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들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최하진(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설마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나의 중추신경계를 이토록 자극하게 될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한 터였다. 불혹이 넘은 나는 개인적인 삶은 잠시 내려두고 가정에 내 안의 에너지를 쏟고 있었고, 내 이름이 불린 것은 아득히도 먼 시간이 지난 후였으니까.엄마라는 이름으로 지낸 나의 시간도, 나의 땀과 사랑과 열정이 녹아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끔은 나의 이름을 잊기 전에 누군가에게 불리고 싶은 때가 있었다. 그런 나의 바람이 가끔은 내 안 희망의 씨를 틔우는…
오늘도, 엄마는조은아(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전봇대처럼 서 있기만 해도 쪼르르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른다. 낮 기온 삼십이도. 체감온도 삼십구도. 도로에 뿌리 박고 있는 시멘트 기둥이 새삼 기특한 이곳은 일 년 내내 뜨거운 적도의 땅이다. 한국기업에서 받은 새해 달력에는 현지 공휴일과 한국 공휴일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 설이 오 일 앞으로 다가왔다.“간단히 해 간단히.”막내딸에게 이렇게 말하는 당신은 정작 일 년에 열두 번의 제사를 지내던 종갓집 큰며느리였다.“더운데 고생이네. 간단히 해 간단히.”본인도 그리하지 않았으면서 전화기 …
[제6회 적도문학상 단편소설 우수상]거대한 질문우지수(전 편에 이어서)“무슨 일 있나요, 선임님?”윤영아가 서 있었다.“눈썹을 찌푸리고 계세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문제는 무슨…. 긴장돼서 그러지, 경매는 처음이라서.”“걱정하지 마세요, 선임님. 잘하실 거예요.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고. 선임님은 잘해 오셨으니까요.”‘누가 이렇게 예쁜 말을 가르쳐줬을까? 아니, 입력해 줬을까? 아니, 입력을 결정했을까?’모빈이 근무 중인 국립 감정연구소는 총 12대의 유사 인간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들은 주로 업무 보조에 사용되는…
[제6회 적도문학상 단편소설 우수상]거대한 질문우지수<경력>-수상:한인니문화연구원 <제11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 단편소설 우수상 2021-번역 출간도서 : 『인간 커뮤니케이션, 비서구적 관점』 김민선 저 / 범기수, 박기순, 우지수 공역, 커뮤니케이션 북스, 2008<당선 소감>이 글을 쓸 때쯤, 살면서 처음으로 ‘배신’이라는 것을 당해보았습니다. 처음엔 화가 나서 ‘처음부터 이럴 의도였을까? 상대방은 내가 속상하다는 것을 알기는 할까?’라는 질문을 반복했고, 결국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곰곰나루 문학특강] 2024년 3-6월(총12주) 강의 안내한국, 미주,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등(한국시간 기준)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 지부는 올해 공모한 제5회 적도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문협 인니 지부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작품을 공모, 접수하여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시상식은 오는 8월 26일로 계획하고 있으며 대상 수상자에게는 등단 작가의 예우와 당선 작가 전원에게는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 지부에 가입 자격을 부여하며 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특전을 부여한다.
저기, 저 이별이 우리에게도 온다!강인수(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한국에서부터 만리타국 떨어진 미국도 아닌, 그저 그 반의 거리에 사는 나는 근래에 많은 이별을 겪었다. 너무 오래 밖에 있었다는 느낌이 들 무렵 나의 사람들이 떠나갔다. 인간은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사실, 그것을 알면서도 나에게는 닥치지 말아야 하고 급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죽음에 대한 망각의 버스는 시속 오 킬로의 속도로 천천히 오고 있다.삼 년 전, 나는 부산에서 시어머니의 은빛 머리칼을 검게 염색을 해드리고 핀잔을 들었었다. “니는 와 이리 대충하노?” 어머니…
2023 제 5회 적도문학상 공모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한 한국문학 단체인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에서 우리 문학의 맥을 잇고 발전시켜 나갈 우수한 신인작가를 발굴하고자 아래와 같이 2023년 제5회 적도문학상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COVID19의 영향으로 2년 동안 본 문학상을 개최하지 못했으니, 이제는 팬데믹을 이겨내고 2023년부터 다시 공모합니다. 많은 응모 바랍니다. 1. 응모 대상: 미등단 신인으로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에 거주하는 성인 2. 부 문: 시, 소설, 수필(전 부문 자유주제) 3. 응모 방법: 시(…
이상하고 재미있는 동물들 강희중/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반둥의 ‘꼬따 바루’에서 산 지도 1년이 넘었다. 유난이 크게 들리는 아침 참새의 ’짹짹’ 소리에 알람이 필요 없다.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뜬다. 구름은 뭉실뭉실 떠다니며 사람이 살기 딱 좋은 습도와 온도가 마치 한국의 가을 날씨와 같다. 해발고도 700m, 사람 살기가 정말 좋은 곳이다. 예로부터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사람들은 살고 싶어 한다. 여기가 그런 곳이다. 가끔 버카시나 자카르타에 가면 한…
<수필산책 203 > 키높이 구두 이재민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한 TV 프로그램에서 여성 패널이 180cm 이하의 남성은 루저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여 후폭풍이 거셌다. 특히 나처럼 169cm 키로 살아오며 한 뼘 아니 1cm만 더 컸으면 170cm인데 하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에게는 여간 듣기 싫은 소리가 아니다. 프로그램 댓글 창에는 남녀가 편을 갈라 아옹다옹 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나 역시 거친 말을 몇 줄 달다가 ‘이 뭐하는 짓인가’ 싶어 쓱 지워버렸다. 분명 잘 먹고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