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책 157> 인니어 해프닝 ‘Puyeng puyeng!’ 함상욱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Puyeng puyeng 뿌영뿌영! (머리 아프구만!)” “저기, 이거 맞는 거지?” “이 숫자 틀린 거 아니야?” “MR. PUYENG PUYENG BANGET” (미스터! 머리 아프게 하네, 진짜!) 나하고 업무를 함께 하는 현지 여직원 얼굴이 붉은 사자 마냥 화가 난 얼굴로 총총히 사라진다. …
<수필산책 156> 거짓말에 관한 설화[說話] 이병규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옛날, 옛적에 과거 산을 지키는 신이 있었다. 이 과거 신은 신선만이 먹는 '진실' 이라는 열매를 키우고 있었는데 매년, 이 열매를 수확할 때만 되면 두 마리 짐승이 나타나서는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한해 지은 농사를 완전히 망쳐 놓는 것이었다. 한 마리는 '핑계' 라는 놈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변명' 이라는 놈이었다. 이 두 마리 짐승은 날래고 성격이 포악하여 잡아 두는 게 여간 힘든 …
<수필산책 155> 타임머신 이재민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거실 시계의 배터리가 다하여 멈추어 버렸다. 말끔한 건전지를 찾아 교체해 주었더니 다시금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장난기가 발동하여 거꾸로 바늘을 돌렸더니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갔다. 순간 타임머신이 별건가 하는 생각이 반짝 머릿속을 스쳐 갔다. 시간이 흘러가는 반대 방향으로 원을 일곱 번 그었으니 나는 일주일 전의 나이겠구나. 그럼 만 천 번 정도를 되감으면 박박 머리 꿈 많던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도 있겠구나. 남고에…
<수필산책 154> 가을과 남자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꽃이 피는 화창한 날씨의 봄을 일컬어 여성의 계절이라고 한다. 봄은 골짜기에서 얼어붙은 눈과 얼음이 녹아 낮은 지대로흐르며 물기를 머금은 대지가 만물을 품어 꽃과 열매를 풀어내듯, 희망의 봄이 여성으로 비유되는 것은 여성이 사랑으로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아름다움의 상징이기 때문이리라.그런가 하면 잎이 떨어지는 서늘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한다. 남자는 거칠고 황량한 야생의 둔덕에서 억새풀처럼 질긴 의지로 살아남아야 하는…
<수필산책 153> 나의 피터 팬은 어디로 갔을까 이병규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한 달을 준비하던 본사와의 회의가 끝나고 오늘은 기필코 일찍 퇴근하겠다는 일념으로 급한 보고서만 몇 개 처리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코로나 때문에 럭다운 하던 시절이 그리울 정도로 오늘 수디르만 대로는 차량들로 꽉 막혀 있었고, 이른 퇴근에도 불구하고 차량 정체에 지친 몸은 차량 시트로 자꾸 파고들었다. 막힌 차량들 사이로 날 파리 떼처럼 요리조리 쏙쏙 빠져나가는 오토바이들을 보면서 괜한 짜증만 낸다. 내 삶은 언제부터…
<수필산책 152> 창공에서 느끼는 ‘푸에르토프린세사’ 강인수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나의 비행기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도착지인 자카르타까지 2시간 50분이 남은 시점에 있다. 현재 지도상 자카르타까지 거리는 2402km 지점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내에서 글을 쓰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지는 불과 몇 년이 안되었다. 20여년을 서울과 자카르타를 오가면서 비행기를 잘 못 타는 일들이 많았다. 자주 겪는 난기류의 공포와 인도네시아 땅에서의 지진피해 공포였는지 모르지만 힘든 시간을 보…
< 수필산책 151> 작은 여유 송민후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봄과 여름사이 남쪽의 아침바람은 지나온 계절을 닮았다. 달리는 차창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운 실크 스카프가 뺨을 스치고 가듯 부드럽다. 비개인 하늘에 구름이 무겁게 매 달려있다. 늘 아쉬움이 남는 고향 방문이 이번에는 유난스레 아쉽다. 하루 더 쉬었다가라는 만류를 뿌리치고 삶의 터전으로 가고 있다. 우리가족은 가는 길에 좋은 곳 있으면 쉬어가기로 하고 도로 표지판을 읽어가며 갔다. 1시간쯤 달리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녹차 밭…
< 수필산책 150 > 그릇이 들려주는 이야기 하승창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최근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주민의 야드 세일 (Yard Sale), 즉 중고품들을 자기집 마당에 늘어놓고 판매하는 공개 장터에서 사기그릇 하나가 35달러에 팔렸다. 집주인이야 있으나마나 한 물건이라 푼돈이라도 받고 팔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했을지 모르나, 이를 구매한 사람은 평소 골동품을 보는 안목이 있었던 모양이다. 구입 직후 전문 업체에 감정을 요청했더니 이 그릇은 무려 15세기 초…
< 수필산책 145 > 나시고랭 (GILA) 에피소드 함상욱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파란색, 빨간색 불꽃이 춤을 춘다. 우리나라의 포장마차 같은 이곳, 인도네시아의 길거리 식당에서 파는 음식인 나시고랭 GILA의 매콤한 향이 나의 뇌를 찌른다. 무슨 이유일까? 음식 이름 뒤에 나시고랭 GILA(미쳤다)라니, 주문해둔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주변 사람들과 조용히 상황을 주시한다. 오래 사귄 사람들은 아니지만 스치는 인연으로 항상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매퀴한 거리의 냄새는 오늘도 좋은 만남을 확신 시킨다…
< 수필산책 135 > 작은 여유 송민후 / 시인, 문인화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봄과 여름사이 남쪽의 아침바람은 지나온 계절을 닮았다. 달리는 차창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운 실크 스카프가 뺨을 스치고 가듯 부드럽다. 비개인 하늘에 구름이 무겁게 매 달려있다. 늘 아쉬움이 남는 고향 방문이 이번에는 유난스레 아쉽다. 하루 더 쉬었다가라는 만류를 뿌리치고 삶의 터전으로 가고 있다. 우리가족은 가는 길에 좋은 곳 있으면 쉬어가기로 하고 도로 표지판을 읽어가며 갔다. 1시간쯤 달리다 평소 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