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나들이] 서예, 나이 60의 첫걸음 /유경 김동석 > 자필묵연 自筆墨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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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나들이] 서예, 나이 60의 첫걸음 /유경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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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글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5-09-21 10:48 조회 14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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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 김동석/ 1992년 인도네시아로 진출, PT. HI-LON에서 12년 근무했다. 지인과 함께 한 포워딩업을 거쳐 2014년 독자적으로 PT. DTL 설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인도네시아 한인봉제협회 사무총장직을 8년 역임하면서 소속사들의 공익을 위해 나름 역할에 충실했다. 2025년 시작과 함께 지금이 바로 적기라는 생각으로 서예와 인연을 맺었고, 그 첫 걸음마가 고국나들이 전시다. 이런 무모함에 얹는 격려의 박수는 사양하리라. 늦은 만큼 묵묵히 정진할 뿐.​ 


서예, 나이 60의 첫걸음

유경 김동석


나이 60은 없던 고민도 생기는 때일까? 무엇을 해야 60대를 가장 멋있게 살 수 있을까? 그 끝에 매달려오는 70대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자기 나이 60에 철이 든 것도 아닌데 암튼 고민이 많아졌다. 그 차에 늘 가깝게 티키타카하는 홍익 형님의 권유가 가슴에 파고들었다. “서예? 그래 내 지성에 썩 어울리는 괜찮은 장르야” 대뜸 입문 OK.


옛 선비들이 늘 지필묵연(紙筆墨硯), 문방사우를 곁에 두고 삶의 반려로 삼았다는 것이야 익히 아는 바다. 근데 바쁜 현대 사회에서 문방사우를 벗으로 삼는 것이 과연 현실적일까? 다시 내린 결론이 내게 서예가 꼭 필요하다는 것. 아내도 딸들도 내 기특한(?) 생각에 응원의 한 표를 투하했다.


아~ 그런데 막상 먹을 갈고 화선지를 펴 붓을 드니 이거 하얀 화선지가 막막한 벌판인 거다. 붓을 어떻게 쥐고 어떤 선을 창조해 낼 것인지, “세상에 없던 선하나 자신으로 인해 빛을 보는 것이다”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은 윙윙 귓전에 맴도는데 도대체 모르겠는거다. 이런 고민이 겹칠 줄 왜 몰랐을까. 인내와 끈기로 한 발짝 한 발씩 가야한다는 것을 이론으론 알겠는데 현실은 그저 아득한 여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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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유 시/ 2025년 서울서예대전 입선작  


에라 모르겠다. 가보자! 사나이가 칼을 뺐으니 막춤이라도 춰야지. 어라! 근데 하다 보니 이거 신비로운 거다. 어느 순간 마음에 뜨거운 것도 치밀었다. 흰 화선지에 뿌려지는 검은 먹이라니. 내 손놀림으로 세상에 첫 선을 뵈는 형상이라니, 희열이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한 주가 지나고 다음 수업시간 이게 뭐야. 나만 못하는 것 같은 피로감, 천근 무게로 나를 짓누르는 이 부담감. 그때 발휘되는 내 순발력, 내가 손 떨림 환자라는 핑계거리. 두 주 그리고 세 주, 하~ 이거 도대체 실력이 늘 거 같지가 않았다. 커다란 벽을 만난 기분이었다. ‘이걸 계속해야 하나?’


지금 내가 속한 자필묵연 자카르타 반은 회원 구성이 참 흥미롭다. 내로라하는 실력의 우빈, 이도, 무불 선배가 있다. 그런가 하면 서예입문 겨우 일주일 선배인데 메이저리그 야구 천재로 대변되는 오타니와 같은 천재 익조 선배도 계시다. 거기에 반장 역할에는 매우 충실하면서 서예 공부에는 느긋하신 나를 이끈 홍익 형님도 계시다.


난 뭐야. 내가 가진 것은 뭐지? 큰맘 먹고 내딛은 60의 첫걸음이 별 능력 없는 나를 발견하기였나? 그러나 발견은 위대하다. 인재 선생님 글에는 “발견이 예술이다.”라고 쓰여 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천천히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이 내게 있잖은가. 내 자신에게 나를 똑바로 보여주자는 반성 모드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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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韜光養晦(도광양회)/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자신을 기름. 즉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림  


참 흥미롭게도 이래도저래도 시간은 잘 흐른다. 선생님의 채찍이 가해졌다. 선이 안 되고 글자가 안 되고, 핑계가 많아질 때면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명약이라는 처방. 초보 중 왕 초보에게 사단법인 한국서협 서울지회에서 주최하는 서울서화대전 준비 명령이 떨어졌다. 옛썰을 외쳤다. 이게 또 나다. 합당할 것 같은 명령엔 죽을힘으로 돌진하는 것.


작품 준비에 들어갔다. 산더미처럼 써오는 익조 선배님을 능가할 수는 없지만, 가을 벌판의 노적가리만큼은 나도 할 수 있다. 먹을 갈아댔다. 그리고 써댔다. 종이쓰기를 물 쓰듯 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 아니던가. 


아자자자~ 출품한 것도 잊어버렸는데 입선 소식이 훅 들어왔다. 또 다시 밀어닥친 <적도의 묵향 고국나들이 Ⅲ> 출격 명령을 이행하고 있는데 날아든 심사 결과 발표에 나는 그냥 고추잠자리. 민망하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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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澹泊明志 寧靜致遠(담박명지 영정치원) / 욕심 없고 마음이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원대한 포부를 이룰 수 있다./ 회남자(淮南子) 구  


그래, 이래저래 나이 60에 서예에 첫걸음을 디딘 것을 내 삶의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자. 때마다 이벤트 기획하여 잘 이끌기로 소문난 인재 선생님을 믿고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가자. 계획도 착착 세우자. 나만의 서체를 이룰 큰 꿈을 꾸자. 십년 후 내 나이 고희에는 아는 지인들 두루 초대하여 막걸리 한 잔 나누며 내 작품을 감상하리라. 그리고 서해 바다가 훤히 보이는 송도의 내 아지트에서 옥색 두루마기를 차려입고 석파 이하응처럼 난을 치리라.


인생 뭐 있습니까? 이만하면 최고의 행복 아닌가요? 


-2025 을사년 8월 자카르타 북부 바다를 바라보며 유경 김동석 


[아호 이야기/ 인재 손인식]

유경(幽耕)으로 펼칠 멋진 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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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幽畊 


2025년 벽두 자필묵연 자카르타반이 다시 문을 열었다. 구 회원과 신입 회원이 뭉쳤다. 몇 개월이 지나고 열기가 고조될 즈음 출품작 때문에 신입회원들 작호를 해야 했다. 김동석 회원, 그의 아호로 幽耕(유경) 두 자를 선택했다. 내심 매우 조화롭다는 생각으로. 


감성 도드라지는 의미의 글자 幽(유)는 아호로 쓰기에 제격이다. 그윽하다, 멀다, 아득하다, 깊다, 조용하다, 고요하다와 나아가 사람 속에 감춰진 가장 미묘하고 다스리기 어려운 마음을 뜻하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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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氏東石 


畊(경)은 耕(경)의 古字(고자)다. 밭을 갈다, 노력하다, 농사짓다 등의 뜻이다. 그래서 ‘마음을 갈고 닦는다’는 의미가 아호 ‘幽畊’의 감춰진 배경이다. 畊을 흔히 쓰는 耕이 아니라 古字 畊으로 쓴 이유는 幽와 어울리는 획수 때문이다.


김동석 회원께서는 이제 회갑의 길목을 유유히 거닐고 있다. 평소 진리탐구를 소망하고 독서를 즐긴다는 그의 성정은 환갑이란 생의 한 정점을 저만치에 두고 붓을 들고 먹을 갈기 시작한 것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는 그의 첫 작품 도광양회(韜光養晦)와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그의 첫 세포 형성지가 은은하고 구수한 문화향기 넘치는 빛고을이란 점도 맞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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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等 


아호 幽畊은 바라고 희망하는 바를 근거로 삼은 所志以號(소처이호)로 분류 할 수 있다. 이는 그간 幽畊께서 인도네시아 한인 사회단체에서 맡아온 역할, 즉 헌신과도 무관하지 않다. 향후 바라고 즐기는 것 또한 그윽하게(幽) 깊이를 추구하며(畊) 붓으로 먹으로 풍성히 수확할 것을 바라고 믿게 된다.


雅號는 그야말로 고상한 호칭을 의미한다. 이름 외에 별도로 높여 부르는 호칭이다. 이름을 존중하려는 경명사상이 깔린 아호 사용은 은연 중 아호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을 다스리기도 한다. 특히 所志以號에는 내재된 의지가 은근히 드러나니 아호로 지향점을 조준하는 것도 이상적이라 하겠다.


끝으로 幽畊 김동석 회원의 필묵을 통한 장도가 일필휘지로 펼쳐질 것을 믿는다. 아울러 좋은 질문을 많이 하며 마음을 던져 늘 면학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수업 후 수업인 저녁 만찬 자리를 웃음바다로 이끄는 유경께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이만 작호 이야기를 갈음한다.


-보고르 산마을에서 인재 손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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