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나들이] 붓 끝, 먹물 그리고 인생/ 익조 최태립 > 자필묵연 自筆墨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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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나들이] 붓 끝, 먹물 그리고 인생/ 익조 최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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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5-09-26 10:20 조회 19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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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조 최태립(益祚 崔泰立)  

한국해양대 경영학과 졸

동남아해운 인도네시아 지점장 

ITL(선박 Agency) 대표 역임, 

현 investor KAL( KP factory 창고및 물류) 투자자

한식당 예원 대표



붓 끝, 먹물 그리고 인생

익조 최태립


1.초대

자카르타에 온지 벌써 22년째다. 아들 딸 공부시키고 사업한다고 정신없이 달려왔건만 마음 한구석은 늘 허전하다. 돈과 명예는 가질수록 만족하기 어렵다는 것 만고의 진리다. 친구, 동료, 가족들도 하나 둘씩 떨어져 간다. 외로움, 그리고 쓸쓸함…….


우연히 인재 선생님의 고희전에서 만난 소중한 글과 그림들, 자필묵연 많은 선배들의 작품을 보면서 난 무엇하고 살았나? 한방 제대로 맞았다. 사업도 성공적으로 일군 분들 많고, 훌륭한 가장 역할에 취미생활도 멋지게들 잘하는데…….

부끄러운 내 속마음을 알았는지 이도 선배가 나를 자카르타 서예반으로 초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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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유 시/ 2025년 서울서예대전 입선작


2. 먹물

삶은 늘 흥망성쇠다. 고통과 기쁨이 교차한다. “고중락(苦中樂), 고통 중에 얻는 즐거움이야말로 참 즐거움이다.”는 고전 속 명언이 새삼스럽다. 때 마다 명상을 통해 마음 챙김을 하였는데, 먹을 갈 때마다 손에 쥔 먹덩이, 갈리는 먹물이 시커먼 상처투성이 내 마음 같았다. 물 몇 방울 눈물방울처럼 떨어뜨리고 빙글빙글 하염없이 또 먹을 간다. 먹물이 진해질수록 마음이 가라앉는다. 검디검은 것이 깊이를 알 수 없으니 몇 센티 벼루 바닥이 천길 심연 같다. 잘 쓸 수 있다는 희망으로 붓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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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處無爲之事 行不言之聖(처무위지사 행불언지교) 처함에 작위가 없어야 하며 

행함에 말로 하지 않는다./ 도덕경 구


3. 붓 끝

왜 이리 떨릴까? 처음 얼마간 작품지를 펼치면 떨렸다. 초등학교 시절 첫 부임한 하얀 얼굴의 여선생님 앞에 설 때면 느낌이 이랬던 것 같다. 내가 그 여선생님을 짝사랑했었나? 두려움, 붓질이 혹시 잘못되지 않을까? 고입시, 대입시에 실패했던 쓰라린 기억들이 떠오르면 붓 끝은 더욱 떨린다. 지나고 보면 그때 그 실패들이 세상을 사는 바탕이었다고 붓끝을 달랜다. 윽박지르기도 한다. 내 붓질로 먹칠된 화선지가 차곡차곡 쌓인다. 실패가 쌓이는 게 아니다. 내 실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창작으로 가는 길이 더 두터워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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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兼相愛. 交相利(겸상애, 교상리)/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한다. 

곧 남을 보기를 내 몸 보듯이 해야 한다./ 묵자 구


4. 화선지

하얀 여백에 무엇을 그려볼까? 사는 일이란 시간 • 일 • 사람들에게 치이는 것일까? 이젠 이런 얽매임에서 자유롭고 싶다. 누구의 눈치도, 형식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훨훨 날아보고 싶다. 


세상 일 맘대로 되는 것 적고, 고정된 골프공도 내 맘대로 안 맞는다. 인생은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알 때쯤 세상 무슨 형상이든, 세상 색이란 색은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이는 화선지를 만났다. 채우는 것도 여백으로 남기는 것도 내 뜻 대로다. 거친 선도 고운 선도 화선지 위에서는 내 맘 대로다. 그리 찾던 내 자유가 화선지 위에 있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후회 없이 맘껏 하고 싶은 대로 그려 보련다.


5. 초심

맘을 비워야 한다. 잘 해 보려는 마음이 앞설수록 나도 붓도 짜증이 심해진다. 맘을 잘 챙겨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선긋기를 시작한다. 다이아몬드, 동그라미, 별 모양도 그려 본다. 누가 보면 유치원 학생이 ㄱ ㄴ을 익히는 중이라 할 게다. 아무렴 어떤가. 내 맘이 무심이 되니 좋다. 초지일관, 첨 먹은 뜻 끝까지 일관하기 참 어렵다는 것 세상 진리다. 불가에서는 초발심이야말로 첩경이라고 가르친다. 기초선 긋기가 나로 하여금 초발심을 온전히 깨우치게 한다. 하긴 서예는 선으로 시작해서 선으로 끝난다지. 내가 선을 그으면 없던 면도 생기고 없던 여백이 탄생한다. 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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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自利利他(자리리타)/ 나를 이롭게 하는 일이 남에게도 이로운 일이다./ 화엄경 구


6. 서예 그리고 인생

화선지의 여백은 남은 것이 아니다. 존재를 존재답게 하고 실체를 도드라지게 한다. 나의 남은 인생이 진정 내 삶의 여백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다운 여백으로 충만할 때 내 삶도 참다우리라. 그래서 내 마지막 친구로 붓을 곁에 두고 싶다. 먹물을 자산으로 삼고 싶다. 내가 노력한 만큼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 주는 검은 선들, 나는 지금 목하 검은 선들과 사랑중이다. 사랑이 더욱 무르익으면 혼자서라도 밤하늘의 별빛을 맞으며 유유자적하게 되리라. Well aging!!!


벗이여! 남은 인생 더불어 잘 지내자. 


-2025년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잠 못 이루는 밤에,익조 최태립


[아호 이야기/ 인재 손인식]

아호 이야기 


최태립 대표는 거창군 가조면이 고향이다. 신라시대 가조현의 이름을 차용한 가조면은 의상봉, 비계산, 오도산이 둘러 있고, 중앙부로는 가천의 본류 및 다수의 지류가 흘러 가조면의 들판은 거창군의 곡창지대다. 신라가 발전하는데 중요 지점이었다고 하고 그 때문인지 성과 서원, 그리고 불가의 유물이 산재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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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益祚 崔泰立


최태립 대표의 아호를 益祚(익조)라 작호했다. 의미를 풀어보면, 益은 더하다. 증가, 느는 일, 유익하다의 뜻이고, 祚는 복, 내리다. 돕다. 보답하다. 전하다. 하늘이 내리는 행복 등의 의미다. 즉, 가조면의 加祚가 곧 아호로 선택하기에 맞춤이었으나 加를 益으로 바꾼 것은 두 자의 의미가 같거니와 음양이나 소리의 어울림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의 결정적인 포인트는 익조 거사께서 가진 여러 이미지나 사회에 쌓은 이미지와도 아호 ‘益祚’가 딱 맞춤형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益祚 居士께서 원하고 바라시는 바, “홀로 유유자적”, “텃밭에서 채소 가꾸고 막걸리 한잔에 낮잠 자기”를 행하기에도 더하고 덜함이 없는 아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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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居昌


전공이 해양대 경영과이기 때문일까? 익조 거사께서는 매우 특별한 포트(port)적 특성을 가진 분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창업 후부터 회사경영, 사회활동, 자기 다스리기까지 포트의 특성을 창의적으로 가꾸고 펼치는 분이다. 2006년 12월 창업한 법인 ITL을 통해서 변함없이 인도네시아 수출입 관련 화물 및 귀한 port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비즈니스적 나눔 외에도 익조 거사는 소문난 나눔 실천자다. 나눔에 편향이 없고 대상도 가리지 않는다. 그의 나눔 액수와 횟수는 그야말로 놀랍다. 그가 소속하여 활동하는 인도네시아 한인회를 비롯한 5~6개 사회단체로 인해 드러난 사회 환원 금액만 해도 참으로 원화 수억에 이르는 놀라운 금액이다. 


이 지면의 특성상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므로 그의 이면을 조금 더 살필 수 있는 기록으로서 다음의 URL(https://www.pagi.co.id/bbs/board.php?bo_table=column&wr_id=3607)과 유튜브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vxzPTjCg5HE)을 소개한다.


익조 거사께선 2023년 6월 의외의 행보를 펼쳤다. 자카르타 남부에 한국레스토랑 예원(禮園)에 전적으로 투자한 것이다. 예원은 한인이 경영하는 한식점 중 자타가 인정하는 최대 규모다. 익조 거사의 포터적 역할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인데, 덕분에 자필묵연 자카르타반은 그곳 예원의 좋은 장소에서 매주 아주 편안하게 공부에 집중한다. 


아호 익조의 바탕을 설명하느라 이야기가 폭이 넓어졌다. 어쨌든 그의 아호 익조가 가장 빛나는 곳은 단연 화선지 위의 필묵이다. 그는 분명 필자가 집필과 운필을 안내했는데, 과연 몇 개월 수련의 초보 학습자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필자는 평소 “한 획이라도 창의적이어야 한다. 3년여면 5체의 고전들을 두루 이해하고 구사해낼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기존 작가들은 물론, 중견학습자들까지 필자의 견해를 불가능하다고 반론을 재기한다. 그런데 필자가 가능하다고 믿는 그 부분을 바로 익조 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는 지금 들떠있다. 


-2025년 9월 가을 분위기 한껏 나부끼는 산나루에서 손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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