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통 바틱 제작자들, 넘쳐나는 저렴한 모조품에 밀릴 위기 > 경제∙비즈니스

바띡 장인이 짠띵을 이용해 정통 바띡 뚤리스를 만들고 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

인도네시아는 자바에서 수마뜨라에 이르는 주요 바띡(Batik)생산지에서 지난 4년 동안 바띡 생산 장인의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이는 대부분 대량 생산된 바띡 유사 직물 수입의 급증으로 인해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카르타포스트가 14일 전했다.

중부자바 쁘깔롱안의 바띡 장인 아흐마드 파일라숩은 대량 생산된 바띡과 경쟁하고 자신의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젊은 노동자를 찾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10년 넘게 바띡 사업을 해온 아흐마드는 자카르타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의 소비력이 약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점점 더 저렴한 바띡 원단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띡 유사 직물은 일반적으로 인쇄를 통해 대량 생산되기 때문에 생산자들이 전통적인 바띡과 유사한 모조품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진품 바띡의 생산은 스탬핑이나 손으로 직접 그리는 기술이 필요하고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다. 그 결과물은 각각 바띡 짭(batik cap, 스탬프 바띡)과 바띡 뚤리스(batik tulis ,수작업 바띡)로 불린다.

두 가지 전통적인 수공예 방식 모두 왁스를 사용하지만 손으로 그리는 바띡 뚤리스는 짠띵(canting)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복잡한 패턴을 천에 직접 그리는 노동 집약적인 공정이며, 바띡 짭 방식은 구리 스탬프를 사용해 패턴을 복제할 수 있다.

아흐마드는 공산품과의 경쟁이 전통적인 바띡 사업에 영향을 미쳐 매출이 한때는 평균 수준보다 50%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흐마드는 바띡 장인 또한 부족해져 정통 바띡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젊은이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한 바띡 장인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는 것이다. 바띡 장인들이 대부분 30세~40세 이상이며 향후 10년이 지나면 바띡 장인들이 없어질 위기에 처하고 전통적인 생산 방식은 신기술로 대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바띡 애호가 협회(IPBN)의 아유 디아 빠샤 회장은 젊은 세대는 일반적으로 바띡 장인이 되기 위한 기술을 습득하는 데 관심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협회는 2011년부터 바띡 보존을 위해 정부 및 민간 단체와 협력하여 다양한 이니셔티브를 통해 특히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유는 지난 12일, 전통 문양을 선호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단순한 바띡 문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전통 바띡의 매력이 줄어들고 생산자들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바띡 공예의 쇠퇴가 장인뿐만 아니라 바띡 문양의 필수 도구인 바띡 짭(스탬프) 생산자들에게도 타격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바띡 장인 및 기업가 협회(APPB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부 자바, 동부 자바, 서부 자바, 족자카르타의 바띡 생산업체 수가 지난 4년 동안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따. 2020년 4,171개 업체였떤 생산업체 수가 지난해 2,503개로 줄었다.

APPBI의 꼬마루딘 꾸디야 회장은 5월 30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장인들이  가사노동자나 식품 판매와 같은 다른 직업으로 전환하면서 바띡 산업이 약 2년 동안 거의 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 이후 바띡 산업은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많은 기업이 기존 판매 방식에서 디지털 판매 방식으로 전환했다.

꼬마루딘은 매장이 없던 업체도 있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매장이 생겼고, 심지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매출이 200%까지 급증했다고 들었다며, 온라인 매출의 대부분이 저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로부터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꼬마루딘은 전자상거래를 통해 바띡 산업에 진출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제대로 된 라벨링 없이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꼬마루딘은 협회가 공정한 경쟁을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특히 모조품으로 간주되는 인쇄된 바띡 원단을 판매하는 업체를 비롯해 많은 업체들이 판매하는 바띡의 종류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쇄된 바띡의 유통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진품과 모조품을 구별할 수 있도록 용어 사용에 있어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5월 25일 하원과의 회의에서 꼬마루딘은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위조 바띡의 유입으로 인한 경쟁에 대해 현지 생산자들의 우려를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국내 생산자들이 특히 면과 실크의 경우 수입 염료와 직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꼬마루딘은 인도네시아 전역의 바띡 장인 수가 2020년 13만1,565명에서 올해 7만5천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부의 화학, 섬유 및 기타 산업 국장인 레니 야니따는 지난 10일, 특정 지역의 전통 바띡을 모조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리적 표시(GI)와 같은 국내 바띡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정품 바띡 사용을 지속적으로 장려하고 바띡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과 관련해서는 산업부의 규정에 따라 바띡 원단이나 바띡 패턴이 있는 원단을 원료 또는 부자재로 수입하기 위해서는 수입업자가 인증을 받고 기술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레니는 정부 내에서 바띡을 자주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바띡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품질 보장과 혁신을 통해 매력적인 디자인과 패턴을 만들고, 환경 친화적인 바띡을 생산함으로써 바띡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