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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다름, 옳고 그름의 판단 대상 아냐

인재 손인식의 경영 탐문 작성일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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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의 경영 탐문 10
 
# 동질감 팍팍, 투지 활활
# 인도네시아 호주국제학교 AIS
# 시스템과 규칙이란 서로를 위한 안전장치
# 실패, 참다운 성장 동력
# 배움, 그칠 수 없는 것
 
 
- 인도네시아 호주 국제학교 이성숙 교사의 교육 경영
 
“딱 내 스타일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이성숙 선생(58)이 자카르타 호주 국제학교(Australian Independent School) 첫 방문 시 그의 뇌리에 훅 파고든 느낌이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느낌 물씬 풍기더라고요. 근무를 시작하자 체감이 더 좋았어요. 다양성과 제 전문성의 가치를 인정해주니까요. 제 경험과 상식 위에 약간 색다름이 꿈틀거리니까 아주 신선했어요. 특히 저는 지금 EAL(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담당이거든요. 비영어권 국가 학생들 영어교육 전담이에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비영어권 나라 학생들 영어에 대해 사무침 말 안 해도 느껴지는 거. 제 동질감 팍팍 자극합니다. 어떻게든 영어의 산을 넘도록 도와줘야겠다는 투지 활활 타고요^^~^^”
 
쾌재다. 서두부터 귀가 쫑긋 선다. 그가 들려주는 생생한 국제학교 교육 현장 이야기, 이성숙 선생을 꼭 인터뷰하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거다. 그는 호주 계 국제학교(이하 AIS)의 교사로서 주어진 권한을 즐기되, 반면 역할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다 했다. 공동체를 위해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한다 했다. 아이디어를 내면 그에 대해 최대한 써포트가 발생하고, 역할과 전문성에 관해 충분히 배려가 따른다 했다. 자부심 충족이 손에 잡힐 듯, 암튼 흥미 고조다. 질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안의 호주식 교육제도를 펼치는 학교잖아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한국인으로서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었나요?”
 
“공동체는 어디나 나름의 시스템이 있잖아요? AIS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비교적 명확하고 투명한 시스템과 규칙이 있습니다. 이것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공동체 일원 모두의 것이고요. 모두 존중하고 잘 지키면 서로에게 안정을 안기는 아주 좋은 장치죠.”
 
‘다름’이란 옳고 그름과는 다른 차원
 
AIS의 한국 학생 비율이 약 20%라 했다. 나머지 80%도 다국적이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그래서 흥미를 끄는 부분이 있다. 문화충돌이 비일비재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혹자는 짓궂다 하겠는데 문화와 개인의 차가 어떤 형태로 융합하는지 알고 싶은 것보다 어떻게 충돌할지 그게 더 궁금하다,
 
“맞아요. 분명 흥미로운 구석이 많죠. 저도 그래서 더 재밌어요. 그런데 어쩌죠? 호기심 충족이 안 되겠네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거든요. 서로 다름을 인정하니 충돌이 일어날 리 없죠. AIS는 문화나 개인의 다름이란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동체입니다. 문화나 개인의 고유함이 간섭받기보다 존중받는 거 누구나 바라는 바 아닐까요?”
 
아 우문에 현답이다. 단순한 현답이 아니라 강한 교훈을 지닌 답이다. 동일 민족이나 하나의 문화권에서 사는 사람들이 꼭 배워야 할 점이다. 다양성이란 동일 민족이나 한 국가 안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개인은 모두 개성을 지녔다. 그러므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어디서나 꼭 필요하다. 그러나 세상 시류는 그렇지 않다.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미 알고 있다는 이유로 지켜야 할 것에 소홀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것은 갈등을 야기한다. 현자마저 고향에서 대접 못 받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숙제일까?
 
配慮(배려)/ 2018년 3월 인재 손인식 작/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 다름은 옳고 그름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
배려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하면 충돌이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호기심을 그냥 잠재울 수는 없다. 아무리 시스템이 좋아도 또 규칙이 엄격해도 사람 사는 사회에서 가끔 돌출하는 문제점 왜 없으랴. AIS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규칙을 어길 때 어떻게 대처할까?
 
“모든 사람이 어디서나 나름 권리를 누리듯 따르는 것이 책임이죠. AIS도 다르지 않습니다. 학생의 잘못이 확인되면 반드시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합니다. 다만 벌의 개념을 지우려 하지요. 그마저 교육과정의 하나로 여깁니다. 규칙을 어긴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상대방이 느꼈을 감정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합니다. 아울러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그에 관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함께 이야기합니다. 이런 학습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고 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 뒤따르는 다음 단계 조치가 있음을 명확하게 제시합니다. 이 과정은 정도에 따라 학부모가 관여하기도 합니다. 가정과 학교가 하나가 되어 학생이 소중한 학습기회를 긍정적으로 잘 살릴 수 있도록 써포트합니다.”
 
사람의 성장 동력은 참 다양하다. 한편으론 얄궂다.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 더 절실히 배우고 크게 교훈을 얻는다. 시스템을 존중하며 규칙을 인정하고 따라야 서로가 안정을 얻는다는 것도 실패를 통해 더 많이 배운다. 성공을 위해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를 소중히 참고하는 것도 이런 이유리라.
 
실패, 참다운 성장 동력
 
“가르치는 일이 제 운명이었을까요? 대학(인하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학과)을 다닐 때부터 그침이 없었어요. 교회 주일학교, 방학 때 봉사활동이 모두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었지요. 가정 형편이 교직 시험을 준비하고 기다릴 수 없었어요. 대학을 졸업식을 하기도 전 일을 시작했는데, 그 또한 영어 교육을 병행하는 출판사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재밌고 효과적으로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그때부터 제게 늘 고민이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살아있는 언어여야 한다는 것도 그때부터 숙제였고요.”
 
 
 
이성숙 선생, 그는 1991년 부군의 일과 함께 인도네시아와 조우한 이후 지금껏 눌러 살았다. AIS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1994년부터 무려 13년간 자카르타 한국 국제학교(JIKS)의 초등부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JIKS 또한 영어 과목을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들이 상당수였죠. liaison, 즉 연결과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제가 그 일을 맡게 되었지요. 학교 행정이나 학생들의 상담 등 섬세한 부분에서 상호 이해가 우선이라는 생각했습니다. 저로서는 좋은 경험을 쌓는 기회였던 겁니다. 그러던 중 2007년 호주 국제학교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AIS에 한국 학생 숫자가 증가한 즈음이었지요. AIS는 저를 원어민 교사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임용했어요. 문제 해결, 특히 소통에 대한 AIS의 노력이 부각되는 부분이지요.”
 
필자가 이성숙 선생을 만난 것이 2003년, 필자가 자카르타 활동을 막 시작했을 때다. 선생께서는 그때 한인 미술동호회 회원으로 그림 그리기에 열중이었다. 그는 첫인상부터 밝았다. 활달함이 도드라졌다. 그의 에너지는 어디서나 활력일 것이거니와 인도네시아 활동 초년병이자 중 3 딸을 국제학교에 전학시킨 필자로서는 그의 스치는 한마디도 참 좋은 조언이었다.
 
“인도네시아에 살게 된 거 엄청 감사하죠. 제 나름의 자유 만끽이고요. 삶에서 선택의 폭도 넓었어요. 큰 어려움 없이 다양한 경험을 했고요. 다양한 문화와 접촉하며 이해의 폭도 넓게 쌓았습니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요. 여행,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 에어로빅, 뜨개질 등 취미도 고루 즐겼어요, 요즘은 바느질에 푹 빠져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시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게 되는데, 앞으로 즐길 자유와 여유에 대해서도 기대가 큽니다^~^”
 
 
이 인터뷰를 계기로 필자는 무려 15년여 만에 이성숙 선생을 다시 만났다. 선생은 여전히 활발하고 전과 다름없이 밝았다. 국제학교 영어교사가 체질인 때문일까? 그러므로 그가 날마다 즐겁게 꿈을 펼치는 AIS의 장점들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AIS는 포괄학교(Inclusive School) 특성이 강합니다. 모든 학생이 가지고 있는 학습 능력을 올곧게 수용하고 아울러 발전하도록 적극적으로 돕습니다. 특히 학습지원 센터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여러 가지 특수 과정을 통해 써포트합니다. 물론 영어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죠. EAL, 즉 개인학습 프로그램이 체계를 갖춘 학교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지금은 영재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ILP)도 추진 중입니다.”
 
상식과 특수성을 둘 다 아울러야
 
“늘 다음 과정을 생각하게 이끌지요. 학생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아보도록 유도합니다. 어떤 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 탐구하도록 돕고요. 토론하고 시도하고 반성하는 과정의 반복이랄 수 있겠는데, 성취감을 느끼는 기회를 늘려나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가끔 안쓰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그가 맡은 다국적(EAL) 학생들 때문이다. “그들도 모든 수업을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들어야 합니다. 원어민 학생들보다 두 배 노력해야 하죠. 물론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거뜬히 이겨냅니다. 시간과 노력의 힘이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창출하는지 흠씬 느끼게 하죠. 그래서 저는 항상 믿습니다. 한 때의 어려움이 장차 꿈을 펼칠 위대한 힘이라는 것을요.”
 
 
 
 
그는 모든 학생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것이야말로 교사의 사명임을 역설했다. 모든 교육 과정이 존재가치를 스스로 드러내는 창의적인 인간이 되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타국의 타 국적 국제학교 교사이니 고충 한 줄기라도 털려 나오기를 기대했더니 그마저 영 빗나갔다. 준비한 위로 한마디 차게 식고 만다.
 
“저 자신이 먼저 유연해져야 합니다. 상식과 보편은 당연히 아우르되 특수성도 포괄해야 하고요. 다국적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새로운 프레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제가 편견이 없어야 하지요. 학생들과 생각의 키를 맞춰야 하고 포용력 넘치는 다국적 학부모가 되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왜 힘들 때가 없겠어요. 다만 노력을 그치지 말아야 하죠. 직업을 떠나 보람과 에너지를 얻을 때가 더 많으니 제가 천생 교사인가요?^~^”
 
AIS에서 그의 역할은 슈퍼우먼이다. 맡은 과목 이외에 Korean Community 코디네이터를 담당하고 있다. AIS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모든 한국 학생과 학부모들을 돕는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번역, 통역, 회의 참석, 상담 등도 그의 몫이다. 그가 자청하여 즐기는 일이 또 있다.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활동이다.
 
 
배움, 그칠 수 없는 것
 
“몸과 마음 경영 방법이요? 시간을 정해 기수련을 합니다. 몸과 마음의 이완시키는데 그만한 방법이 없음을 느낍니다. 저는 저와 자연 안에 공동으로 내재한 본질이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 볼 수 없는 것들과 내 몸과 마음을 소통해보고자 합니다. 그 위대한 힘을 알아차려 체험해보는 것이 곧 저를 알아 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새로운 취미 활동이 뭐 있을까 하고 찾는다고 했다. “배움을 그칠 수는 없죠. 다만 모든 것을 놀이의 범주 안에 놓고 즐기려 합니다.” 의외였다. 그에게도 크고 작은 실패와 어려움이 더러 있었다 했다. 글로벌 경험 풍부한 교사이니 자식 교육에 관한 한 달인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그마저도 한 때 시련을 겪었다 했다.
 
“교사 경험이 부모 역할에 도움이 된 건 틀림없어요. 근데 그 반대 부분도 커요. 욕심 때문이죠. 아이 사춘기 때 서로가 고통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이해보다는 가르치려는 의도가 앞섰어요. 완벽한 엄마 역할을 해주겠다는 욕심 때문에 유연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제가 아이의 입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자칫 부모와 사랑하는 자식 사이에 장벽이 생기겠더라고요. 엄마로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수밖에 없었지요. 아이의 성장과 함께 엄마도 함께 성장하더군요. 지금은 아이가 제 선생이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타는 상생의 원리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병법의 최고봉, 자카르타 호주 국제학교 AIS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 교육하는 이유리라. 모든 존재와 일에는 반드시 ‘그렇게 된 까닭(所以然之故)’이 있다. 바로 고유함이다. 그 고유함이 바로 존중의 대상임을 AIS와 이성숙 선생을 통해 다시 느끼고 확인했다. 끝으로 한마디 더 물었다.
 
“제 영어 습득이요? 과정과 노력을 다 거쳤죠. 원어민들과 함께 일하고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교유하면서 제법 능숙해졌고요^^~ 언어라는 장벽만 넘으면 다를 것이 없는 것이 사람 관계인 것 같아요.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사고의 깊이와 경험의 넓이가 중요하단 생각을 합니다. 이해를 동반한 소통이어야 하고요. 제가 늘 학생들에게 하는 말은 영어가 좀 서툴러도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겁니다.
 
누군가에게 촉진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임을 밝히는 이성숙 선생, 긴 시간 알찬 이야기를 들려준 선생께 깊이 감사드린다.
 
   
※ 이 프로젝트는 <자카르타 경제신문>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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