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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작은 일에도 쉽게 불안해지고 두려워합니다

똑똑! 고민상담실 작성일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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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불안한  아이
 
<사례 3 > 작은 일에도 쉽게 불안해지고 두려워합니다
 
우리 아이는 7살 여자아이입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소리가 요란한 장난감을 싫어했어요. 더 자세히 말하면 자동으로 움직이고, 소리 내는 그런 장난감을 싫어해요. 단순히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무서워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입니다. 요즘에는 잠들 때 틀어주는 클래식 음악도 싫어해요.매일 밤마다 동화나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자는데, 요즘은 동화만 들어요. 워낙 동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문제는 음악소리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시끄럽다고 귀를 틀어막아 버리거나 놀란 듯이 꺼 버리기도 해요.
 
첫 돌이 지나면서 자동차에 달린 스프링 인형이 흔들리는 것을 너무 싫어했어요. 4살때는 바람을 무서워했어요. 자기 머리나 옷자락은 둘째 치더라도 엄마 머리나, 엄마의 가방, 옷들이 날리는 것조차 싫어해서 바람 부는 날은 밖에도 나가지 않으려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바람이 무서운 건 나아졌는데, 얼마 전부터는 어떤 물건이라도 고장날까봐 무섭대요. 얼마 전 집 수도꼭지가 고장났다고 한참동안 울고불고 난리였어요. 무섭다면서 우는 아이에게 설명을 많이 해주니, 그게 더 무섭다고 울고, 하다하다 안되어서 엄마가 서두르듯이 “ OO야 우리 집에는OO말처럼 고장 날 게  너무 많다. 나가자.” 하며, 집 밖으로 나가자니까 또 울면서 “엄마, 그냥 고쳐서 쓰면 되잖아요.” 하더라고요.
 
아이가 워낙 어려서 겁도 많아 그런가 보다 싶어 그냥 두고 있었는데, 내년에는 초등학교 입학이다 보니까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 한 가지 의심이 되는 점은 아이가 어렸을때 제가 우울증상이 있었는데 그런 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요?
 
 
아이가 음악 들으며 잠을 잤는데 요즘은 클래식 음악을 싫어한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예전부터 듣던 클래식 음악을 갑자기 싫어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최근 들어 새로운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그 음악을 싫어하는 것인지요? 예전에는 음악을 들으며 잠을 잤다면 음악소리를 모두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는 클래식 음악이 아이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예를 들면 조용하게 흐르는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어떤 사람은 참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또 어떤 사람은 슬프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또는 클래식 음악(특정한 음악)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은 없었는지 (예를 들면, 소리가 갑자기 커져서 아이가 놀랐다던지, 아이가 싫어할 때 억지로 들려줬다던지)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이가 음악소리에 대한 느낌을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혹은 음악 소리가 싫어진 아이의 마음을 엄마가 헤아리고 공감해준다면 아이의 거부감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어머님께서 아이의 정서발달을 도모하기 위해 음악을 들려주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보약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역효과가 나는 것처럼 아무리 훌륭한 음악이라도 아이가 듣기 싫어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아이가 편안하게 느낄 때 엄마와 함께 느낌을 나누며 들으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아기가 태어나 접하게 되는 세상은 새롭고 낯선 것들로 가득 차 있답니다. 처음 경험해 보는 것들은 그것이 무엇이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낯설음에 대한 경계심도 불러일으킵니다. 경계하면서도 호기심을 가지고 어떤 사물을 관찰하거나 탐색하려할 때 그것이 자신이 예상하지 못한 반응 (예:갑자기 움직인다든지)을 보이면 아이들은 놀라거나 당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상황에 스스로 대처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에겐 두려움을 느끼게 할 수 있으며, 더군다나 예민한 성향을 가진 아이라면 그 두려움은 더욱 더 클 수 있습니다.
 
아이의 경우, 가만히 있던 자동차가 갑자기 움직이고 덩달아 인형이 이리저리 흔들거리면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의 움직임에 다소 긴장했던 (마치 놀이기구를 탔을 때 느낌처럼) 마음이 그 인형을 보면서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던 인형이 왜 갑자기 움직이는지 알 수 없고 자신이 차를 멈추고 흔들림을 막을 수도 없으니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또한 3세부터 7세 무렵까지의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정확한 논리적인 추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데 나름대로의 특징적인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특징 중 하나가 물활론적인 사고입니다. 즉 모든 사물이나 현상이 생명을 가지고 있고 살아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주변의 여러 현상, 우연에 의해 일어나는 일조차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찾아내려고 합니다. 입학 전 아동이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아이가 바람을 무서워했던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이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그 원인을 알 수 없고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바람이 무섭게 느껴질 수 있고 혹 그 바람이 나와 엄마를 해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 구체적인 실체도 없으면서 무엇인가를 움직이는 작용을 하기 때무에 그럴 수 있습니다. 더불어 TV등을 통해 바람의 무서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면 더욱 더 무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렇듯 발달적인 특성과 맞물려있는 두려움은 아이가 그 현상의  의미를 어떤 식으로든 이해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또한 불안이나 두려움은 자신을 보호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필요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위험한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불안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라면 그 원인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머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고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한 마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과 힘이 필요하지요. 그 힘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자신을 돌보는 사람(주로 엄마)과 안정되고 신뢰로운 관계를 맺게 되었을 때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되고 세상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면서 생겨납니다.
 
따님이 태어났을 때 어머님이 조금의 우울증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 때 아이를 어떻게 대하셨는지, 그리고 그 이후 아이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좀 더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 가톨릭대학교 아동∙청소년∙가족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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