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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에서 시를 읽다 60

채인숙의 독서노트 작성일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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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비
 
시. 안현미
 
 
아마존 사람들은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여자비라고 한다
여자들만이 그렇게 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우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울던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에게서 나던 소리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젖 먹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우는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의 목 메이는 소리
 
 
 
(출처: 이별의 재구성-창작과 비평)
 
 
NOTE*************
생전에 한번도 만난 적 없으나 흠모하고 좋아하던 이가 죽었다. 내가 그를 좋아한 것은, 그가 가진 유쾌한 웃음과 촌철살인의 유머와 본질과 핵심을 파악하고 있는 자만이 말할 수 있는 간결한 언어 때문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못 가진 자들의 이웃이었고 약자들의 편에 선 삶을 살았다. 그것만으로도 그를 좋아할 이유가 충분했다. 그래서 그의 죽음을 전해 듣고 하루종일 넋이 나간 느낌이었다. 내가 그를 이토록 좋아했었나, 스스로 의문스러울 정도로 충격과 슬픔이 컸다.
 
아마존에 내리는 여자비처럼 하루종일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녁에는 좋아하는 언니가 불러주어 둘이 앉아 술을 마셨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별달리 말하지도 않았고 다른 이야기들만 하며 맥주 두어 잔을 마셨지만, 저녁 시간에 술 한 잔 마시자고 부른 서로의 마음을 짐작했다. 언니 마음 속에도 아마존의 여자비가 종일 내리고 있었으리라.
 
우리는 누군가를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오늘 운다. 목이 메이도록 우는 것은, 보낼 수 없는데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대, 부디 잘 가시라. 평안 속에 드시라.
 
 
 
*채인숙 /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라디오와 TV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고, 인도네시아 문화 예술에 관한 칼럼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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