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책 103> 갈등(葛藤)의 꽃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언제부터 두리안 마니아가 되었는지 이달 들어 세 번째로 해발 3,142m 머르바브산 중턱 마글랑의 짠디 물요(candi mulyo) 두리안 마을에 갔다. 이 마을은 두리안으로 유명해서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마을 가는 길에는 두리안보다 마음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길가에서 마주친 화려한 진홍색 등꽃이다. 나는 오감 중에 미각보다 시각에 더 만족을 누리는 한량으로서 풍광이 좋으면 어디든 가는 스스…
< 수필산책 96> 3.1절 특집 3.1운동이 맺어준 선린 관계 우병기 / 소설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국가적인 사건이 무엇입니까? 라고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나는주저 없이 1997년 11월 발생한 IMF 외환위기라고 말할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30대 연령 이상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IMF 외환위기는 당시를 살아가던 모든 국민들 삶에 어떤 식으로든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정부는 낙관적인 …
<수필산책 93> 믿을 신(信)에 대하여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한자에서 믿을 신(信)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 인 변에 말씀 언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은 글자 하나에서 보여주듯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시키는 도구는 언어로부터 시작되고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아닌 상대방의 나에 대한 믿음을 요구하는 잣대가 되기도 하고 자신의 신용을 타인에게 담보하기도 한다. 목에 힘을 주며 열변을 토하는 사람일수록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상식과 기준을 전제로 믿음을 강조하는 내용…
< 수필산책 83 > 행성의 축복 김준규/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밤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 중에 유일하게 생명체를 선택받은 행성, 우리는 그 희귀성에 한번 놀라고 생명체의 유지를 위해서 끊임없이 작동하는 물리적 지속성에 또한번 놀라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박테리아는 수 십억 년을 진화하면서 다양한 생명체를 키워냈고 적당한 시간 차이로 돌아가는 자전의 힘은 생명이 활동하며 휴식할 수 있도록 낮과 밤을 구분하여 진화를 촉진하였다. 그뿐인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적당한 온도의 유지가 …
< 수필산책 73 > 비등점에 대하여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어느 날의 오후, 출출한 뱃속의 신호를 받아들여 라면을 끓여먹자는 발상이 떠올랐다. 달그락 달그락 냄비뚜껑이 들썩거리며 집안의 정적을 깨운다. 아래로부터 후끈하게 열리는 에너지의 출구 사이에 알루미늄 철판은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냄비 속에 담긴 물이비등하는 시점을 기다린다. 물을 가열하면 온도가 올라가다가 어떤 온도(끓는점)에 이르면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내부에서 기포가 부글거리며 표면까지 올라와 수증기로 바뀌는 현상이…
<수필산책 63 > 빵나무 열매가 낭까(Nangka) 아니었어? 우병기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일 년에 한번 있는 르바란 연휴기간은 가급적이면 나는 부모형제가 있는 한국을 방문하여 보내려 한다. 올해는 르바란 연휴가 좀 일찍 찾아와서 6월 초를 한국에서 보내게 되었다.오랜 만에 맞이하는 한국의 청명한 6월 날씨는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마법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6월 제철 음식을 마음껏 흡입 하고나니 그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비록 몸무게는 늘었지만 마음만은 가벼워진 느낌이다. 예전에는 참외가 여…
<수필산책 53 > 그 낮선 느낌들의 정체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가경을 꿈꾸던 설렘은 오만이었다. 후끈하고 밀치는 열기와 솜사탕 엉기듯 온몸을 끈적하게 에워싸며 다가오는 낮선 느낌들! 후각을 자극하는 누릿하고 음산한 기운의 정체는 무엇일까? 불현듯 영화의 기억이 떠오른다. 영혼에 오색 분칠을 해대는 인도의 홀리 축제, 시신을 태워 영혼을 날려 보낸다는 갠지스 강가의 뿌연 연기의 모습도 떠오른다. 놀라움에 …
제3회 적도문학상 -학생및청소년부 최우수상(주아세안 대사상) / 시 부문 아름다운 서울 도시의 이야기 누르 사피트리(Nur Syafitri) 해가 서쪽으로 진다 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정말 예쁘다 특히 서울이 아주 빛나고 빛난다 밤하늘에 걸려 있는 달 밤하늘에 걸려 있는 별들 서울의 하늘을 참 예쁘게 만든다 오늘따라 참 예쁘더라 그런데 이 아름다운 분위기에서 갔다 왔다 하는 사람들 중에서 그리움을 참고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 숨 막힐 듯한 외로움이 가득한 사람 오늘하루만 …
< 제3회 적도문학상최우수상 (재인니한인회장상) / 수필 부문 > 괜찮아요, Tidakapaapa 오기택 ‘Tidakapaapa’ 오늘도 어김없이 듣게 되는 이 말,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면서 가장 어렵고 낯설게 다가온 것은 그들의 ‘Tidakapaapa’ 문화였다. 기분이 좋아도, 기분이 나빠도 그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tidakapaapa’를 말했다. 처음에는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내가 못 알아들었을 거라 생각해…
제3회 적도문학상최우수상(주인니 한국대사상) /시 부문 사랑니 방성욱 아플 때만 기억하며 늘 함께한 고마움을 잊었네요 새벽녘 밝은 음성에 내 마음속 당신의 자리를 다시 찾아 갑니다. 사랑니 같은 사람 고통받고 괴로울 땐 뽑고도 싶었는데 어느새 그 뿌리가 내 심장에 닿아 있네요 손 내밀어 잡고 싶고, 귀 기울여 듣고 싶은 소중한 추억속에 인연 사랑니 같은 사람 시나브로 젖어 드는 그 추억을 되 뇌이며 오늘도 혀끝으로 그 사랑을 더듬어 봅니다 늘 함께하며 잃기 싫은 사랑니 같은 사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