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정치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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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자와 어느 소도시를 지나는 화물트럭 앞 창에 수하르또 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붙어있는“당신이 돌아 올 수만 있다면(Andaikan Kau Datang Kembali)”이라는 문구가 민심을 스쳐가고 있다. 2008년 1월 별세한 망자가 돌아 올리는 없겠지만, 그 만큼 법치국가의 틀이 세워지고 고속 경제성장을 구가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는 뜻일 것이다. 최근 조꼬위 자카르타 주지사가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하자, 집권당 모 최고위원이 국가지도자는 BBM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즉 청렴(Bersih), 결단력(Berani), 국민친화적(Merakyat)이라는 세가지 덕목을 들었다.
1970년대 초에 설립되어 가장 신뢰받는 정책연구소로 자리매김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4월 중순 31개 주에서 1,635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러 각도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를 지난 5월 27일에야 발표하였다. 조꼬위가 금년 초까지 선두그룹이었던 쁘라보워, 메가와띠, 바끄리를 큰 차이로 제치고 앞서 나가는 대세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7인 후보로 한정하여 조사한 결과는 조꼬위 35%, 쁘라보워 16%, 바끄리 7%, 메가와띠 5%, 유숩 깔라 4% 순이었으며, 현 집권자의 친인척인 아니 여사는 1%, 사돈인 하따는 2%에 머물렀다. 4인으로 압축하여 조사한 결과도 조꼬위 40%, 쁘라보워 19%, 유숩 깔라 5%, 메가와띠 4%로 격차는 더 벌어졌으며, 상위 1,2위를 가상하여 표대결을 하는 경우에는 조꼬위 46%, 쁘라보워 22%로 두 배 이상의 표차가 나고 말았다.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조꼬위 대세는 굳혀질 것으로 보여지나, 유동적인 선거판의 특성상 앞으로 어떤 변수가 튀어나와 판세를 뒤엎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난해 9월 자신의 당이 공천한 조꼬위가 자카르타 주지사에서 승리하자, 혹시 자신의 후광도 작용하였을 것이란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세 번 째 대권도전에 미련을 보여왔던 메가와띠 총재가, CSIS 조사결과가 자신을 하위권으로 밀어내자, 서둘러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조꼬위 주지사의 승기는 자신과의 연관성 보다는, 단지 국민들은 부패에서 자유롭고 과단성 있는 차세대 정치가를 원한다는 점을 간파하기 시작한 것이다. 5월 27일 CSIS의 조사결과가 나온 지 불과 이틀 후인 5월 29일, 메가와띠는 자신의 불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며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 주겠다는 입장 표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거역할 수 없는 조꼬위의 대세론에 편승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직계후손으로 하여금 차선책의 지위에 오르게 할 수 있는 사전 포석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금년 3월 초 여론조사기관인 LSI의 조사결과가 나올 때만 해도 메가와띠, 바끄리, 쁘라보워 3자간의 박빙승부가 예상되었으나, 불과 석 달 만에 그 판도는 뒤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여야 할 쁘라보워는 5월 30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선은 아직 1년 이상 남았기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의연함을 과시하였다. 이어 조꼬위와 각별한 관계인 유숩 깔라도 조꼬위가 제대로 검증을 받아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조꼬위 대세론’은 굳혀질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하루 뒤인 5월 31일, 집권당인 민주당 원내대표인 누르하야띠 부인마저 조꼬위 영입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단, 본인의 의사와 소속당인 투쟁민주당의 동의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정치평론가들은 민주당의 조꼬위 영입설에 대해 많은 난관이 있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꼬위는 지난해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때, 만약 당선되면 5년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이를 두고 CSIS는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해 조꼬위가 주지사 임기 완주 공약을 파기하는 경우, 이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설문을 던져 보니, 53%가 찬성한다는 답변서를 내어 놓았다. 그런데 만약 조꼬위가 대선 출마를 위해 주지사직을 중도에 하차하는 경우, 후임 주지사는 바수끼 현 부지사가 승계하게 되는데, 사상 최초로 화교계가 수도 자카르타 주의 주지사에 등극하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조꼬위의 인기가 충천하자 정적들은 벌써 흠집내기 작전에 돌입하고 있다. 아직 대권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집권당을 중심으로 연합정파들까지 가세하여,‘자카르타 진료카드(KJS)’ 시행의 난맥상을 트집잡아 주의회가 주지사를 불러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2014년 대선고지를 향한 최대 분수령인 내년 4월 국선이 일년 미만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7월 대선도 일년 여 밖에 남지 않았다. 국선에서 각 정당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 대선대열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각 당과 대선후보들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며, 이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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