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야한다. 배워야한다. 사이자―아딘다 도서관과 물따뚤리 동상 사공 경 1. 사이자―아딘다 도서관 (Perpustakaan Saidjah Adinda) 유럽의 아시아 지배를 마감하게 한 소설 『막스 하벨라르』 속의 어린 연인들의 이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도서관이 반뜬 주 르박 군 랑까스비뚱에 있다. 르박 군 랑까스 비뚱은 『막스 하벨라르』가 태어난 곳이고 작가 물따뚤리가 부지사로 일한 마지막 장소이며, ‘사이자ㅡ아딘다’라는 특별한 이야기의 중심 배경이기 때문이리라. 검은 배경에 낭만적인…
롬복 , 재앙을 딛고 일어서기를... 글과 사진 /이강현 우리 가족은 롬복을 참 좋아한다. 발리보다 번잡하지 않고 아직 자연 그대로인 아름다운 섬에 크고 작은 무슬림 사원이 동네마다 천연색색으로 꾸며져 있고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섬 어디서나 스노클링을 즐길수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섬이다. 이섬에 뜻하지 않게 재앙이 찾아 왔다. 지난 7월 29일 저녁에 진도 6.4 (진원 24km)의 최초 지진 발생 후 8월 5일 진도 6.9 추가 지진이 발생하여 현재까지 사망자 563명, 부상자 7,757명, 이재민 39만명,…
가정부, 유모, 운전기사와 공생공존 하기 프로젝트! - 인도네시아 사람 관리를 위한 합리적인 매뉴얼 필요하다 - 김순정(순정아이북스 출판사 대표, 북칼럼니스트) 인도네시아에 살게 되면서 나를 웃게도 만들고 슬프게도 만드는 새로운 사람들이 생겼다. 바로 가정부(Pembantu) 유모(Suster) 운전기사(Sopir) 그들이다. 인도네시아에 살면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저렴한 인건비로 그들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7,000개 섬에 다종족이 퍼져 사는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종족과 만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
자화상 최장오 짧지만 긴 하루를 대면하는 시간이다 잠으로 반쯤 감긴 눈을 들어 쉐이빙 폼을 듬뿍 바른다 라벤더향이 코끝을 스치며 잘 발달된 더듬이처럼 턱 선을 더듬는다 웃고 찡그리고 째려보며 구석구석을 크로키 한다 아침마다 그린다 맑을 때나 흐린 날도 어김없이 자화상을 그린다 유일하게 너를 보는 시간 사내들이란게 그렇다 거울에 제 얼굴을 들이밀 일이 흔치 않다 숙련된 조각가의 손길로 방점을 찍으면 파르스름 피 한 방울, 스무 살 무렵부터 시작된 일상이다 깊어지는 주름과 희고 거친 머리칼이 낯…
데와다르의 섬, 까리문자와 노경래 저는 14세기에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아미르 하산(Amir Hasan)이구요. 워낙 오래되어 제가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까리문자와 위치] 저는 자바 북쪽의 까리문(Karimun)이라는 작은 섬의 서쪽 기슭에 누워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제가 이슬람을 최초로 이곳에 전파하였다 하여 저를 풍광이 좋은 이곳에 묻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묻혔을 때는 까리문 앞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는데 지금은 울창해진 잠부메라(Jambu Merah) 나무와 데와다…
당신은 자랑스런 한국 교민입니다! 조은아 아시아게임으로 인도네시아 전체가 들썩들썩한 요즘, 수도인 자카르타는 평소보다 더 많은 이방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당연하다. 자카르타에 살고 있지 않은 나 조차도 자카르타 밤 나들이를 하게 되는 걸 보면, 이 땅을 찾아온 이들이나 이 땅에 살고 있었던 이들 모두에게 특별한 설레임 일 것이다.그리고 이 와중에 나는, 나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8년 간의 재외국민생활 중 가장 깊은 생각을 하게 한 사건 아닌 사건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시안 게임 개막식이 있은 며칠 후, 나는…
보물을 잉태한 항아리 김현숙 자카르타 국립박물관 보물관에서 할머니의 고추장 단지를 보았다 바스러질 듯 윤기 잃은 갈색 항아리가 시간이 머물지 않는 유리관 속에 누워있다 섭씨 1,000도가 넘는 머라삐의 용암과 천 년의 세월을 화산재 아래 버티며 금세공품들을 품어낸 그 항아리 드라마틱한 이야기 하나 없이 농부의 곡괭이에 슈퍼보물을 잉태한 그는 훤히 보이는 관 안에서 아직도 산후조리 중이라지 불 가마에 두 번 구워진 몸은 고열에 터진 황금장식 속 …
산간 벽지 오지의 섬에 희망을. 이강현 / INJAK 회장 이번엔 NTT(누사뚱가라 띠무르)에 간다. 인도네시아의 주 가운데 하나로, 서티모르를 포함한 소순다 열도 동쪽에 위치하고 있고 주도는 서티모르에 있는 도시인 쿠팡이며 인구는 5백만명, 면적은 47,876km²이다. 누사틍가라 티무르 주는 약 550여 개에 달하는 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로레스 섬과 숨바 섬 그리고 티모르섬의 서쪽 부분인 서티모르 3개의 큰 섬이 있다. 참고로 티모르 섬의 동쪽 부분은 독립 국가인 동티모르의 영토이다. 자…
유리遊離 - 베트남빌리지, 바탐 박정자 네 개의 목선이 경사진 언덕에 늘어선 유택 앞에서 출항의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벌써 떠나버린 한 개 반은 흔적만 남아있었다 나머지 두 개 반은 제 몸의 부스러기들을 더 헐어내야 떠날 수 있을 것이었다 바로 옆 비탈엔 흙빛으로 누운 이름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목선에 실린 앙상한 몸 위에 몸 위에 몸들이 모르는 섬에 보따리처럼 부려졌던 그날도 오늘처럼 천둥번개 요란했을까 진흙탕 진창에라도 뱃멀미에 뒤틀린 위장을 눕힐 수 있었으니 감사기도를 올렸을까 그래도 아…
유럽의 아시아 지배를 종식 시키는 신호탄 『막스 하벨라르』 사공 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1999년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욕 타임즈가 지난 1000년 동안에 있었던 사실 가운데 100대 베스트를 뽑았다. 그 중에서 ‘최고의 이야기’로 선정된 것은 인도네시아 르박 군수 보좌관으로 온 네덜란드인 에두아르트 데커르(Eduard Douwes Dekker: 1820-1887)가 쓴『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라는 소설이었다. 데커르는 1860년 5월 15일, 물따뚤리(Multatuli)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