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겨울 김현숙 코끝을 때리는 찡한 공기 몇 시나 됐는지 창호지는 벌써 새하얗고 격자무늬 속 단풍잎 눈 속에 핀 꽃송이 같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등을 구부려 온기를 모아본다 ‘아…… 며칠 남지 않은 개학 마지막 쓴 일기는 언제였는지……’ 마음도 시끄러운데 기다리던 할아버지 두런대신다 “남들은 큰길까지 빤하게 치웠는디……” 첫눈은 맘을 설레게도 했다지…
머리냄새가 맡고 싶어, 엄마 최장오 그 냄새가 동백기름 같기도 하고 시큼한 땀냄새 같기도 하고 물큰 비 냄새 같기도 한데 기억 속엔 미끌미끌하니 영 잡히지가 않는다. 찬밥 한 덩어리에 노곤해져 툇마루에 곤하게 자던 아이 하얗게 눈 까뒤집으며 버둥거린다, 경끼. 엄마는 아일 들쳐 업고 서낭당 너머 침쟁이 있는 반주막까지 십여리 길을 내달렸다. 희미한 정신줄 속에서도 목덜미로 타고 흐르던 아득한 머리냄새, 검정고무신 뒤꿈치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다. 반주막(半酒幕) 불빛을 뒤로 타박타박 걷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