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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돈 비싸지니 일본이 웃는다

경제∙일반 작성일201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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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는 강세, 엔화는 약세 … 세계는 통화전쟁 중[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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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연초보다 13% 오르는 새
소니·도요타 등 수출 주가 급등
 
일본 투자운용사 펀드 매니저들
증시 개장전 원화 흐름부터 챙겨
 
13일 일본 도쿄 중심부 마루노우치의 금융타운. 증시 개장을 앞두고 주요 투자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은 외환거래 단말기를 통해 국제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분주히 살펴봤다. 이 중에서도 시선을 고정한 것은 원-엔 환율이다. 전에 없던 이런 풍경이 최근 일상화한 것은 당일 시황을 예측하기 위해서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 보도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최근 1개월간 국제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원-엔 환율 하락)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일본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엔 환율과 일본 증시의 흐름이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다는 얘기다.
 
 원-엔 환율은 연초 한때(1월 9일) 100엔 당 1514원에 달했다. 한국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는 수준의 엔고(高)였다. 2008년 이후 시작된 이런 흐름은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울듯, 꿈쩍하지 않던 엔화 환율은 지난달 들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13일 원-엔 환율은 1283엔까지 내려왔다. 연초에 비해 엔화에 대한 원화 값이 13% 이상 급등한 것이다.
 
 근본적인 배경은 일본의 강력한 엔고 탈피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재계는 올 들어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하자 원인을 엔고로 돌렸다. 그중에서도 최대 타깃은 원화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이 값싼 원화를 무기로 내세워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발휘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원-엔환율은 올 들어서도 1500원을 오르내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750엔 수준에서 움직였다.
 
 일본 중앙은행(BOJ)은 극심한 엔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9월 매달 400억 달러의 주택저당채권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QE)에 나서자, 일본도 10조 엔(당시 환율 150조원)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는 강력한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빼들었다. 달러가 글로벌 외환시장에 넘쳐나 엔화 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일본은행도 엔화를 대량 방출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도 엔고는 그다지 완화되지 않았었다. 엔-달러 환율은 9월 78엔 선에서 움직였는데 10월초까지도 80엔 선에 머물렀다. 이런 흐름을 결정적으로 바꾼 것은 우파 성향의 정치인으로 유명한 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가 꺼내든 ‘무제한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정책’이었다. 오는 16일 총선에서 자민당 승리가 유력해지면서 일본의 새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아베는 지난달 중순 2~3%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때까지 시중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며 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일본은행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는 “현실성이 없다”며 아베의 구상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급기야 엔고 흐름이 꺾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효과를 낸 것인데 이에 힘입어 일본 증시도 반등을 시작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3일에도 급등세를 이어가 6월 4일 기록했던 연중 최저치(8295)보다 17% 상승한 9742에 장을 마쳤다. 일본 외환시장 전문가 도시마 이쓰오(豊島逸夫)는 “미국이 엔고를 부채질할 ‘QE4’까지 내놓았지만 아베노믹스가 더 크게 힘을 발휘하면서 엔화 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재계는 그 덕분에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빈사 상태에 있던 소니·파나소닉·샤프 등도 ‘엔화 약세-원화 강세’로 기사회생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를 반영해 13일 도쿄증시에선 이들 3개 전자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큰 폭으로 반등했다. 수출 관련주인 캐논·도요타자동차 등도 엔화 약세 수혜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이어갔다.
 
FT는 헤지펀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경쟁으로 한국에 외화가 밀려들면서 원화 강세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칫 미국과 일본의 통화전쟁 사이에 끼여 한국 원화가 과도하게 절상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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