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인도네시아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정책 불확실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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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수디르만 도로(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가 인도네시아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무디스(Moody’s Ratings)가 동일하게 전망을 낮춘 데 이어 인도네시아의 경제 정책 운영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5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피치는 4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정책 결정 권한의 중앙집중화가 심화되면서 정책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책 조합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전망 하향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러한 환경은 중기적인 재정 전망을 약화시키고 투자 심리를 훼손하며 대외 완충 여력에도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치는 인도네시아의 국가 신용등급 자체는 기존과 같은 ‘BBB’를 유지했다. 인도네시아가 그동안 거시경제 안정성을 유지해온 점, 중기 성장 전망이 양호한 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비교적 낮은 점, 중간 수준의 대외 완충 여력 등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세수 기반이 취약하고 부채 상환 비용이 높은 데다 거버넌스 지표 등 구조적 요인이 같은 ‘BBB’ 등급 국가들과 비교해 뒤처진 점은 신용도 제약 요인으로 지목됐다.
피치는 거시경제 취약성이 확대되거나 정책 체계가 추가로 약화될 경우 신용등급이 실제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재정 측면에서는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공공부채 부담 증가나 잠재적 우발채무의 현실화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또한 투자자 신뢰 약화로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할 경우 대외 부문에서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재정적자 상한선인 GDP 대비 3% 규정을 유지하는 등 신중한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면서도, 정부가 제시한 연 8% 경제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재정 및 통화 정책이 완화될 경우 거시경제 및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2026년 인도네시아 재정적자가 GDP 대비 2.9%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 목표치인 2.7%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요 원인으로는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무상 영양 급식 프로그램에 따른 재정 지출 확대가 지목됐다. 해당 사업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GDP의 약 1.3% 규모의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전망 하향과 관련해 인도네시아 재무부는 거시경제 안정과 재정 규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재무부 대변인 데니 수르얀또로는 4일 성명을 통해 “법에 따른 재정 규율을 유지하면서 거시경제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투자 확대와 경제 성장 가속화를 위해 규제 완화와 행정 절차 개선을 추진하고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회복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부펀드 다난따라(Danantara)와 민간 부문 협력을 통해 전략적 고부가가치 투자를 확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OJK)도 5일 성명을 통해 피치의 평가를 주의 깊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데리카 위디아사리 데위 원장은 금융 시스템이 견고한 감독 체계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며 자본시장 심화와 투명성 강화를 위한 구조 개혁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망 하향은 지난 2월 무디스가 정책 결정 과정의 예측 가능성과 정책 소통의 일관성이 약화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신용등급 전망을 낮춘 데 이어 나온 것이다.
OCBC 은행의 아세안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바냐 벤카테스와란은 4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무디스의 전망 하향이 다른 신용평가사의 후속 조치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 신호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국제 유가 상승이 인도네시아의 대외 및 재정 수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3일 배럴당 85달러를 넘어 2024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이는 2026년 인도네시아 국가예산이 가정한 배럴당 70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경제금융개발연구소(Indef)의 거시경제 및 금융센터 소장인 리잘 또피꾸라흐만은 5일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신용등급 전망 하향이 인도네시아의 거시경제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인 가운데서도 재정 운영과 경제 거버넌스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자본 흐름 변동성이 주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개혁센터(CORE)의 이코노미스트 유숩 렌디 마닐렛 역시 국채 금리 상승이 정부의 차입 비용을 높이고 생산적 재정 지출을 위한 재정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신뢰 약화로 자본 흐름 변동성이 커질 경우 루피아 약세 압력도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숩은 5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두 신용평가사의 전망 하향이 인도네시아 재정 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특히 새로 설립된 기관인 다난따라의 거버넌스 구조와 재정 운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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