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산책 125 > 마법의 원탁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얼마 전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온 딸이 또 공부하러 간다는 말을 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우리 가족에게 취업 소식은 생명수 같은 선물이었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이 어렵게 들어간 큰 회사에서 윗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그만두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말들도 많아서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사람들은 요즈음 젊은이들이 인내력 없어서 그렇다고 했고, 나약하게 키운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들도 하지만, 왜 젊은이…
< 수필산책 114 > 우리 삶의 벽에 대하여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내가 살고 있는 자카르타 시내의 아파트에서 외부로 나갈 때나 돌아올 때 눈길을 사로잡고 시야를 잡아당기는 지점이 있다. 그곳은 바로 우리 아파트 앞 훤하게 탁 트인 넓은 공터이다. 옹기종기 모여 살던 현지인들의 작은 동네였는데 지금은 그곳이 철거되면서 넓은 공터에 나무가 무성히 자라서 숲을 이루고 하늘과 마주하고 있다. 아파트 한 동을 더 지으려고 오래전부터 우리아파트 그룹에서 사들인 땅인 듯싶다. 그러나…
< 수필산책 105 : 한국문단 특별 기고> 문학하기 좋은 때 공광규 / 시인 코로나19 전염병 공포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엄습했다. 전염병이 모든 나라에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실시간 검색을 통해 각 나라별 전염병으로 인한 사망자와 전염병 확진자 수가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런 죽음의 행진이 언제 멈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하여 현대 기술문명의 한계를, 인간의 한계를 짐작해본다. 이미 인간은 이런 시간을, 고통을, 공포를 견디기 위해 신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모두들 목숨…
< 수필산책 95> ‘내로 남불’에 대하여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내로 남불’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 태생의 비밀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국적이고 기형적이다. ‘내’는 나를 지칭하는 일인칭이고 ‘로’는 영문의 Romance 한글표기이며 ‘남’은 우리말에서 상대방을 지칭하고 ‘불’은 한자의 불륜에서 파생된 언어구조를 이루고 있다. 몇 년 전에 우리나라도 …
<수필산책 85 (한국문단 특별 기고) > 맑은 슬픔 공광규 / 시인 맑은 슬픔이라는 말이 가능할까? 시골에 혼자 사시던 어머니가 지금은 내가 사는 일산에 올라와 병원에 다니고 있다. 어머니는 아프신 이후로 음식을 많이 드시지 못하기 때문에 몸이 마르고 기운이 없다. 며칠 전 어머니께 운동을 겸해, 가까운 상가에 큰 식료품점이 문을 열었으니 먹을 것이 있는지 가 보자고 제안을 했다. 어머니는 얼른 따라나섰다. 인도를 걸으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걸어 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 수필산책 75 > 데모, 그 우렁찬 함성 뒤에는 엄재석 /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반둥 인근에 있는 가룻에 출장을 갔다가 자카르타로 귀경하는 날이었다. 시내에서 중요한 저녁 약속이 있어서 업무를 일찍 마치고 자카르타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우리의 경부고속도로 격인 자카르타–수라바야 고속도로의 시발점이 찌깜벡 구간이다. 평소에 중앙선에는 2층 고속도로, 좌측에는 경전철, 우측에는 고속철도까지 건설하기에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은 고속도로이다. 이런 자카르타–찌깜벡 고속도로를 지나서 예…
< 수필산책 65 > 야자수 같은 사람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어디에서든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인도네시아에는 이를 야자수에 비하고 있다. Jadilah manusia seperti pohon kelapa / 야자수만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야자수는 어떤 나무일까? 야자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것이 없다. 사람으로 보면 이리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예쁘고 멀리서 봐도 예쁘고 가까이 봐도 예쁜 것이 야자수다. 무엇보다 내가 야자수를 좋아했던 건 어떤 나무보다 불타는 석…
< 수필산책 59 > ‘Terima Kasih’(감사합니다)에 대한 단상 오기택/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감사합니다’ 이렇게 다섯 글자밖에 안 되는 짧은 한 문장이지만. 말하는 사람도 기분 좋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은 문장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은 타인에 대한 내 감정의 표현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베풀어준 호의에 대한 나의 감정적 고마움을 표현하는, 화자 중심적인 단어가 감사(感謝)라…
<수필산책 58> 자바의 꿈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자바에 3년째 살고 있다. 일이 있어 자카르타에 온지 겨우 3일이 지났는데 자바가 그리워 눈물이 난다. 누구보다 수나르가 보고 싶다. 눈물이 날정도로 보고 싶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수나르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인도네시아 사람인데 말이다. 수나르는 마흔살로 살라띠가에서 만난 아들 같은 자바 사람이다. 내가 수나르를 만난 건 3년 전 2017년 6월쯤이다. 노년을 살라띠가에서 살기로 하고 수나르의 땅을 사서 연구원을 짓고 새로이…
< 수필산책 57> 뿌아사 금식과 르바란 명절 엄재석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라마단 뿌아사 금식이 계속되면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지친 표정들이다.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니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많이 겪는다. 그 중에서 나에게는 뿌아사 금식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문화였다. 대관절 무슨 사유인지 한 달이란 기간 동안 낮에는 식사는 물론 물도 마시지 않는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예배를 드리고 아침 식사를 하고 이후로 오후 5시 30분까지 일체의 금식을 한다. 이 기간 중에 현지 직원들이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