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고갈 속 인플레이션 압력 불가피… 교통운송비∙생필품∙건설비∙제조원가 등 줄줄이 ‘인상 대기’
본문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 22일 0시를 기해 보조금 유가인상을 공식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수개월간 끌어 왔던 유가인상 문제가 일단락되어 막대한 유가 보조금을 국민 복지 및 인프라 건설에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그러나 유가인상으로 인해 직접 영향을 받는 교통비 및 운송비 인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생활 필수품 가격은 물론, 교육 등 서비스료, 주택 임대료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물가인상의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제로 와찍 광물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1일 밤 자카르타 경제조정장관 집무실에서 보조금 휘발유(프레미움) 가격은 리터당 4,500루피아에서 6,500루피아로, 보조금 경유(솔라르)는 4,500루피아에서 5,500루피아로 각각 인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유가인상 발표에는 하따 라자사 경제조정장관, 조꼬 수얀또 정치안보조정장관, 아궁 락소노 국민복지조정장관, 카띱 바스리 재무장관, 달란 이스깐 국영기업장관, 세가프 알주프리 복지장관, 띠빠뚤 슴비링 정보통신장관, 조꼬 끼르만또 공공사업장관, 구스띠 하따 과학기술장관, 띠무르 쁘라도뽀 경찰청장, 수스워노 농업장관, 아르미다 알시아바나 국가개발기획장관 등 경제 각료들이 대거 함께 했다.
하따 라자사 경제조정장관은 “매우 어려운 선택이었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며 “예산적자와 무역적자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재정운영에 막대한 부담이 되는 유류보조금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미국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 하반기부터 달러 양적 완화를 축소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경제는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점차 고갈되는 상황 속에서 외국인 투자의 축소와 물가상승 압력을 동시에 이겨내야 하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이중의 위기 속에 빠져 들게 됐다. <관련기사 6월 21일자 1면 참조>
이미 자카르타 증권시장은 지난 주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인도네시아 물가상승 압력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 주간 무려 5.15% 급락했고 달러대비 루피아 환율 역시 9,900선을 넘어 섰다.
벌써부터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7.65%에 달할 것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꼰딴 20일자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이같은 전망을 밝히고, 특히 오는 7~9월에 높은 물가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디피 대변인은 “연료 가격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은 앞으로 3개월 정도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 달은 1.63% 정도 끌어 올려 전년동월대비 7.09%를 나타낼 것이며, 7~9월에는 0.5%정도 더 오른 7%대 중반이 되고 그 이후 진정될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올해 물가상승률 7.65%는 지난해 물가상승률 4.3%, 올해 당초 정부예산안 4.9% 보다 훨씬 높은 것은 물론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2013 수정예산안’에서 정해진 7.2%를 웃도는 수준이다.
유가 인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운송교통업체들은 당장 운임이 20%~3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대 60%까지 인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언론 므르데까닷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육상운송협회(Organda)는 최근 연료가격 인상에 따라 운임인상폭이 약 30~35%에 달할 것이라며, 요금 인상으로 승객이 감소해 운송업계가 경영부진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예컨데 자카르타 지부에서는, 미니밴과 미니버스의 운임을 현행 2,000루피아에서 2,500~3,000 루피아로 최대 50% 인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 자바주 데폭 지부에서도 약 52~60%의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데, 교통국과 협의한 후 누루마후무디 데폭 시장의 승인을 얻을 예정이다.
하지만 망인다안 교통부장관은 “보조금 연료가격이 인상될 경우 대중교통 운임은 최대 20% 상승할 것”이라면서 “버스, 철도, 선박 등의 운임 인상폭을 10~20% 이내로 정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생활 필수품가격도 최소한 10%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바유 무역부 차관은 지난 18일 보조금대상 석유연료 가격의 인상으로 생활필수품인 판매가격이 최대 10%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그는 “생활 필수품 가격이 5~10% 인상되어, 평균 가격 인상폭이 8.2%가 될 것”이라며 “이미 가격 인상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고 전했다.
연료가격 인상에 따라 건설비가 평균 20% 상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주택개발공사는 지난 19일 보조금 대상 석유연료의 가격 인상으로 건설 비용이 약 20% 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아리에프 사장은 “유가 인상이 이뤄질 경우, 건축자재와 철강제품 등의 운송비 인상으로 모든 비용이 상승하므로 주택가격 상승도 피할 수 없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주택개발공사는 건설중인 저소득층용 공공주택에 대해서는, 가격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정부에 대해 세제우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일반주택의 개발을 더욱 늘려 이를 통해 이익을 확보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 같은 가격 인상은 결국 제조업 전방의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파이낸스투데이는 20일 히다얏 산업장관이 보조금 대상 석유연료의 가격인상에 따라 제조업자의 제조비가 평균 1.2%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밝혔다고 전했다.
히다얏 장관은 “보조금 연료의 가격인상으로 섬유 및 신발의 제조비가 1.54%, 시멘트가 0.66%, 음식품이 0.63% 각각 상승할 것”이라면서 “다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올해 GDP성장율을 연초 6.8%에서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수정예산안에서는 6.2%로 크게 낮춘 상태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6.3%보다도 더 낮은 수치이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