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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와인의 최고 안주? 바로 이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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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손인식 느낌과 새김
작성자 편집부 댓글 1건 조회 8,995회 작성일 2017-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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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부부의 인상파식 여행] 아! 이베리아 반도 ⑫
 
"우리가 그동안 마신 와인이 약 50병 정도...?"

"아닙니다. 여행 첫날 마드리드 숙소 근처 한국식당에서 저녁 식사 때 뚝딱 해치운 그 네 병을 시작으로, 오늘이 여행 열 하루째 지금 이 자리까지 70병을 훌쩍 넘겼어요."
 

이상하다. 항상 한 자리에서 함께 소비한 것인데 왜 그 숫자가 다를까? 이유는 간단하다. 애호의 정도 차이다. 맛나게 아껴 마신 길동무가 기억한 숫자 다르고, 체질적으로 주량이 적은 길동무, 그중에서도 여성 길동무가 기억한 숫자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  스페인 마트의 와인 코너에 진열된 와인들
ⓒ 길동무

와인은 이번 길동무 여행 중 거의 모든 점심과 저녁 식사의 반주였다. 와인 본고장으로서 값도 쌌지만, 맛도 좋고, 종류도 많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더 구체적인 이유는 길동무의 여행 분위기다. 술 한두 병으로 누구의 눈치를 볼 만큼 벽을 둘러친 사이가 아닌 것이다. 주사를 부리는 사람이 없는 것도 원인이다. 과하다 싶으면 알아서 자제하는 귀여움(?)을 다 아는 사이 아닌가. 
 
"그래도 그렇지 여행이 무슨 술 캐치야?" 

술 캐치? 그럼 그렇지 어느 아내의 남편을 향한 센스 넘치는 타박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어쩌랴. 그 아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길동무 여행 분위기를. 게다가 값싸고 맛 좋은 것은 누구도 차마 떨치기 어려운 아름다운 이유 아닌가. 선택을 바라며 늘어선 많은 와인 종류, 어느 정도는 섭렵해줘야 예의 아닌가. 이 만나기 쉽지 않은 기회란 누구도 차마 외면하지 못할 설레는 명분 아닌가.   

근데 이거 말고 또 하나 이유가 있는 거다. 가이드 이 선생이다. 이 남자 틈날 때마다 날리는 요리 강의도 별났지만 와인에 대한 식견도 어지간하다. 포도밭을 지날 때가 아니래도 와인에 대한 질문이 있을 때면 그야말로 신바람이 났다. 길동무 여행을 이베리아 반도의 와인과 단단히 인연 맺어주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 같다. 실제로 길동무는 와인을 통해서 이베리아 반도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베리아 반도의 햇빛과 지중해를 넘나드는 바람의 정기가 와인으로 압축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  와이너리의 와인 판매대에 꽂힌 와인들
ⓒ 길동무

"와인의 특성상 물 한 방울 안 섞입니다. 포도즙 100%의 자연 음료지요. 곧 와인은 '천연 영양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술적으로도 당분, 비타민, 각종 미네랄, 타닌 등 300여 가지 영양소가 함유됐다고 하니까요. 특히 와인은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술 대부분이 산성인 것과는 다릅니다. 그래서 와인을 마시면 칼슘 흡수를 도와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노년층 남자나 폐경기 이후 여자에게 특히 좋다고 합니다."

모르긴 해도 그가 한국에 살았으면 전국에 산재한 막걸리를 그렇게 선전했을 듯싶다. 술을 마시면 대부분 사람은 몸과 마음이 조금은 너그러워지고 호기로워진다. 그러니까 술을 즐기는 것이지만 사실 술로 인해 너그러워진 마음, 내면으로부터 일어난 호기를 즐기는 것이다. 

"저기 봐요. 서비스하는 저 언니 너무 피부 좋지요." 

여성 길동무 류프카씨의 속삭임이다. 어느 모로 보나 류프카씨도 만만찮은데 아마 그 여성의 젊음이라든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으리라. 아무튼, 여성이 모르는 여성을 향해 평가하는 '아름다움' 이거 진짜다. 근데 이게 어느 정도는 와인 몇 잔 마신 영향도 있을 것이다. 같은 말인데 방향 다르게 토를 다는 사람이 있다. 복 나눔씨다. 

"레드와인은 안 마셨나? 피부가 맑네요." 

부인이 옆자리에 있는데 다른 여성을 칭찬한다. 이 역시 술의 힘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행과 술은 참 멋진 조화다. 일상의 막힌 벽을 깨고 나와 조금은 풀어진 마음을 즐기는 것이 여행인데, 술이 그것을 더욱 돕지 않는가. 그러므로 여행과 술을 잘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애주가가 아닌 길동무까지도 찬성하는 바다.  

"와인의 최고 안주가 뭔 줄 아시죠? 좋은 벗과 좋은 이야기입니다."

가이드 이 선생이 길동무 듣기 좋으라고 공수표를 날리는 것은 아니리라. 나는 평소 그냥 마시는 것을 즐긴다. 누구를 만나서 마시든 대화를 하며 한 잔 마시는 시간을 매우 즐긴다. 종류 또한 청탁불문, 술 대부분을 좋아한다. 다만 서예가로서 작품을 하는 것 외에는 심각한 것을 싫어하는 성미인지라, 와인에 대한 책에서 밝히는 것처럼 마시는 데 규칙을 지켜야 한다거나, 그 종류와 이름을 외우는 것에 특별히 관심을 쏟는 편이 아니다. 
 
▲  고속도로 휴게소의 와인 코너
ⓒ 길동무

그러므로 가이드 이 선생이 애써 설명한 와인 제조법이나 분별, 종류 등 많은 이야기를 상세히 여기에 옮기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단어만 치면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훌륭한 와인 이야기들을 능가할 수 없음이기도 하다.  

대신 와인에 대해 참고할 성경 이야기 하나 덧붙인다. 2천 년 전 예수가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로 와인을 만든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마땅히 믿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술 좋아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성경 속의 와인 사건이 주는 교훈 하나 들춰보고자 한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잔칫집에 술이 떨어진 것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었을까? 잔치가 끝나기도 전 주인이 준비한 술이 다 떨어졌으니 그 잔치가 어지간히 흥겨웠던가 보다. 그럼 그냥 인제 그만 파하라고 훈계를 했어도 되는데 예수께서는 그 흥을 깨기 싫으셨을까? 이 이야기가 성경에 수록된 것은 '마음 쓰기 방법론'을 설명하기 위한 이면 때문일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것은 곧 창조론에 대한 가르침이기도 하다. 필요하다면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도 될까? 아무튼,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면에 창조성을 소유하고 있으니 필요하면 상황과 장소를 불문 필요한 마음을 활용하라는 가르침 아니겠는가? 

사람에겐 누구나 신의 속성이 있다고 한다. 사람에게 부여된 신의 속성은 과연 무엇일까? 흰 바탕이라고 규정해보자. 아무 그림도 없는 흰 바탕, 마침내 자기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바탕. 그 흰 바탕은 여행 중 더욱 순수해진다. 몇 잔의 와인으로 '마음 쓰기 방법론'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다. 

길동무가 여행 중 처음 포도주 제조장(와이너리, winery)을 방문했던 것은 4년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름다운 도시 케이프타운에서다. 거기도 포도밭이 지천이었고 아울러 와이너리도 곳곳이었다. 와이너리 탐방이 감동적이었던 것은 아마도 처음 탐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길동무를 안내했던 이도 와인에는 일가견을 갖춘 사람이었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의 집에 설치한 와인바였다. 더 놀라운 것은 와인바 옆에 설치한 브라이(Braai, 양고기구이)를 위한 벽난로였다. 
 
▲  적정 온도에서 숙성기간을 거치고 있는 오크속 와인
ⓒ 길동무

거기서 직접 구워준 브라이와 더불어 그날 밤 그의 와인바를 휑하게 만들고 말았는데, 그것을 길동무들의 와인 애호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의 와인과 브라이 예찬이 케이프타운의 알싸한 겨울밤을 브라이 구이보다 더 고소하고, 향기 넘치고 맛좋게 숙성된 레드와인보다 더 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와이너리 탐방은 박물관 방문만큼이나 흥미롭다. 설립자에 대한 존중이나 특별한 것을 개발한 사람의 와인 편력을 정리해놓은 일목요연한 자료들이 마치 작가의 프로필 같다. 창고에 쌓인 숙성중인 와인 오크, 시간을 삭이고 있는 그 풍경이란 와인 큐레이터라 할 수 있는 안내자의 설명이 아니래도 박물관에서 작품을 대하는 느낌이다. 

와이너리의 중심은 역시 와인이다. 제공한 와인이 여섯 가지였는데, 여섯 가지 맛과 향이 모두 달랐다. 와인의 향과 맛이 그처럼 미세하고 또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역시 그렇게 한 자리에서 실험해보는 것 이상이 없으리라. 

웬 와인 이야기가 이리 길까 하는 혹자가 있을까 싶어 변명 삼아 덧붙인다. 우리가 여행지에서 만나는 수많은 유물은 어느 것도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 존재로서 역사와 시간을 드러내며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인물들의 이면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부분이 있었는가 하면 어느 부분은 실망할 구석도 있다. 

▲  여행 열 하루째 그라나다의 호텔에서 여성 길동무들의 내일을 위한 건배
ⓒ 길동무

성스러운 것은 바로 그 이유로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있다. 딱히 이유를 댈 수 없지만 때로 마음을 짓누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미술관에서도 스스로 조금은 엄숙해지고, 성문을 들어갈 때도 말소리를 낮추게 되지 않던가. 심지어 로마 시대의 유적이나 주인공의 이름 정도나 기억할까 말까 한 동상 앞에서도 옷깃을 가다듬고 자세를 바로잡게 되기도 한다. 

역시 여행자가 등 기대고 편히 앉아 기를 살리는 시간은 둘러 앉아 한 잔 마시는 술시다. 여독을 삭이고 일행을 어우르는 한 잔의 술, 또 여행기 중 술 이야기도 어찌 활력이 아니랴.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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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전설님의 댓글

가을의전설 작성일

흥미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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