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긴장 고조 속 인니 에너지 안보 압박…정부 “연료 비축 20일 이상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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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초 가솔린 제품이 완전히 품절된 이후 주유소 앞에 음식과 음료를 판매하는 쉘 주유소 직원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인도네시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국제유가 급등이 현실화될 경우,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이란·오만·아랍에미리트(UAE)와 상당한 규모의 비석유가스 교역을 하고 있다.
통계청 유통서비스통계 부국장 아뜽 하르또노는 지난해 인도네시아가 이란으로부터 과일, 철강, 기계류 등을 포함해 840만 달러 상당을 수입했다고 밝혔다. 오만으로부터의 수입은 7억1,880만 달러로 철강과 유기화학제품, 건설자재가 주를 이뤘다. UAE로부터의 수입은 귀금속·보석류, 알루미늄 제품 등을 중심으로 14억 달러에 달했다.
수출 측면에서는 이란으로 2억 4,910만 달러 규모의 비석유가스 제품을 수출했으며, 주력 품목은 과일, 자동차 및 부품, 동식물성 유지류였다. 오만 수출은 4억 2,880만 달러, UAE 수출은 약 40억 달러로 세 나라 가운데 최대 교역 상대국이었다.
이들 국가는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위치해 있다. 아뜽은 “분쟁이 격화돼 해상 운송이 차질을 빚을 경우 국가 무역에 미칠 구체적 영향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일 자카르타글로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교역 차질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더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뜨리메가 증권(Trimegah Sekuritas Indonesia)의 파끄룰 풀비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걸프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은 통상 국제 유가에 즉각적인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순수입국인 인도네시아는 유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인도네시아 무역수지가 약 2억 5천만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인도네시아는 2026년 1월 9억 5천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유가 상승은 석유 및 가스 무역적자를 확대하고 수입 비용을 끌어올리며, 연료 보조금 확대 시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국영에너지기업 쁘르따미나(Pertamina) 역시 현금 흐름과 자금 조달 측면에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2025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92%로, 당초 목표치 2.53%를 상회했지만 법정 상한선인 3%는 유지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연료 가격 상승이 운송·물류 비용으로 전이돼 식품과 소비재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 다만 영향의 크기는 정부의 에너지 가격 정책과 재정·통화 대응에 달려 있다고 파끄룰은 설명했다.
광업·에너지경제연구소(ReforMiner Institute)의 꼬마이디 노또느고로 소장은 중동이 세계 원유 매장량과 유통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에서 두 번째로 많은 원유 매장량과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북부 해안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세계 원유 교역의 약 40%가 이 해협을 통과하며, 상당 부분이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주요 경제국으로 향한다. 동남아 국가들 역시 이 공급망에 포함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액화석유가스(LPG)와 원유가 특히 취약하다. 연간 LPG 소비량은 약 900만 톤이지만 국내 생산은 180만 톤에 불과해 720만 톤을 수입에 의존한다. 이 중 약 40%가 중동산이고, 나머지는 주로 미국에서 수입한다.
꼬마이디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가정과 소상공인용 LPG 부족을 막기 위해 신속히 대체 공급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충격으로 국제유가도 이미 상승세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82달러까지 치솟아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와 같이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경제권은 수입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은 2일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바흐릴 라하달리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을 소집해 중동 정세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를 논의했다.
바흐릴 장관은 회의 후 기자들에게 “현재 인도네시아는 하루 약 100만 배럴을 수입하고 있다”며 “국내 연료 비축분은 최소 20일 이상 충분하다”고 밝혔다.
비축분이 소진되면 기업들은 국제 시세에 따라 조달해야 하며, 국내 연료 가격 인상 여부는 정부의 보조금 재정 여력에 달려 있다.
경제조정부 아이르랑가 하르따르또 장관은 2일, 정부가 유가 급등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충격 완화를 위해 쁘르따미나가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에너지 기업 쉐브론(Chevron), 엑손모빌(ExxonMobil)과 공급 확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용 물량과 수입 가능 국가를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정부는 국가에너지위원회 회의를 통해 공급 차질 가능성과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인도네시아 경제는 무역수지와 재정, 물가 전반에 걸쳐 복합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카르타글로브/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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