가 2027년까지 4,800억 달러(약 628조 원)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11월 17일 보도로 유명인사 라피 아흐맛이 1회 방송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수십 억 루피아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콘텐츠 크리에이터란 직업이 신축성 있는 근무시간과 잘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인도네시아인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콘텐츠 크리에이터 또는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작금의 상황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들보다 한 발 앞서 그 일에 뛰어든 선발주자들 상당수가 안락한 집에서 일하며 부와 명성을 누리고 있음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기 때문이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고 부업을 하는 사람들과 풀타임 크리에이터들을 인터뷰하여 해당 산업의 명암을 들여다보았다.
자카르타에 사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스테파니 디쉬(25)는 매달 평균 4천~8천만 루피아(약 333~666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 성탄절이나 르바란 같은 성수기엔 그 세 배쯤 되는 수입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녀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즐기고 지극히 열성적이지만 처음부터 그것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호주에서 마케팅 학사학위를 받고 최근 인도네시아로 돌아왔는데 시간적 구애를 받지 않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이점이 너무 커 이젠 아침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일에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 친구들과 함께 멜번의 한 아파트에 갇히다시피 한 상황이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콘텐츠 제작에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데 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여행, 음식, 미용 등 특정 부문에 특화된 것과 달리 스테파티는 때로는 패션 때로는 음식 등 생활 전반의 이슈들을 다루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콘텐츠 제작자가 특정 브랜드들을 일관성 있게 소개하며 팔로워 수를 늘려가려면 해당 상품들의 비디오 동영상, 사진 같은 자료들을 꾸준히 끌어 모으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시청률이다. 즉 팔로워 수가 중요하다. 스테파니는 현재 틱톡에 40만 명, 유튜브 30만 명,인스타그램 19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스테파니는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도 인생의 목표가 있다. 크리에이터가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끝없이 더 많은 콘텐츠들을 생산해 내야 한다. 그것도 일반 직장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후배들에게 밀려나지 않고 꾸준히 원활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시의적절한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그것도 많이 업로드해야만 한다.
브랜드 정체성
유튜브에서 1,000만 명이란 놀라운 숫자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제롬 뽈린 시자밧은 크리에이터들이 대중의 행동방식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그렇게 만들어진 자신만의 브랜드가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하든 원치 않든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미디어의 최신 트랜드를 따라잡아 늘 그 선두에 서 있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래야만 가능한한 많은 대중의 인식과 트랜드를 가장 먼저 인지하고 이를 자신의 사업 또는 콘텐츠에 통합하여 독보적인 정체성과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들의 수입은 협업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질수록 늘어나는데 이는 크리에이터가 창출해낸 조회수와 개인 브랜드의 정체성에 의해 좌우된다. 수학 학위를 가진 제롬은 처음엔 교육 콘텐츠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후 식음료 산업으로 콘텐츠의 지평을 넓혔다.
제롬은 “난관은 늘 찾아오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기회도 찾아온다. 디지털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크리에이터들이 매일 획기적인 규모로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위기이기도 하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수입원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재능관리회사인 만따뿌 기업(Mantappu Corp.)을 설립한 제롬은 자신이 한 말에 대한 모범을 보인 사례다.
거대한 시장
인도네시아는 많은 인구와 향상된 인터넷 접근성으로 인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광대한 시장이 펼쳐져 있는 셈이다.
위아소셜디지털2023(We Are Social’s Digital 2023)이란 이름의 디지털 마케팅 및 리서치 자문회사의 인도네시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인도네시아 인터넷 사용자 중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1억6,700만 명에 달한다.
한편 인도네시아 사용자들이 소설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은 일인당 평균 하루 3시간 18분으로 세계에서 10번째로 긴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매달린다.
인도네시아의 이러한 환경 속에서 브랜드를 홍보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업 마크플러스(MarkPlus)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기업 전체의 57.5%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에 1억 루피아(약 830만 원)이상의 예산을 책정했고 그중 71.3%의 브랜드들이 실제로 인플루언서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국내기업들이 옥외광고판이나 전통적 매스미디어를 통해 광고를 했다면 최근의 트랜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광고를 하고 인플루언서들과 계약해 그들이 해당 기업과 상품 브랜드를 홍보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제롬은 현재 광고방식 변화 상황을 요약했다.
이러한 광고 전략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행태에도 괄목할 만한 영향을 끼쳤다. 꼼빠스닷컴의 작년 10월 보도에 따르면 87%의 인도네시아인들이 인플루언서들의 추천을 믿고 상품을 구매했으며 해당 상품들은 미용제품들을 비롯해 금융 서비스, 의상, 식품, 여행 등을 망라했다.
마크플러스의 2023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브랜드의 40%에 이르는 기업들이 나노 인플루언서를 통한 광고를 기획해 한 번에 1천만 루피아(약 83만 원)이하의 비용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노 인플루언서란 1만 명 이하의 팔로워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을 뜻한다.
항공여행 애호가 헨드라완 아구스따는 법학 학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 항공기와 여행에 대한 자신의 관심을 반영한 관련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팔로워들을 자신이 소개하는 브랜드의 고객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때 해당 브랜드와의 협상력이 커진다. 인플루언서가 특정 업계의 큰 손으로 인정받곤 하는 이유다.
그래서 간혹 인플루언서라는 위상을 업고 업계의 블랙 컨슈머가 되어 진상을 부리는 경우도 종종 보도된다. 물론 핸드라완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는 유튜버 활동을 통해 200~500만 루피아(약 17~42만 원)의 고정적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의 수입은 그와 계약하는 브랜드들과의 협상에 달려 있는데 해당 브랜드들과 계약을 맺기 전 평균 조회수와 기타 수치 자료들을 캐묻곤 한다. 핸드라완은 광고에 대한 보수 대신 항공권 티켓과 호텔 바우처를 받기도 하는데 때로는 이러한 현물 보수가 돈으로 받는 것보다 가치가 큰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만족할 만한 수입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팔로워가 적은 크리에이터들이나 다른 풀타임 직업을 가진 채 여분의 시간에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는 이들은 충분한 금전적 소득을 올릴 만큼의 브랜드 협업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풀타임을 직업을 가진 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수 있으나 아무래도 시간적인 제약을 받아결과적으로 풀타임 크리에이터들과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길로 뛰어든 서깔리만딴 스까다우 지역에 사는 마르셀리나 리까는 해당 활동과 결과물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나노 인플루언서들은 더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영어 학사학위를 가진 23세의 마르셀리나는 자기가 현재 사는 지역 특히 시골마을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녀는 유튜버 활동을 통해 매달 5백만 루피아(약 42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현지 최저임금보다 높아 현재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온라인에는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있다.”고 강조하는 마르셀리나처럼 장미빛 인플루언서의 꿈을 품고 오늘도 콘텐츠 크리에이터란 명찰을 달고 온라인에 뛰어드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