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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무딕 2020 - 험난한 귀성길, 바닥난 생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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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122회 작성일 202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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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딕 2020 - 험난한 귀성길, 바닥난 생활비
 
배동선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무딕 금지 포스터에 등장한 조코위 대통령
 
정부가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르바란 귀성 ‘무딕’을 금지함에 따라 자카르타에서 지방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상 차량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현지 매체들은 도로 요소의 경찰 검문소에서 확인되는 단속건수의 괄목할 만한 증가를 보도하고 있다. 원래 무딕은 이슬람력 9월인 라다만 금식월이 끝나면 시작되는 10월 ‘샤왈’의 첫날부터 시작되는 르바란 축제기간을 가족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고향으로 장기휴가를 떠나는 것인데 매년 수천 만명이 민족의 대이동을 벌여 도중에 수백 명씩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기도 하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거르지 않는 행사다.
 
올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4월 21일 무딕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현지 이슬람 양대 단체인 나들라툴울라마(NU)와 무함마디야가 정부정책에 동조하며 코로나 상황 속에서 감염확산 가능성을 내포한 무딕을 이슬람이 금지하는 ‘하람’, 즉 불경이라 규정했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기반한 민족적 전통은 정책도 종교도 쉽게 막기 힘든 법이다. 금식월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평소 같으면 무딕은 몇 주 후의 일이었겠지만 코로나 사태로 직장을 잃고 생계가 끊긴 이들은 타향에서 생계가 끊긴 채 지내기보다 일찌감치 고향으로 돌아가 몸과 마음을 추스르길 원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보편의 마음가짐과 절체절명의 방역 사이에서 마찰과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파열음이 들리는 정도는 아니다.
 
2020년 5월 2일 자카르타포스트는 순조롭지도 않고 늘 성공적이지도 않지만 그래도 개중에 마침내 귀향에 성공한 이들이 속속 고향에 도착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딕을 위해 사람들이 짜낸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버스 좌석을 눕혀 밖에선 사람이 타지 않은 듯 보이게 하는 건 기본이다. 사람들은 좌석에 앉는 대신 버스 짐칸에 자리를 잡아 경찰의 눈을 피하려 하고 단속이 주로 승용차와 시외버스에 집중되는 것에 착안해 트럭 컨테이너에 승용차를 통째로 넣고 귀향에 떠난 가족들도 있다. 1층을 비워 놓고 승객들을 2층에만 숨겨 태운 2층 버스가 수도권 관문에서 단속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루트를 개발한 여행사는 한 사람당 45만 루피아(약 3만3천원)의 요금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경찰청은 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171,000명의 경찰을 동원해 ‘끄뚜빳 20202 작전’이란 이름의 귀성 단속을 시작했다. 끄뚜빳이란 사각형으로 역은 대나무 포장 쌀떡으로 르바란 때 먹는 가장 상징적 음식의 하나다. 전통의 종교적 축제를 맞아 고향의 가족들과 그 끄뚜빳 쌀떡을 같이 먹을 수 없게 하려는 공권력의 강제력에 ‘끄뚜빳’작전이란 이름을 붙여 놓은 건 그래서 어딘가 가학적인, 또는 재미없는 농담을 즐기는 경찰의 나쁜 취향이 느껴진다.
 
 끄뚜빳
 
경찰은 4월 28일(수)까지 자바 전역에서 15,239대의 귀성차량들을 단속해 돌려보냈고 그중 5,834대가 자카르타를 출발한 차량들이었다. 지금까지 위반자들은 경고에 그쳤지만 5월 7일 이후 위반자들에겐 법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위협하고 있다. 현재 자카르타를 비롯한 전국 요지에 내려진 부분적 도시봉쇄에 준하는 대규모 사회적 규제(PSBB) 위반자에게 최저 1억 루피아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의 처벌이 확정된 상태다.
 
5월 2일(토) 코로나 확진자 10,843명을 찍으며 한국의 누적 확진자수를 넘긴 인도네시아는 공식발표 수치에서 느껴지는 무서운 증가세와 8% 넘는 치명율, 흉흉한 매체보도와 실제 주변 분위기에선 여전히 고조된 위기상황이 느껴지지만 중앙정부와 자카르타 주정부는 3월 중순 이후 한달 반 가까이 지속되며 점차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결과 코로나 확산세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발표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수백 년 전통의 무딕을 강제 금지하는 것은 일견 이율배반적이다. 감염병 확산도 반드시 막아야 하지만 이 상황을 하루 속히 벗어나 국가를 재가동시켜야 한다는, 그래서 그 사이에서 마음의 가닥을 잡지 못하는 정부의 어정쩡함과 조급함이 매번 나오는 정부 발표 행간마다 읽힌다.
 
한국정부가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코로나 지원금은 아무리 해외에 나와 있어도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인 재외동포, 인도네시아 교민들에게도 적용되는 얘기인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하지만 대사관에서 아직 아무런 안내공지가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이번 사태에서 재외국민에 대한 지원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거나 아직 구체적인 결정이 없는 것이기 쉽다.
 
인도네시아에서 코로나로 생계가 끊기거나 위협당한 이들은 비단 인도네시아인들 만이 아니지만 현지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비는 한국인들에게까지 순서가 돌아올 리 없다. 센티옹 지역에 사는 한 현지인 지인은 끄짜마딴-끌루라한을 거쳐 RW, RT를 통해 마침내 서민들에게 주어지는 정부지원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거나 나오긴 했는지 한 지역에 10명에게만 지불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들려 불공평한 분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아쩨 쯔나미와 롬복 지진, 빨루 쯔나미 같은 자연재해 당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실제 코로나 피해자들보다는 지원금이 지급되는 경로를 장악한 이들의 배만 불릴 공산이 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주변에서 몰래 한숨을 내쉬는 현지 직원들, 동료들, 운전사, 가정부들의 마음을 조금 헤아려 보게 된다.
 
라마단, 르바란이라 해서 한국인들도 꼭 무딕을 떠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세계가 멈춰 서고 항공편마저 대체로 끊긴 이 시기에 마음만이라도, 잠시나마 고향의 포근함과 여유로움을 느껴보고 싶다. 물론, 우리 고국도 그리 포근하고 여유로운 상황은 아닌 듯하지만.(2020. 5. 2)

무딕금지 포스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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