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망꾸지워(Mangkujiwo)> 1, 2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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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망꾸지워(Mangkujiwo)> 1, 2편 후기
배동선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 인도네시아 공포영화 <망꾸지워(Mangkujiwo)> 1편과 2편이 동시에 올라왔다.
‘망꾸(mangku)’라는 단어는 자바 왕실의 호칭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태자나 군권을 가진
왕자에게 ‘망꾸부미(mangkubumi)’ 또는 ‘망꾸느가라(mangkunegara)’ 같은 호칭이 붙었다. 부미는 땅, 즉 대지, 느가라는
국가를 뜻하므로 대지를 관장하는 자, 국가를 관장하는 사람이란 의미가 담긴다.
지워(jiwo)란 사람의 생명을 뜻하는 표준어 ‘지와(Jiwa)’의 자바식 발음이니 망꾸지워는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즉 귀신을 부려 다른 사람들을 저주해 죽이는 강력한 주술사(두꾼)를 칭하는 말이다. 2편에서 ‘바틱
망꾸지워’라는 바띡 옷감 브랜드로도 등장하는데 의류 브랜드로는 좀 섬뜩하지 싶다.
영화 <망꾸지워>는 앞서 나온 <꾼띨아낙(Kuntilanak)> 트리올로지의 프리퀄 성격이다. 꾼띨아낙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여성형 귀신인데 임신 또는 출산 중에 사망한 여성이 원귀로 나타난 것이다. <꾼띨아낙> 1, 2편은 각각 2018년과 2019년, 3편은 2022년에 나왔다. 즉 이 영화들은 <꾼띨아낙> 1, 2편
- <망꾸지워> 1편 - <꾼띨아낙 3편> - <망꾸지워>
2편 순으로 나온 셈이다. <망꾸지워>는 2편까지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 3편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꾼띨아낙> 트리올로지를 찍은 1967년생
리잘 만토파니(Rizal Mantovani) 감독은 호러와 드라마 장르를 오가며 1998년부터 많은 영화를 찍었는데 특이한 점은 2006년~2008년 기간에 <꾼띨아낙>
트리올로지를 이미 한 차례 완성한 바 있다는 대목이다. 같은 영화 시리즈를 같은 감독이
같은 영화제작사(MVP 픽쳐스)에서 10년쯤 후에 통째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스토리의 전개나 재미 면에서 솔직히 이게 리메이크할 만한 영화인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비록 1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했어도 50-80만 명 정도 관객이 들면 중박은 친 것으로 간주되고 귀신이 나오면 일단
수십만 명쯤 관객이 드는 호러영화 애호국가이니 이 정도의 시나리오를 가지고도 리메이크가 가능해진다.
리잘 만토파니 감독은 2001년에 ‘빙의인형’이란 의미의 호러영화 <즐랑꿍(Jelangkung)>으로
첫 대박을 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이를 주제로 한 영화과 학생들의 논문들도 몇 편 나왔는데 이 역시 이후
2017년과 2018년에 <자일랑꿍(Jailangkung)> 1, 2편으로 리메이크했다.
그래서 그가 드라마 영화도 많이 만들었지만 필모그래피 상당부분을 호러영화들이 차지하는데 그건
2001년 <즐랑꿍>의 호평받은 여파가
큰 것으로 보인다. <자일랑꿍> 트리올로지의 마지막 3편으로 2022년 개봉된 <자일랑꿍: 산데깔라(Jailangkung: Sandekala)>는 또
다른 호러 영화 전문감독 끼모 스땀불(Kimo Stamboel)>이 메가폰을 잡았고 <망꾸지워> 시리즈는 아자르 키노이 루비스 감독에게 돌아간
것은 이제 리잘 만토파니 감독 이름값의 약발이 다 되었기 때문일까?
자, 다시 <망꾸지워>로 돌아가자.
<망꾸지워>는 두꾼들 간의 대결을 기본구도로 한다. 그들은 두꾼, 즉 무당이기도 하고 고대 자바로 치면 끄자웬 도인이라
할 수도 있는데 어쨌든 술법을 통해 영적세계의 힘을 얻어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1편에서는
브로토스노가 그 지역 지주인 쪼크로꾸수모와 대결하고 2편에서는 또 다른 두꾼 다르고 슨또노와 맞선다. 다 나쁜 놈들이다.
1편에서 브로토스노는 상대방을 꺾기 위해 쪼끄로꾸수모의 아기를 잉태한 깐띠(Kanti)라는
전직 무용수를 빼돌려 감금하고 사육해 온갖 저주를 덧씌운 후 죽음을 맞게 하는 방식으로, 풀리지 않는
원한을 가진 강력한 꾼띨아낙을 만들어낸다.
브로토스노는 목을 맨 깐띠의 배를 갈라 아기를
꺼내는데 깐띠의 원혼은 브로토스노의 딸로 큰 우마(Uma)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우마를 괴롭히는 상대를, 누구든, 그 수가 몇이든 모두 잔혹하게 살해하며 위력을 떨친다. 깐띠의 원혼이야말로 브로토스노를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망꾸지워로 만들어 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발암 캐릭터 우마는 자신을 깐띠로부터 보호하는 부적이자 보험이다.
그 싸움의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왜냐하면 브로토스노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저주하고 죽이는
저주술, 즉 산뗏(Santet)에 통달한 두꾼인 반면 반대편의
쪼크로꾸수모나 다르고 슨또노는 기껏 영적인 힘을 통해 사람들의 돈과 운을 가로채 부자가 되어 보려는 재물주술, 즉
뻐수기한(pesugihan) 주술사이기 때문이다. 브로토스노가
우마를 속여 그녀가 상대편 손에 위험을 겪는 상황을 연출하여 우마를 구하러 나타난 깐티의 원혼이 그곳 모든 이들을 목숨을 공평하게 앗아간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만 반복되는 건 너무 밋밋하므로 1편에서는 부를 가져오는 유물들에 집착한 쪼끄로꾸수모가 벌이는 암수들과 살인자들을 등장시키고 2편에서는 다르고 슨또노가 탐욕스러운 군 장성과 손잡아 지역 민중의 지도자 꾼또 하리요를 죽이고 극장 등 재산을
빼앗는 에피소드가 추가된다.
세계관이 매우 생경하고 스토리 진행도 작위적이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인도네시아인들이 생각하는 귀신, 특히
꾼띨아낙이나 저주술 두꾼의 정점 망꾸지워란 어떤 존재인지,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귀신과 거래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교보재로서는 꽤 훌륭한다.
1. 귀신은 본능에 충실한 이기적인 존재
우마의 어머니 깐띠는 매일 고통과 고문의 연속인 자신의 삶을 혐오하고 자신을 그런 상황에 밀어 넣은 쪼끄로꾸수모에 대한 증오를 키우다가(하지만 사실 그건 브로토스노의 짓) 만삭인 상태에서 스스로 목을 맨
결과 그녀의 원혼에겐 오직 증오심과 모성애의 감정만이 남는다.
그래서 문답무용. 깐띠의 원혼은 딸 우마가 불러낸 그 장소에 서 있는 모든 이들을 막무가내로
살해해 버린다. 그게 우마가 사랑하는 애인이라도 상관없다. 귀신과
말이 통할 것이라고, 아무리 귀신이라도 딱 보면 좋은 사람 알아보지 않겠냐고 기대하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2. 두꾼은 인내심 깊은 사기꾼
두꾼은 어떤 목적을 위해 귀신을 부리는 사람을 통칭하는 것이기도 한데 사람을 대하거나 일을 진행할 때 자신이 앞에 나서지 않고
골방에 틀어박혀 귀신을 시켜 적을 홀리거나 죽이려 하니 그 ‘속성은 속이려 드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립하는 두꾼들은 서로 대적하며 저주하고, 그 저주를 대비해 방어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두꾼은 사실 귀신도 속여 넘기는 존재다. 두꾼들은 한국 무당들처럼 몸주에게 지배당하거나
영화 속 마왕처럼 온갖 귀신과 마물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존재가 아니라 귀신과 거래를 하는 장사꾼 같은 위치다. 단지
그가 거래하는 것이 사람의 생명이나 수명, 건강, 운 같은
것들이란 점이 다르다. 하지만 그 거래가 결코 정직하진 않다.
두꾼들은 금식과 금기를 철저히 지키는 것인데 그건 도사의 수련이 아니라 그런 만큼의 절제된 욕망과 제약이 귀신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다. 도사들의 고행 역시 마찬가지다. 깨달음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행을 통해 받는 고통과 비명이 귀신을 공양하는 제물이 된다. 영화 1편에서 브로토스노는 온몸에 베이고 찢긴 상처가 나도록 스스로에게 매질을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 결과 귀신에게서 재물운을 얻거나 원수를 저주하여 죽거나 병들게 만드는 것이다. 귀신은
선악을 따지지 않는다. 천칭에 올려놓은 제물과 등가의 대가를 제공한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 인도네시아 귀신들은 지극히 공정하다.
▲수지워 떼조(Sudjiwo Tedjo)가 분한 흑마술사 브로토스노
3. 궁극적 제물
하지만 어떤 일을 반드시 이루어지기 위해 귀신에게
바치는, 그 효과가 보장된 가장 최고의 제물은 자신의 피붙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칠수록 그 효과는 더욱 폭발적으로 커진다. 그래서 2편에서
다르노 슨또노는 아내와 자식을 귀신에게 바치는 재물주술 뻐수기한을 시전한 결과 생전 큰 부자가 되지만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음습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가장 효과적인 제물이 피붙이라는 것은 좀 틀린 말이다. 사실 가장 효과적인 제물은 소원을
비는 사람 스스로의 생명이다. 하지만 자기가 죽으면 재산이나 복수가 아무 의미가 없으니 가지 생명 대신의
피붙이나 주변 사람들의 생명 또는 가축의 목을 쳐 피를 바치는 것이다. 그게 귀신의 양해를 얻는 행위일까? 속이는 행위일까?
브로토스노가 망꾸지워 두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귀신을 통해 이루지만 깐띠를 원혼으로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용의주도하게
속여 자신은 적이 아님을 각인시키고 거기에 우마를 미끼이자 부적으로 삼아 귀신의 저주가 상대방에게만 미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이야기는 2편까지 그런 방법으로 승승장구하던 브로토스노가 마침내 진짜 원수가
누구인지 알게 된 우마와 깐티의 원혼에게 보복당하는 것이 되겠지만 두꾼의 속임수가 어떤 식으로 폭로될지, 그걸
영화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지 사뭇 궁금하다. 문답무용이랬는데 대오각성한 깐티 원혼 머리 위 전구에 불이
반짝 들어오는 식은 아니겠지.
감독과 배우
이 영화를 만든 1980년생 아자르 키노이 루비스(Azhar
Kinoi Lubis)는 26살이던 2006년부터
조감독으로 영화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자신이 직접 정식 감독으로 만든 영화는 2013년 당시 자카르타 시장으로
한창 국민적 인기가 오르고 있던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조코위(2013)>였다.
하지만 이 영화가 폭망한 후 아무도 영화를 맡기려는 사람이 없다가 다시 메가폰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2년 후인 2015년의 <98년의 이면(Di Balik 98)>이란 영화를 루크만
사르디(Lukaman Sardi)와 함께 공동감독한 것이다. 2016년 <까르티니에게 보내는 연서(Surat Cinta untuk
Kartini)>에서야 비로소 단독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커리어 내내 만들었던 드라마영화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자 <이교도: 악령의 저주(KafirL Bersekutu dengan
Setan)>(2018), <날 따라 지옥으로 가자(Ikut Aku ke Neraka)>(2019)
등 호러영화를 연이어 만들었고 거기서 재능을 발견해 2020년부터 <망꾸지워>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 <죽음의 문턱에서(Di Ambang
Kematian)>에 330만 명 관객이 들어 로컬영화 흥행순위 2위에 올랐지만 올해 개봉한 <망꾸지워 2>는 55만 명, <스피릿돌(Spirit Dall)>은 27만 명 정도가 들어 흥행감독이라
불리기엔 여러 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이 영화의 주인공 격인 브로토스노 역의 수지워 떼조(Sujkiwo Tejo)는 영화배우로서뿐
아니라 가수, 소설가, 시인, 산문가로서도 많은 결과물을 낸 만능 엔터테인먼트다. 망꾸지워 연기를
할 땐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는 거 보면 연기 잘하는 것 같다.
발암 캐릭터 여주 우마 역의 야사민 자셈(Yasamin Jasem)은 일전에 리뷰한 <칸잡>의 여주이기도 했다. 올해는 <망꾸지워
2>, <칸잡>, <빠말리: 뽀쫑
마을(Pamali: Dusun Pocong)>, <악마숭배교(Kultus Iblis)>등 호러 영화에만 내리 출연했지만 2019년과 2022년에는 잘 만들어진 가족영화 <쯔마라 가족> 1, 2편에도 출연하는 등 드라마 장르에도 얼굴을 비쳤다. 이
배우의 연기력에 대해선 일단 코멘트 보류.
1편에 깐티로 출연한 아스마라 아비가일(Asmara Abigail)은 독특한 분위기로 여러
영화에 얼굴을 알렸는데 나에겐 <지옥의 여인>(2019),
<사탄의 숭배자2: 카뮤니언>(2022)에서의
역할이 인상적이었다. 여릿여릿한 외모인데 극단적인 역할을 잘 소화한다.
니끄낭아(Nyi Kenanga) 역의 즈나르 마에사 아유(Djenar
Maesa Ayu)는 1편에서는 누구 편인지 알 수 없는 의문스러운 유물 전문가, 2편에서는 영적세계를 넘나드는 영매의 모습까지 보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녀는 소설가로서 책도 많이 냈고 2009년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09)에서는 자신이 감독한 영화 <사람들이 날 원숭이라
놀려(Mereka Bilang, Saya Monyet!)>이란 영화로 신인감독상과 각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선이 가냘픈 미모를 가진 까리나 수완디(Karina Suwandi)가 브로토스노 쪽에서
나쁜 일들에 가담하는 까르밀라를 분했는데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이 든 로컬영화 <세우디노(Sewu Dino)>에서 저주받은 아트모조 가문의 마지막 가주로 온 몸에 욕창이 난 모습으로 등장한 장면은
꽤 충격적이었다.
▲수지워 떼조(뒤), 아래 왼쪽부터 즈나르 마에사 아유, 야사민 자셈, 까리나 수완디
길게 쓰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영화들을 추천하고 욕 먹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전개가 무리하고
인물 설정이 입체적이지 않아 공감하기 힘들다. 프라임비디오에서 이 영화를 과감히 열어보는 영화 애호가
중에서도 끝까지 보는 사람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흑마술, 저주술, 두꾼, 귀신(꾼띨아낙), 제물
같은 무속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문화 저변에 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인식을 들여다본다는 측면에서 꽤 괜찮은 학습자료가
될 것이라 사료된다. (끝)
*배동선 작가
- 2018년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 2019년 소설 '막스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년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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