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나들이] 붓끝에서 다시 시작된 내 이야기/송아당 신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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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5-09-25 13:58 조회 78 댓글 0본문

송아당 신연일(松雅堂 申連一)/ 1970년생. 3년여 주재원 생활을 경험한 그는 최근 <제로돔> 비즈니스를 창업했다. 그는 씩씩하다. 뻔한 세상 뻔하지 않게 살아가겠다는 의욕 넘치는 현실주의자다. 이런 그의 기질이 곧 짧은 학습과정에서도 제법 훌륭한 작품으로 고국전시에 임하는 동력이다. 비즈니스와 서예학습 양면에서 멋진 성과를 낼 것을 믿는다.
붓끝에서 다시 시작된 내 이야기
송아당 신연일
3년 전입니다. 주재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디뎠어요. 그리고 3년 뒤 제법 익숙해진 회사 업무를 조용히 내려놓았습니다. 퇴사라는 단어는 제게 낯설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오래전부터 싹튼 결심 하나가 세상으로 드러날 기회였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저만의 일을, 저만의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준비 끝에 <제로돔>이라는 건강 관련 비즈니스를 열었습니다. 어떤 일이나 그럴 것이듯 준비가 쉽지 않았지만요.
▲ 初志一貫(초지일관)/ 처음 먹은 마음을 끝까지
시작점에서 또 다른 인연이 닿았습니다. 인도네시아 한인서예동호회 <자필묵연>과의 만남인데요. 진지하게 교류의 폭을 넓히겠다는 목적도 없지 않았는데, 뜻밖에도 서예와의 인연은 제 마음을 먼저 품어주었습니다. 서예 학습은 새로 시작한 일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했고, 더 나아가서 생각지도 못했던 서예가 지닌 도전과 실천, 그리고 창의적 효능을 깨닫게 했습니다.
처음 붓을 잡던 날부터 제 심장이 요동쳤습니다. 붓도 먹도 화선지도 다 낯설었지요. 하지만 “참 잘 했어요.”라는 스승님의 칭찬과 찌서당 반원들의 응원이 쌓이면서 환희가 가슴 한가득 차올랐습니다. 초보자를 향한 격려이겠지만, 제가 미처 몰랐던 기질이 제 안에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덤치고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같이의 가치
회가 거듭할수록 더욱 소중한 것이 생겼습니다. 매주 한 번 만나는 서당 식구들과 어울림이에요. 수업 후 같이 식사를 하고 술잔을 나누며 서예는 물론 세상을 향한 느낌을 주고받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함께 어울려 골프를 치며 웃고 떠드는 이 시간들 또한 일종의 야외수업인데요. 어느새 제 삶의 쉼표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엔 제게 새로운 호칭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름 하여 아호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어색해할 수도 있겠는데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정겹게 그야말로 고상하게 부르는 별칭이에요.
송아당(松雅堂), 붓끝에서 다시 피어난 제 인생의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이런 아름다운 호칭이 생길 거라고는 정말이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거든요. 제가 태어난 고향 인근에 ‘효자송’이라 불리는 천연기념물 곰솔이 있습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굳건하게 살아온 소나무이지요. 스승님은 그 소나무의 모습과, 서예를 대하는 저의 태도를 통해 이런 귀한 아호를 직조하셨다고 합니다. 소나무처럼 변치 않는 곧음, 그리고 아취 넘치는 삶을 가꾸기를 바라는 의미를 늘 펼쳐나가겠습니다.
▲心協力求善策(심협력구선책)/ 마음으로부터 협력하고 최선의 방책을 구하다.
모든 사람에게 건강은 기본이자 반드시 갖추고 싶은 제일의 소망 사항입니다. 서예에는 아주 오랜 역사와 전통과 정통이 있고 그 안에서 갖춰야 할 기본과 창의성이 발휘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사람의 건강과 서예의 기본이 통한다는 것을 알았고요. 비즈니스와 서예공부가 다 같이 충실히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더불어 통찰하게 된 것은 작은 소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조화를 통해 반드시 좋은 결실을 이룰 것입니다.
주위에서 제게 “사랑이 많다”고들 말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삶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과 나누는 온기, 이 온기야말로 우리들의 삶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학습한 기간이 짧고 그야말로 초보 실력이지만, 5년마다 한 번 열리는 귀국 전시에 감히 참여를 결정한 것도 이 또한 나눔이라 생각한 때문입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응원, 그리고 잊지 못할 감사의 마음을 글귀와 한 획 한 글자마다 꾹꾹 눌러 담으려고 합니다.
-2025년 가을, 자카르타 안식처에서 송아당 신연일
[아호 이야기/ 인재 손인식]
뻔한 세상 뻔하지 않게 살기
▲松雅堂/申連一印
AI와 대화가 무한 가능한 시대다. 내가 생각한 것을 AI가 순간에 산뜻하게 정리해주는 말과 활자의 시대다. 연필 꾹꾹 눌러가며 쓰거나 짜륵짜르르 펜촉 굴리던 일은 이미 추억 저편의 일인가 싶다. 하니 인물을 판단하는 네 가지 기준 중 하나였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의 글쓰기(書)는 바야흐로 효력이 다한 느낌이다.
그러나 서예가인 필자는 아직도 마음을 담아 손수 쓴 글씨가 삶의 주 관심사다. 특히 서예를 지도할 때는 학습자의 운필로 인해 태어난 선과 글자를 보면서 학습자의 성향을 판단한다. 그리고 학습자가 마음에서 우려낸 시각예술 서예로 세상과 소통하고 개성을 발휘하도록 안내 하는데 최선을 다 한다.
송아당(松雅堂), 타국 인도네시아에서 필묵으로 인연을 맺은 신연일(申連一) 대표를 송아당(松雅堂)이라 작호했다. 그의 출생지 전남 장흥군의 역사와 문화를 일별하고 난 후다. 그가 인도네시아에서 지금 막 시작한 <제로돔> 비즈니스를 이해한 다음이다. 그가 좋아하는 일이나 바라는 것 등 정보를 취해 이리저리 버무리고 나서 정한 아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작호의 바탕으로 삼은 것은 그가 서예와 인연을 맺은 동기와 서예를 대하는 자세다.
송아당이 태어난 장흥의 대덕과 잇댄 곳이 관산이다. 그 관산읍 옥당리에는 천연기념물 제356호 곰솔이 있다. 지역민들에게는 일명 효자송으로 통한다. 효를 바탕으로 심어졌거니와 시간이 지나 이 소나무가 그 지역의 역사가 되면서 암암리에 효를 전파하고 상징하는 천연기념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천연기념물을 신 대표께서는 진작에 알았을 것이다. 어릴 적 소풍처럼 자주 갔을 수도 있다. 그가 처음 필을 든 모습이나 그로 인해 세상에 처음 선을 보인 필선들의 강직함이 필자가 천연기념물 곰솔에서 느낀 이미지 바로 그것이더란 의미다.
그에게 자기 자랑을 좀 부탁했다. 대뜸 “씩씩한 척 잘한다.”라고 했다. 본인은 겸손하게 ‘척’이라 형용했지만, 그는 실제로 씩씩하다. 살짝 드러난 도전 정신으로도 느낀 바지만 화선지 위 필묵 운용에서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좀 뻔뻔하다”고도 소개했다. 뻔한 세상 뻔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가 단박에 느껴졌다. “사랑이 많다.”고도 했는데 골프를 좋아하는 그가 19홀(골프 후 한잔) 즐기기에 늘 적극적인 것이나, 서예 수업 후 수업(식사와 한 잔 술)을 무척 즐기는 것으로도 은근히 드러난다.

▲<日利>
각설, 아호 송아당(松雅堂) 작호 이면을 살펴보자.
松은 목하 앞에서 들춘 곰솔의 송이다. 아니 장흥 해안가 작은 마을 방풍림의 건강한 해송일 수도 있다. 울울창창한 숲속 소나무나 능선 바위틈에 외로이 선 낙락장송 모두 마땅히 세상 나무 중의 으뜸(百木之長)인 소나무 아닌가.
雅는 아취다. 맑은 절조다. 고상하고 우아하고 단아함이다. 하니 곰솔이나 바닷바람에 맞선 방풍림처럼 굳건하게 살아온 그가 망육(望六)의 인생 황금기에서 찾고자 하는 아취요 우아이며 단아함이다. 이에 편히 머무른다는 의미로 堂을 붙였으되 경우에 따라서는 松雅 두 자만을 써도 그와 썩 잘 어울리리라.
건강도우미로서 그의 비즈니스와 바라고 즐기고자 하는 모든 것이 여의하시기를 응원하며 작호기를 마친다.
-산나루 서생 인재 손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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