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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란 여성과 영화산업의 성장을 보여준 2022년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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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2,751회 작성일 2022-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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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영화산업의 성장을 보여준
2022년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2)
 
배동선 작가
 
 
▲작품상을 수상한 <과거, 현재 & 그때(나나)>(Before, Now & Then (Nana)>
 
배우이자 인도네시아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레자 라하디안(Reza Rahadian)은 영화제 개막식 연설에서 “2022년 100만 명 이상 관객이 든 영화는 12편에 달했고 인도네시아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은 2019년의 48%에 비해 2022년에는 61%까지 치솟았다며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는 인도네시아 영화에 대한 관객들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영화는 장편은 물론 단편영화들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영화제에서도 수상하는 등 좋은 성적을 보였다.
 
▲레자 라하디안 FFI 조직위원장
 
세계시장의 좋은 평가와 국내 관객들의 사랑
이번 42회 인도네시아 영화제에는 많은 영화들이 수상후보에 올랐는데 그중 호러영화 <사탄의 숭배자2: 커뮤니언(Satan’s Slaves 2: Communion)이 두 부문을 수상했고 아직 국내에서는 개봉하지 않은 <자서전(Autobiography)>도 각본상을 받았다.
 
▲<사탄의 숭배자 2: 커뮤니언>
 
▲<자서전>
 
프로듀서 겸 단편영화 심사위원인 만디 마라히민(Mandy Marahimin)은 11월 22일(화) 열린 해당 행사에서 올해 단편영화 영화 후보들이 워낙 뛰어나서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결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단편 애니메이션은 대학교 학부학생이 과제 프로젝트로 제작한 <블랙아웃(Blackout)>이 수상했고 단편 영화에는 <춤추는 색체들(Dancing Colors)>이, 단편 다큐멘터리에는 <김발(Gimbal)>이 수상했다.

한편 여우조연상에는 <브로토 부인의 하숙집(Bu Broto Inn)에서 열연한 뿌뜨리 마리노(Putri Marino)가, 남우조연상에는 <첫 번째, 두 번째 & 세 번째 사랑(First, Second & Third Love)의 슬라멧 라하르조 자롯(Slamet Rahardjo Djarot)이 수상했다.
 
▲<첫 번째, 두 번째 & 세 번째 사랑>
 
▲<브로토 부인의 하숙집>
 
슬라멧은 행사장을 찾은 장관들 앞에서 인도네시아 영화가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국제시장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고 자평했다.

비시네마(Visinema)의 앙가 드위마스 사송코 감독이 만든 <라덴살레 절도작전 (Mencuri Raden Saleh)>의 여주인공 아그니니 하크(Aghniny Haque)는 ‘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여배우’ 상을 수상했다.
 
사전 수상후보작(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인데 5개 부문 정도의 수상자가 당일 현장에서 발표되었다. 이 부문도 그랬다. 아그니니는 200만 명 넘게 관람한 이 영화가 그간 인도네시아에서 불모지와 같았던 절도라는 범죄장르를 좋은 각본과 잘 짜인 영상으로 만들어 인도네시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했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노배우 슬라멧 라하르죠 자롯(Slamet Rahardjo Djarot) (Courtesy of Festival Film Indonesia/.)
 
FFI 2022 행사의 옥의 티라면 관객들이 많은 사랑을 받아 280만 명 넘는 관객이 들고 여러 부문 수상후보에 올랐던 <무시무시하게 맛있는(Ngeri Ngeri Sedap)>이 무관에 그쳤다는 점이다. 영문제목을 <Missing Home>으로 단 이 영화가 내년 초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 인도네시아 영화 대표로 출품되었는데도 말이다. 참고로 2020년 아카데미 영화상(2021년 초에 열림)에 출품된 조코 안와르 감독의 <지옥의 여인 (Perempuan Tanah Jahanam)>은 FFI 2020에서 7개 부문을 석권한 바 있다.
 
▲<무시무시하게 맛있는>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합한 작품은 에드윈 감독의 <그리움은 복수처럼 반드시 되갚는 것(Seperti Dendam, Rindu Harus Dibayar Tuntas)>과 까밀라 안디니(Kamila Andini) 감독의 <과거, 현재 & 그때(나나)> (Before, Now & Then (Nana))였다.

전자의 작품은 2021년 로카르노 필름 페스티벌에서 <Vengeance Is Mine, All Others Pay Cash (복수는 나의 것, 나머지는 돈으로 내라)>라는 영문제목을 달고 나가 작품상을 수상했고 후자의 까밀라 감독 작품은 올해 베를린영화제(Berlinale)에서 라우라 바수키(Laura Basuki)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두 영화는 FFI 2022에서 각각 다섯 개씩의 찌트라 어워드 트로피를 나눠 가졌다.

에카 꾸르니아완(Eka Kurniawan)의 유명 소설을 각색한 에드윈 감독의 작품은 발기부전, 80년대 당시 도네시아 액션 영화와 정치적 불안을 다룬 영화로 에드윈은 감독상을 수상했고 그와 에카는 각색상, 마르티노 리오(Marthino Lio)와 라디야 체릴(Ladya Cheryl)은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움은 복수처럼 되갚아 주는 것>
 
한편 카밀라 안디니(Kamila Andini)의 작품은 1960년대 반둥에서 라덴 나나(Raden Nana)가 겪은 일을 담담하게 따라가는데 FFI 2022 최고상에 해당하는 작품상을 수상했다.

까밀라 감독은 이 영화가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 인류가 서로간의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언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란 시각언어이자 세계인이 모두 이해하는 보편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우리의 갈등과 문제를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도 스크린을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삶과 이야기
올해 수상후보작들 중에는 여성관련 주제, 여성 감독들의 영화,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영화들이 유독 많았다. 이러한 기조는 행사 도입부에 해피 살마Happy Salma)의 독백에서 잘 드러난다.
 
▲<과거, 현재 & 그때(나나)>의 여주인공 해피 살마(Happy Salma)
 
그녀는 1951년 인도네시아 영화 <달콤한 밤(Sedap Malam)>의 여성 캐릭터 파타마(Patmah)를 불러냈다. “나는 한 잡지에서 내가 충분히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다고 누군가가 말한 것을 기억합니다. 나는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밋밋해 보였다는 것입니다. 나는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성이 고통을 견뎌내며 강해 보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단 말인가요?” 해피 살마는 파트마가 빙의한 듯 그녀의 생각을 이렇게 모두에게 알렸다.

인도네시아 최초 여성 감독인 라트나 아스마라(Ratna Asmara)가 감독한 <달콤한 밤>은 인도네시아 여성들이 독립전쟁 이후 매춘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영화의 혁명적인 위업에도 불구하고 라트나 감독이 남성 동료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기록으로도 잘 남아 있다. 하지만 한 세기가 지난 후 인도네시아 여성들은 영화산업 속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다.

"많은 시간이 흐룬 후 나는 빛나는 미래 속에서 라트나와 같이 빛나는 눈을 가진 많은 여성들이 감독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예술감독, 편집자,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떨치게 될 것을 열망합니다!" 그러한 미래가 이제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 중이다.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는 이미 많은 여성들이 진출해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 수상한 에바 쉐바(Eba Sheba)나 게마일리아 게아 그리안티아나(Gea Geriantiana) 같은 이들이 예술감독, 분장, 의상 등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해피 살마는 ‘모두가 자리를 잡고 모두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는 차이룰 안와르(Chairil Anwar)의 시 한 구절을 낭송하는 것으로 독백을 마쳤다. 그리고 그 시 구절은 영화제 속에서 실제로 구현되었다. 유명 저널리스트 나즈와 시합(Najwa Shihab)은 평생공로상을 작고한 여배후 리마 멀라티(Rima Melati)에게 수상했다. 리마는 평생 100편 넘는 영화에 출현했다.
 
▲FFI 2017년 영화 <소유욕(Posesif)>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뿌트리 마리노(Putri Marino)가 이번 Ffi 2022에서는 <브로토 부인의 하숙집(Losmen Bu Broto)>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Courtesy of Festival Film Indonesia/.)
 
많은 여성들이 이날 그들의 노력에 걸맞는 수상을 했는데 ‘환상 속의 여인들: 영화 <판매용 사랑(Love for Sale)> 속 성적 정치학’ 제목의 유튜브’에 대한 비디오 에세이로 영화평론상을 수상한 에리나 아델라인 딴디안(Erina Adeline Tandian) 같은 영화비평가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과거, 현재 & 그때(나나)>로 예술감독상을 수상한 피다 실피아(Vida Sylvia)는 ‘이로 인해 미래의 영화제작자들, 특히 여성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는 수상소감을 냈다.

한편 FFI 2022 행사의 옥의 티는 <무시무시하게 맛있는(Ngeri Ngeri Sedap)>이 무관에 그친 것만 이 아니다. 올해 인도네시아 영화 흥행순위 상위 15개에 오른 영화들 중 이번에 수상한 영화는 2위인 640만 명이 든 <사탄의 숭배자2: 커뮤니언>과 7위 235만 명이 든 <라덴살레 절도작전> 뿐이었다.
 
▲<라덴살레 절도 작전>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다툰 <그리움은 복수처럼 반드시 되갚는 것>(MD 픽쳐스)와 <과거, 현재 & 그때(나나)> (포컬러스 필름스)는 15위에도 들지 못했다.
 
결국 인도네시아 영화제의 심사기준은 일반 관객들의 영화선호도와는 전혀 맥락을 같이 하지 않는다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 심지어 작년 FFI 2021에서는 일반관객에게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그래서 영화제 시상 후 두 달쯤 지난 2022년 1월 넷플릭스에서 프리미어 개봉하는 <복사기 (Penyalin Cahaya)>(레카타 스튜디오)에 작품상 등 7개 부문을 몰아주었다.

마치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로컬 영화관객들을 조롱하며 ‘너희들은 수준이 너무 낮아’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올해 920만 명의 관객이 드는 공전의 기록으로 로컬영화는 물론 헐리우드 수입영화들의 흥행기록까지 모두 갈아치운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KKN di Desa Penari)> 역시 이번 FFI 2022에서 단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수상후보에도 간신히 한 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관객들이 그토록 사랑한 영화를 인도네시아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냉정하게 외면해 버린 것이다. 수준이 맞지 않으면 ‘흥행상’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무용수마을의 대학생봉사활동>
 
그나마 이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아그니니 하크가 <라덴살레 절도작전>으로 관객들이 뽑은 최고 여배우에 선정되어 수상한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다.
 
▲아그니니 하크
 
 
*배동선 작가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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