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산책 65 > 야자수 같은 사람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어디에서든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 있는데 인도네시아에는 이를 야자수에 비하고 있다. Jadilah manusia seperti pohon kelapa / 야자수만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다. 야자수는 어떤 나무일까? 야자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 것이 없다. 사람으로 보면 이리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예쁘고 멀리서 봐도 예쁘고 가까이 봐도 예쁜 것이 야자수다. 무엇보다 내가 야자수를 좋아했던 건 어떤 나무보다 불타는 석…
< 수필산책 59 > ‘Terima Kasih’(감사합니다)에 대한 단상 오기택/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감사합니다’ 이렇게 다섯 글자밖에 안 되는 짧은 한 문장이지만. 말하는 사람도 기분 좋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은 문장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은 타인에 대한 내 감정의 표현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베풀어준 호의에 대한 나의 감정적 고마움을 표현하는, 화자 중심적인 단어가 감사(感謝)라…
<수필산책 58> 자바의 꿈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자바에 3년째 살고 있다. 일이 있어 자카르타에 온지 겨우 3일이 지났는데 자바가 그리워 눈물이 난다. 누구보다 수나르가 보고 싶다. 눈물이 날정도로 보고 싶다. 나는 한국 사람이고 수나르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인도네시아 사람인데 말이다. 수나르는 마흔살로 살라띠가에서 만난 아들 같은 자바 사람이다. 내가 수나르를 만난 건 3년 전 2017년 6월쯤이다. 노년을 살라띠가에서 살기로 하고 수나르의 땅을 사서 연구원을 짓고 새로이…
< 수필산책 57> 뿌아사 금식과 르바란 명절 엄재석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라마단 뿌아사 금식이 계속되면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지친 표정들이다.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니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많이 겪는다. 그 중에서 나에게는 뿌아사 금식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문화였다. 대관절 무슨 사유인지 한 달이란 기간 동안 낮에는 식사는 물론 물도 마시지 않는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예배를 드리고 아침 식사를 하고 이후로 오후 5시 30분까지 일체의 금식을 한다. 이 기간 중에 현지 직원들이 점심…
<수필산책 56 > 한국인의 김치이야기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열대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살아온 탓인지 입맛이 없을 때면 한국에서 먹던 김장독에서 갓 꺼낸 차가운 겨울의 김장김치가 생각난다. 요즘에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오가며 번갈아 생활하다보니 김장철이 되면 친정언니는 의례히 내 몫의 김장김치까지 담아놓는다. 특히 작년 겨울은 다른 어느 해 보다 김장김치로 인해 따뜻하고 풍성한 겨울을 보냈다. 동창인 세 명의 단짝친구들이 저마다 각자의 맛을 자랑하는 김장김치를 가져다주…
< 수필산책 55 > 자바어린이들의 난장(亂場)판 이태복/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자바의 살라띠가 사산자바문화연구원에는 종종 동네 개구장이들이 놀러와서 원장 몰래 메기와 비단 잉어를 키우는 조그마한 연못에 물고기 서리를 한다. 발동이 걸리면 아예 홀라당 벗고 멱까지 감으며 구정물을 만든다. 연못인지 수영장인지 아수라장일 때가 있다. 공연장 악기들을 멋대로 두들겨 고장 내기도 하고 정원을 뛰어다니며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어린시절 추억이 그리워 방관하며 대리 만족을 하는 재…
< 수필산책 54 > 골프와 인생, 그 스토리의 중요성 우병기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시기적으로 건기인가 싶은 요즘 자카르타는 오후만 되면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고 나면 하늘은 마치 한국의 초가을 하늘처럼 청명해 진다. 이런 날은 자카르타에서도 Gede 산과 Salak 산의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가 있다. 이 좋은 날씨를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들어 주말에 지인들과 약속을 정하고 Gede 산자락에 자리 잡은 골프장으로 운동을 나갔다.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바람까지 시원했다. 오후에…
<수필산책 53 > 그 낮선 느낌들의 정체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가경을 꿈꾸던 설렘은 오만이었다. 후끈하고 밀치는 열기와 솜사탕 엉기듯 온몸을 끈적하게 에워싸며 다가오는 낮선 느낌들! 후각을 자극하는 누릿하고 음산한 기운의 정체는 무엇일까? 불현듯 영화의 기억이 떠오른다. 영혼에 오색 분칠을 해대는 인도의 홀리 축제, 시신을 태워 영혼을 날려 보낸다는 갠지스 강가의 뿌연 연기의 모습도 떠오른다. 놀라움에 …
< 수필산책 52 > 연당 막걸리와 코코넛 워터 엄재석/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어릴 때 동네 사람들은 우리 집을 연당 양조장 집이라 불렀다. 도가집으로 막걸리를 제조하는 공장이자 판매까지 하였다. 당시만 해도 면 단위 마다 하나씩 있다 보니 그 동네에서는 가장 큰 집이 양조장이다. 양조장에는 술밥을 쪄서 식히는 보일러실과 누룩 발효균을 배양하는 종국실이 있다. 쌀밥과 누룩을 비벼 옹기 독에 담아서 일주일 정도 숙성하는 숙성실이 있다. 이 숙성실은 항상 온도가 일정해야 하기에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는…
<수필산책 51 > 밥상머리에서 입 여는 화교사회, 입 다무는 우리사회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3개월 전 취업 최종 관문인 면접시험에서 합격되었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 아내와 나는 한 동안 세상 살맛난다며 얼굴에 미소를 달고 살았다. 한 달이 지나면서 딸과 통화 횟수가 늘어났고 감출 수 없었던 우리 부부의 미소도 차츰 걱정으로 바뀌어갔다. 우선 못 마시는 술을 억지로 권하는 못된 회식 문화에 딸은 절망하고 있었다. 가끔 강요에 못 이겨 마신 후 밤새 고생하다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