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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질문과 답, 뭐가 잘 사는 걸까요?

인재 손인식의 경영 탐문 작성일201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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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손인식의 경영 탐문 17
 
# 살아 열심히 잘 놀아야
# 자연이 곧 문인이요 화가
# 자연은 모든 이의 로망, 동경하면 현실이 된다.
# 자연과 웹, 소유하고 누려야
# 첫 생각이 천사의 생각
 
자연 즐기는 여인의 자연 속 일상 경영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숙소요, 시간은 영원한 나그네라. 인생이란 한바탕 꿈처럼 덧없으니, 이 세상에서 기쁨을 누린들 얼마나 계속 되리~(夫天地者 萬物之逆旅 光陰者 百代之過客 而浮生若夢 爲歡幾何~)”
 
시선으로 불리는 이백(701~762)이 쓴 <춘야연도리원서> 첫 대목이다. 봄날 밤 복숭아꽃 배꽃 만발한 정원에서 즐긴 놀이를 들추며 한 말이다. 뜻인즉, 노세 열심히 노세다. 그러니까 놀면서 또 놀자 타령이다. 그럴까? 살아 열심히 놀아야 할까?
 
“돌아가노라(歸去來兮)”
 
나 자연으로 돌아가노라! 중국 진나라 시인 도연명(365~427)의 대표작 <귀거래사> 첫 시작이다. 언제 되뇌어도 환희에 차고 가슴 찡한 외침, 나 자연으로 돌아가노라! 그런데 나이 41세에 하던 일 내던지고 실업자로 고향을 향해 떠나는 사람이 뭐 그리 가슴 벅차 세세를 향해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외쳤을꼬.
 
도연명과 이백, 둘은 살아 자연을 맘껏 누렸다. 실카장 즐겼다. 뉘라서 자연 더불어 사는 삶이 진수임을 모를까만, 그들에게 자연은 최상의 좋은 벗이었다. 지고한 스승이었다. 둘은 한때 관료와 정치에 발을 들였다. 거기서 꿈을 이루기를 꿈꿨다. 그러나 예나 지금, 동서가 뭐가 다르랴. 그들이 맛본 것은 권력이 있는 곳에 벅적거리는 권모와 술수.
 
아 아~ 그러나 그들은 거기서 환희의 선물을 받았어라. 물러나 자연을 누리는 은총을 그로써 입었어라. 그리고 그들은 자연이 주는 희열을 결대로 노래했나니, 자연의 섭리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자연 속에서 노니는 멋과 맛을 뭇 사람들에게 아름 크게 안겼나니 그들은 진정 하늘의 명을 올바로 행한 것이 아닐까.
 
▲ 집근처 텃밭이 즐거운 놀이터인 지연 김혜정 아사
 
▲▼ 틈이나면 정원과 주변을 손수 가꾸는 지연 아사. 혹자는 사서 고생을 한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즐기기다
 
 
자연 더불어 살기
 
“자기가 무슨 예술가야? 글 쓰는 문인이 아니잖아? 그림 그리는 화가도 아니고. 그런데 그 외진 곳에 들어가 뭘 하며 살겠다는 거야? 친구도 멀고, 시장도 멀고, 특히 병원도 먼데 어쩌려고 그래?”
 
친구도 지인들도 다짜고짜 말렸다. 김혜정(67. 아호 지연), 그는 주변의 염려가 참 고마웠다. 그러나 자연과 더불어 살자는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가 실천의 대가라는 것은 두루 인정하는 바다. 마음먹은 바에 별 주저함이 없다. 즉시 실행 돌입이다. 그러니까 자연을 벗 삼아 살겠다는 그의 일념이 주위의 염려를 이겨내는 것은 정해진 순서였다. 그는 자연을 품에 안기에 충분한 넉넉하고 굳센 품을 가졌다.    
 
“남편 덕이죠. 도시를 떠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도 남편이에요. 집을 고르고 매수하는 과정 모두 남편의 힘이죠. 집수리를 끝낸 다음 처음에는 주말에만 오갔죠. 그런데 살아보니 상상 초월이에요. 참 좋았어요. 주말에 오면 월요일 아침에 도시로 돌아가기 싫더라고요. 얼마 아니 가서 온전히 이사를 하기로 했죠.
 
주 중 5일을 출퇴근해야 하는 남편은 길이 멀어 불편할 텐데도 먼저 서둘렀어요. 이사를 하자 저는 전보다 더 분주했어요. 즐겁게 바빴지요. 이사와 산 지 벌써 4년을 넘겼네요. 요즘은 친구들 만나러 시내에 나가는 것까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병원 먼 것이요? 다 기우예요. 병원 찾을 일이 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풍치 좋은 곳에 살다 보니 아플 일도 훨씬 덜 생겨요.”
 
▲ ▼ 지연 아사 부부가 사는 레인보우 골프장 내에 자리한 빌라 외부와 내부
 
 
▲ ▼ ▼ 지연 아사 손길로 꾸며진 앞 뒤 정원
 
 
 
그가 현재 사는 곳은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약 60여km 거리인 레인보우 골프장 내에 자리한 빌라다. 초록 숲 바다처럼 펼쳐진 곳, 보고르 시내와 센툴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멀리 자카르타까지 막힘없는 공간이 펼쳐진 곳, 왼쪽으로는 시시각각 현란하게 변모하는 수려한 살락산(고도 2216m)이 어깨를 겨루고, 오른쪽으로는 잔잔히 납작 엎드린 하일랜드 골프장이 발걸음을 유혹하는 곳. 그의 아호 지연(芝然)의 바탕이 된 곳이다.
 
지연 아사는 문인이 아니어도 기쁘다. 화가가 아니어도 즐겁다. 아침 산책길마다 그는 시인이 된다. 왕유의 자연 예찬 시가 즐비한 풍경 때문이다. 통통 튀는 시어, 이슬방울을 깨우는 시어들을 만나는 것은 환희다. 화가가 되는 것도 잠깐이다. 손가락으로 프레임 설정만하면 곳마다 펼쳐지는 햇살 빗긴 풍경화, 낭만 풍경화의 대가 호머의 찬란한 명화들이 그의 눈앞에 줄을 선다.
 
뉘라서 자연을 마다하리. 자연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 뉘 있으리. 자연 좋아하지 않는 사람 없거니 오직 안타까운 것은 까닭 따라 즐기지 못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음이다. 더러는 용기와 실천이 필요할지니 지연 아사(雅士)의 용기와 실행을 이 글에 담는 사유로 조금도 부족하지 않으리라. 하니 이 아니 애달프랴 그리도 간절히 자연의 품을 그리워했던 시인 노천명.
 
시인은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다고 외쳤다.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살고 싶어 했다. 밤이면 부엉이가 울어도 별 더불어 외롭지 않을 것이라 했다.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면 여왕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 속삭였다. 그러나 시인의 자연은 시 속에서 걸어 나오지 못했다. 그 시속 풍광을 오늘 온전히 누리는 여인이 있으니 그가 바로 지연 아사가 아니랴.
 
빌라를 감싼 울타리엔 노천명 시인이 가꾸고자 했던 들장미 대신 산호덩굴이 흐드러졌다. 이꽃의 인도네시아 이름은 신부의 눈물(Mata Air Pengantin)이다. 부모를 향한 고마움, 신랑을 향한 사랑이 뭉쳐 신부의 뺨을 타고 흐르는 감격의 눈물과 닮았다는 의미겠다. 귀엽고 깜찍한 꽃, 지연께서 늘 자랑하는 꽃이다.
 
▲▼ 빌라를 둘러친 울타리에 흐드러진 산호덩굴과 그 꽃
 
 
박 넝쿨 뻗치고 오이가 주렁주렁할 곳엔 마르끼사와 빠빠야, 바나나, 실삭과 낭까가 탐스럽다. 앞뒤 정원엔 주인의 사랑을 받는 꽃들이 년 중 쉼 없이 핀다. 갖은 자태로 한가롭다. 넉넉하게 들고 나는 햇빛과 흡족한 강우량은 자연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연께는 감동을 바친다. 조석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이 때마다 들려주는 다른 곡조 콧노래는 덤.
 
엄동설한을 겪지 않는 벌레들, 벌레들마저 좋은 환경에 순화되었을까? 사위가 어두워져도 불빛을 탐하지 않는다. 맑고 서늘한 지연의 영역에 침범자가 되고 싶지 않은 게다. 훼방꾼으로 미움받고 싶지 않은 게다. 풀숲으로 숨어들어 낮은 톤의 노래를 시간처럼 흘린다. 냉난방기 이름을 몰라도 되는 지연 아사 부부의 서늘한 하루와 한 달, 그리고 일 년이 그렇게 유유히 흐른다. 아~ 낙원이라 쓰지 않으면 무엇이라 적으리.
 
▲ 뒷 정원 실삭나무에 달린 실삭 열매
 
동경은 현실이 되고
 
“83년도입니다. 남편이 인도네시아 주재원이 되면서 함께 오게 됐어요. 저는 대학 졸업 후 약 10여 년 몸담았던 교사를 사직하고 한국을 떠나왔죠. 현실이 여의치 않아 실행은 못 했지만 한국에 살 때도 늘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로망이었습니다. 자연과 인접한 서울 외곽지를 늘 마음에 두고 살았어요.”
 
그는 이화여대 사범대학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했다. 한국을 떠나올 때 교사직을 훌훌 털고 왔지만,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뒤 얼마 아니 가서 다시 가르치는 일과 인연을 맺었다. 지금의 한국국제학교(JIKS) 설립 초기부터 강단에 섰다.
 
“여기 와서도 교단이 성큼 다가왔어요. 처음에는 주인니 한국대사관 옆 코리아 센터에 간이로 설립된 한국학교(현 JIKS) 강사였지요. 봉사나 다름없었어요. 당시 상황이 그랬거든요. 그렇게 시작한 교사 생활이 인도네시아에서 다시 10여 년이나 계속됐어요^~^. 그러다가 2천 년 나이 50에 들어서면서 몇 가지 고려 끝에 그만두었지요.”
 
지연 아사 댁과 필자의 집은 자동차로 5~6분 정도 거리다. 가장 가까이 사는 한국인 이웃이다. 물론 자주 만난다. 문을 마주 보는 도심 아파트 이웃보다 덜하지 않을 거다. 서로 오가며 차와 식사, 한 잔 술 등 오붓한 파티가 잦다. 더러 각자 맞이한 손님과 공동으로 어울리기도 한다. 미리 약속하지 않은 주말에도 만날 때가 많다. 아침에 마음을 맞춰 오후 부부 골프 라운딩에 나서기도 한다. 주변 다른 이웃들과 주말 모임을 함께 할 때도 잦다. 이젠 정기 모임도 생겼다.
 
지연 아사 댁은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부군께서 가정식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언제라도 판 벌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지연의 적극성 때문이다. 손님은 원근을 가림이 없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지인들을 비롯해 한국이나 제3국에서 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때마다 지연의 적극적이고 부지런함은 손님에게 행복한 시간을 한 아름 안긴다. 근처에 빌라 한 채를 더 장만한 뒤부터는 손님 또한 더욱 많아졌다.
 
“생각지도 않았던 게스트하우스가 마련된 거예요. 첫눈에 마음이 끌렸던 집입니다. 다만 그 당시는 매물이 아니었지요. 이사와 사는 데 사지 않겠느냐고 제의가 온 겁니다. 조건이 맞아서 남편 친구와 공동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샀어요. 수리하고 나니 좋았어요. 그래서 지인들에게 틈나면 사용하라고 소문을 냈지요. 그러나 한참이 뜸했어요. 최근 주말에는 오고 싶다는 손님이 좀 늘었어요.”
 
▲ 손님이 오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꾸민 게스트하우스
 
자연 즐기기, 희생과 용기 필요
 
이웃의 눈으로 본 지연께서는 그야말로 원기 왕성이다. 바쁨을 그리 즐길 수 있을까 싶다. 빌라 둘의 내부는 그의 손길이 닿아 정갈하고 정겹다. 정원은 물론 주변 노는 땅까지도 꽃으로 덮이고 채소가 자라며 과실이 익는다. 혹자는 사서 고생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즐기기요 성취다.
 
“찾아오신 분들과 통하는 데가 많아요. 모두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평소 자연을 즐기지 못하다가 모처럼 시간을 내 훌쩍 떠나온 분들이잖아요. 공통분모가 많아요. 방향 다른 이야기마저 흥미 넘치고요. 그러잖아도 지루할 틈이 없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늘 새롭고 즐겁죠. 맑고 한적한 곳, 툭 터진 공간에서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것이 얼마나 복인지 자주 느껴요.
 
한 번은 뭐가 잘 사는 걸까요? 하고 물었더니 상대방이 뭐가 잘 사는 걸까요? 하고 되묻더라고요^~^ 저는 서슴없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잘 사는 거라고 말했죠. 자랑질 같지만, 이곳에서 사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사는 사람만이 속속들이 장단점을 알잖아요. 살면서 좋은 것을 많이 느끼다 보니 솔직히 일정 부분 내려놓고 자연과 더불어 살기를 권하게 돼요.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자연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약간의 희생과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交然(교연)/ 자연과 교유하다. 水魚之交 悠然自適(수어지교 유연자적)
물과 물고기가 교유하듯 세상에 구속됨 없이 스스로 마땅하게 살지니
무술년 입하 인재 손인식 작
 
빌라는 10~15명 전후 소수 모임 장소로 적격이다. 가까운 골프장 때문에 일정 기간 사용하기를 원하는 팀도 있고, 1박 2일 연수를 위한 모임도 있다. 매 월요일이면 기수련 팀의 아지트다.
 
“김혜정 선생님은 저와 나이차이가 많지 않아요. 근데 늘 푸근한 친정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이든 아낌없이 주시기 때문이겠지요.”
 
“한 마디로 열정 넘치는 에너지! 나눔과 베풂의 실천자이시죠. 강력한 추진력 또한 그 누가 따를 수 있을까요?^^. 솔직함과 당당함에다가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 어디서 다 샘솟는지 몰라요.”
 
“동생들을 책임지는 맏언니 같은 모습이지요.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그렇게 즉각적으로 챙기시는지 놀라울 뿐이지요. 처음 떠오르는 생각이 천사의 생각이라는 속설이 있잖아요? 자꾸 생각하다 보면 내면의 솔직한 음성보다는 이성과 계산이 개입하니까요. 그런데 김혜정 선생님은 스스로 그럴 여지조차 허락하지 않는 분이세요.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건강한 에너지 넘치게 받아 갑니다^^”
 
사람은 달라도 지인들의 지연 아사를 향한 느낌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연께서는 아직 나누고 싶은 에너지가 많다. 형편이 어려운 산마을 아이들에게 방과 후 한국어나 영어를 지도하기 위해 기회를 만드는 중이다. 이를 위해 동사무소 관계자와 몇 차례 이야기도 나눴다.
 
빌라 근처 큰길가 목 좋은 곳에 카페도 준비하고 있다. 주말이면 산악 오토바이나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무리가 그 대상이다. 그들에게 한국 음식의 참 맛을 맛보일 기대로 들떠 있다. 시설을 마치면 현지인을 잘 지도하여 운영하게 할 생각이다. 물론 수익은 뜻있는 일을 찾아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  손수 가꿔 수확한 과일을 이웃이나 찾아온 손님과 나눌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다는 지연 아사
 
“자연을 들여다보면 참 놀라워요. 나눔의 근원이 거기 있는 거 같아요. 자연처럼 추호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나눔 있을까요?”
 
지연 아사의 나눔에 대한 정의다. 자연 더불어 살며 태생인 그의 나눔이 더욱 커졌다. 자연을 닮아가는 것이리라. 그는 그가 가꾸는 나무에 과실이 맺히고 자랄 때면 가슴이 설렌다고 말한다. 손수 가꿔 수확한 과일을 이웃이나 찾아온 손님과 나눌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다는 의미다. 뒤뜰에 실삭과 빠빠야가 익고 앞뜰에 바나나가 부쩍 커지면 그는 나눌 사람부터 떠올린다. 찾아온 손님이 소유권을 지정해 놓고 가기도 한다.
 
그에게 손님은 손님이 아니다. 모두 가족이다. 처음 찾아오는 이들까지도 가족과 다름없는 나눔의 대상이다. 그는 오늘도 어느 조그만 산골이 아닌 풍광 아름다운 인도네시아 산마을에서 이름 있는 여인으로 치열하고 새뜻하게 산다.  
 
  
※ 이 프로젝트는 <자카르타 경제신문>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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