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인도네시아에 투자 유치 확대 기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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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땀 자유무역지대 소재 ASL 조선소(사진=ASL Shipyard Indonesia)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면서 인도네시아가 제조업과 산업 분야의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이 확산하면서 인도네시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정부의 산업 육성 및 다운스트림 정책에도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23일 전했다.
산업부 파이솔 리자 차관은 지난 13일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 특히 자본집약적 산업과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인도네시아가 혜택을 보고 있다”며 “새로운 시설이 완공되기도 전에 많은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관은 중국 기업들이 이미 상당 기간 인도네시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왔다면서 최근의 흐름은 미중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수혜라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의 관심은 제조업뿐 아니라 다난따라(Danantara)가 관리하는 디메틸에테르(DME) 가스화 및 폐기물 에너지화 사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은 이들 사업 가운데 최소 6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인도 기업들의 투자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도네시아를 수출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BKPM)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본토의 대인도네시아 투자액은 3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홍콩의 투자액도 23억 달러에서 76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중국 본토와 홍콩을 합친 투자액은 올해 상반기 11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억 달러보다 약 3배 늘었다.
인도네시아상공회의소(Kadin)의 농업·토지·공간계획 담당 부회장인 산니 이스깐다르는 지난 13일,생산기지 다변화는 글로벌 기업들이 다른 주요 생산거점에서 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경우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원자재 접근성과 수출시장과의 거리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거나 다변화할 경우 제조업체의 운영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동부자바 마두라의 위라라자 마두라 산업단지(Kawasan Industri Wiraraja Madura)는 지난 8월 10일 중국 광둥성의 펑융 아세안 산업단지(China’s Guangdong Fenyong ASEAN Industrial Park)와 양국 트윈 파크(Two Countries Twin Parks) 사업을 통해 수출 중심 제조업 클러스터를 개발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곳에는 초콜릿, 매트리스, 섬유, 원사 등 노동집약적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산업단지협회 회장이자 위라라자 사장 아끄마드 마루프 마울라나는 이번 협력이 중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리아우제도 바땀 자유무역지대도 특히 기술 분야에서 중국 투자의 주요 목적지로 떠올랐다. 바땀개발청(BP Batam)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투자 실현액은 17조4천억 루피아(약 9억7,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증가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데이터센터 기업 레인지 인텔리전트 컴퓨팅 테크놀로지(Range Intelligent Computing Technology)가 바땀 농사파크(Nongsa Park)에 5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첫 해외 진출에 나섰다.
바땀에는 미국 기술기업 오라클(Oracle)도 최대 60억 달러를 투자해 클라우드 리전(데이터센터 집적 지역)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며, 엔비디아(Nvidia)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의 데이원(DayOne)과 호주의 인공지능 기업 퍼머스 테크놀로지(Firmus Technologies)는 6월 36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완공될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중국 기업의 투자 확대가 미국의 대인도네시아 통상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도네시아정책연구센터(CIPS)의 끄리스나 굽따 선임연구원은 18일 자카르타포스트에, 인도네시아의 투자 정책이 중국을 특별히 겨냥한 것은 아니라며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를 피해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단순히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투자가 반드시 ‘환적(transshipment)’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환적은 상품의 원산지를 숨기기 위해 최종 목적지인 국가로 보내기 전에 다른 국가를 거쳐 운송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공급망 재편으로 인도네시아에 새로운 투자 기회가 열리는 동시에 미국의 감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굽따 연구원은 미국의 환적 단속이 국제무역 전반을 위축시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수출국에 피해를 주고,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미국 소비자의 비용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협력업체를 통해 제품을 조립하는 애플 역시 과거 미국 정부에 관세 면제를 요구하는 한편 중국 이외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왔다. 애플 협력업체들은 바땀에서도 생산을 확대했으며, 현지 협력업체가 에어태그와 에어팟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백악관이 8월 13일 ‘대규모 불법 환적(The Great Transshipment Scam)’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다시 부각됐다. 보고서는 중국산 제품이 미국보다 관세가 낮은 국가를 거쳐 미국으로 수입되면서 새로운 원산지로 둔갑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5쪽 분량의 보고서는 미국이 40개 이상의 저관세 국가를 통한 불법 환적으로 매년 수백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인도네시아를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과 함께 중국과 연계된 공급망과 대규모 산업 생산능력, 물류 역량을 갖춰 미국행 물품을 대량으로 운송할 수 있는 국가로 지목했다. 특히 중국과 연계된 플라스틱 상자, 케이스, 궤짝 및 포장용품의 환적과 관련해 브까시-바땀 물류 회랑을 거론했다.
싱가포르 소재 힌리히재단(Hinrich Foundation)의 데보라 엘름스 무역정책 책임자는 지난 18일, 백악관의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도네시아에 잠재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강화된 감시를 실제로 어떻게 시행할지,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뒤따를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미 이 문제가 인도네시아와 미국 간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월 체결된 인도네시아-미국 상호무역협정(ART)은 인도네시아가 미국의 관세를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환적 및 기타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를 채택하고 집행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관세 회피 방지를 위한 양국 간 협력 협정도 체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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