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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 개설할 때 예금상한을 100조 원으로 정하는 마음가짐

작성일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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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좌 개설할 때 예금상한을 100조 원으로 정하는 마음가짐
 
배동선 작가
 
 
▲은행통장 이미지 (출처= Freepik/mrsiraphol)
 
 
11월 25일자 꼼빠스닷컴에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지난 7월의 J순경 계획살해사건에 이어 지난 달부터 범인들과 증인들의 재판이 매번 생방송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재판마다 이슈가 터져 나오는데 이번엔 조금 다른 경로로 문건 하나가 나와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건 죽은 J순경 명의로 BNI 은행(Bang Negara Indoensia-인도네시아 국책은행 중 하나)에 개설된 계좌에 대한 정보인데 거기엔 J순경의 이름과 생년월일 밑에 금액란에 99조 9,900억 루피아(약 8조5,200억 원)란 금액이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BNI 측 인사가 급히 나와 해당 금액은 J순경 계좌의 잔액이 그 만큼 있다는 것이 아니라 계좌를 개설할 당시 계좌 금액 상한선을 그 금액으로 정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습니다. 즉 100조 루피아에 달하면 거래를 중지하거나 더 이상의 입금을 못하도록 동결시킨다는 의미라는 겁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설명이고 특정인의 구좌에 99조9,900억 루피아를 딱 맞춰 예금해 둘 개인은 인도네시아를 통틀어 한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궁금한 것은 계좌 개설할 당시 예금액 상한선을 정한다면 여러 선택지가 있을 것이란 점입니다.

꼭 100조 루피아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재벌이 아닌 이상 월급쟁이 그것도 경찰이 100억 루피아(약 8억 원) 정도도 손에 쥘 일이 거의 없을 텐데 그가 은행창구에서 100조 루피아를 예금 상한선으로 정해 달라고 했을까요?
 
BNI에 구좌 개설하는 사람들이 다들 부자들이 아닐 터이니 예금 상한선이 있다면 10억 100억 1조 10조 뭐 이런 선택지가 있을 텐데 최고 상한선일 것으로 보이는 100조 루피아를 선택했다면 그걸 개설한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일개 순경이 억 단위, 조 단위 금액을 운영했을 리 없으니 그 구좌는 J 순경의 것이 아니라 그의 상관이자 전국단위 온라인 도박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페르디 삼보 치안감의 차명 계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들도 은행구좌 개설할 떄 은행 지점장이나 직원이 사무실에 와서 온갖 편의를 봐주며 통장을 개설해 주는데 별 둘을 단 고위 경찰관이 개설하는 계좌 역시 그런 식으로 개설되었을 공산이 큽니다. 어쩌면 전화 한 통화로 이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상한선은 100조 루피아로 해 주시오."

이걸 개설하는 측에서 요구했겠죠. 은행이 알아서 했을까요?

비록 J순경이 페르디 삼보와 그 일당들에게 살해당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엄밀히 얘기하자면 좀 미안하지만 페르디 삼보와 2년을 함께 일한 J순경 역시 사실은 페르디 일당에 속한 한 패였던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 추론입니다.
 
페르디와 같은 편이었던 거죠. 그러니 통장 개설을 위해 명의도 빌려주었던 거고 기본적으로 페르디를 위해 공무나 사적인 심부름을 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뭔가 문제가 벌어져 아랫것들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 동료들에게 린치를 당한 끝에 페르디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라 보는 것이 일반적 사고의 흐름입니다.

그 계좌를 개설하면서 '그 정도는 충분히 모을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했던 거 아닐까요?

그래서 해당 사건 초창기에 페르디 삼보 자택 지하실에서 현금 9천억 루피아(약 767억 원)가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사뭇 신빙성있게 여겨집니다. 물론 당시 경찰 수사당국은 해당 소문이 가짜뉴스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주 다 가짜였던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지나친 의심일까요?
 
 
*배동선 작가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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