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보워의 포퓰리즘 정책, 인도네시아 시장 악순환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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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통령 쁘라보워 수비안또(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인도네시아가 투자자 신뢰 위기와 통화가치 급락에 직면하고 있다고 자카르타포스트가 9일 전했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2024년 취임 이후 수백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성장률 제고를 위해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재정 건전성 기조를 완화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일련의 비정통적 정책이 투자자 신뢰를 훼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원자재 수출을 대통령 직속 국부펀드 다난따라(Danantara)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중앙은행에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 지원 역할을 부여하는 법 개정을 단행했다. 이같은 조치로 한때 대표적인 신흥시장 성공 사례로 평가받던 인도네시아의 매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투자적격등급 상실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에서는 투자적격등급 강등 위험이 반영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증시는 올해 들어 42% 이상 하락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루피아화도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루피아화 역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통화 중 하나이며, 루피아화 가치 하락이 더욱 큰 매도세를 부추기면서 문제의 징후이자 원인이 되고 있다. 루피아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8% 하락했고, 이란 전쟁 발발 이후에만 7% 떨어졌다. 현재 환율은 달러당 18,190루피아로 사상 최저 수준이며 최근 3주 동안에는 2020년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픽테(Pictet Asset Management)의 탄 알툰다그 신흥시장 주식 투자매니저는 "인도네시아는 단순한 저평가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거버넌스 우려가 동반된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며 "루피아 약세는 외국인 투자 수익률을 잠식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긴축을 유발해 성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외환보유액 120억 달러 감소에도 불구하고 루피아화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5월 말까지 인도네시아 증시에서는 32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주식 순유출이 발생해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 채권의 외국인 보유 비중도 코로나19 이전 약 40% 수준에서 현재 12.6%까지 떨어져 약 20년 만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롬바르드 오디에(Lombard Odier)의 존 우즈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속적인 자금 유출은 루피아 가치와 유동성, 자산 가격에 추가 압력을 가하고 인프라 투자와 경제성장 계획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과 주식시장 지위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수 산출업체 MSCI는 인도네시아 증시의 거래 및 투명성 문제를 검토 중이며, 최악의 경우 신흥시장에서 프런티어 시장으로 강등될 가능성도 경고했다. 다만 투자자들은 실제 강등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정책 신뢰도 약화를 이유로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S&P는 재정 완충장치 개선 여부가 향후 등급 유지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을 가장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연료 보조금 부담이 늘면서 재정 압박도 커지고 있지만, 쁘라보워 정부는 오히려 대규모 지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중앙은행법 개정안은 중앙은행에 대한 의회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실물경제 성장 지원'을 정책 목표에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중앙은행 독립성 약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올해 초 자신의 조카를 중앙은행 부총재로 지명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는 향후 국가가 다난따라를 통해 원자재 수출을 통합 관리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영국 애버딘(Aberdeen)의 키어런 커티스 신흥국 채권운용 책임자는 "문제는 정책 방향이 좋지 않고 점점 투명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정책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수출이 자율적으로 시장을 찾는 것 만큼 효율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불안이 외부 요인뿐 아니라 정책 신뢰도 저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상황 반전을 위해서는 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인티원(Ninety One)의 아시아 신흥국 채권 포트폴리오 담당 마크 레저-에번스 매니저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성장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현재 문제의 근원"이라며 "정책 방향에 대한 재검토 없이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 발전을 주도했던 중국 기업들 역시 정책 불확실성에 대응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운용사 S CUBE 캐피털의 헤만트 미슈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도네시아는 더 이상 전통적인 신흥시장으로 평가받지 않고 있으며, 정책 리스크가 높아진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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