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산책 20 > 향기 이영미/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유년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다름 아닌 담배 냄새였다. 코끝을 찌르는 텁텁하고 알싸한 향, 맡아서는 안 될 것만 같은 금단의 냄새, 공공장소에서 누군가의 옷이나 손에 밴 담배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태우지 않은 담배개비에는 좋은 냄새를 뜻하는 ‘향기’란 단어까지 하사한 이유, 거기에는 어린 시절의 그리움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동전 두 개를 손에 쥔 채 대문 밖으로 달려나가는 양갈래 머리…
< 수필산책 12 > 우리 동네 골목 우병기 / 한국문협인니지부 회원 아들 녀석 학교문제, 주변 공해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이사를 하기로 했다. 자카르타에서 이사를 한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기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퇴근 후 아내와 같이 이삿짐 업체에 견적을 내고자 살림살이를 풀어 보았다. 제법 이삿짐이 많았다. 아내는 늘 나한테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다고 투덜거리곤 했는데, 오늘은 웬 짐이 이렇게 많지 하면서 전혀 다른 이유로 투덜댔다. 그동안 이곳에 살면서 사 모은 물건들…
김준규 시인 2. 김준규 시인 신인상 수상식 7월 1일, 오후 5시 대구시내 위치한 프린스 호텔에서 「계간 문장」 신인상 수상식을 가졌다. 이번에는 특별히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지부 회원인 김준규 시인이 시 ‘질경이’ 외 3편이 수상작으로 선정 되었다. 이 자리에서 장호병 발행인은 “신인상 수상은 일생에서 단, 한 번 뿐인 통과 의례이자 문학의 친정을 가지는 일이다”라고 수상자를 격려하였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윤배 시인은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붓끝을 주문하며 더욱 창작에 …
제2회 적도문학상 시 부문 성인부-가작 (한국문협인니지부상) 하루 in 하루 이희경 누군가의 목마른 메아리 새벽하늘을 적셔놓았다. 몽롱한 음률로 새벽찬기운에 힘을 주었다 아직 희뿌연 하늘뒤로 뛰어들어온 그 무언가를 설렘으로 기대로 마중나간다 앞마당 새하-얀 치자향이 마주하는 작은 나를 흔들어 놓았다. 어찌 그리 고우랴 어찌 이리 아름다우랴 아뿔싸, 너를 붙잡고 작은 나는 기쁨으로 떨었다 한 낮의 하품은 땅을 삼키고 차가운 용암처럼 나를 붙든다 이제 …
제 2회 적도문학상 (성인부) 수필부문 가작 수상작 소확행 김여사 (소소한 일을 확실하게 행동으로 하는 김 여사) 김선숙 어느 날 아침 출근 준비 시간이 갑자기 버거워졌다. 부은 듯 까칠한 얼굴에 습관적 으로 회칠에 가까운 화장을 한다. 예전 같지 않다. 정장이라도 하는 날에는 스타킹을 신어야 한다. 다리도 부었는지 스타킹을 끌어 올려 당기다보면 팽팽한 스타킹에 급한 손톱이 스치고 순간올이라도 나가면 신경질적으로 벗어 던지기를 여러번. 이런 혼자 짜증에 갑자기 온 몸에 열이 올라 그나마 겨우 마무리한 화장이…
제2회 적도문학상 성인부 수필부문-가작(한국문협인니지부상) 아버지, 자카르타에서 만난 또 다른 나 양동철 2년쯤 전에 자카르타에 부임한지 6개월 만에 아버지, 어머니가 아들 내외와 손녀들을 보기 위해 이 곳에 오셨다.몇 달만에 만난 부모님과 공항에서 반가운 해후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나도 물론이지만 집에 있던 두 손녀들도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가방에 가득 담아 오신 그 어떤 선물보다도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공항에서 밤 늦은 시각에야 집에 들어왔고, 그 동안…
제2회 적도문학상(학생부)소설부문- 장려상(한국문협인니지부상) 잘 살 수 있을까 박주영( UPH 11) -제 1편 인도네시아-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타국에서 산다는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무엇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지. 오랜 고민끝에 난 결정을 내렸다. 바로 ‘문화 차이’다. 대한민국, 바로 내가 살던 곳이자 나의 영원한 안식처일거라고 생각한 곳. 그곳에 문화와 지금 내가 살고 있는곳, 인도네시아 문화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내…
제2회 적도문학상(학생부) 수필부문 장려상(한국문협인니지부상) 내가 살아가는 세상 김도아 (JIKS 10) 나는 11월 가을의 쌀쌀한 바람과 살랑살랑 대는 단풍잎은커녕 햇살이 내리 쬐는 날씨에 태어났다. 나는 그저 평범함에 화목함을 더한 가족의 철없는 막내였다. 나는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왔다. 그리고 난 그 해가 오기 전까지는 내가 사는 나라가 외국 같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냥 우리 나라 라고 생각을 했다. 추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오로지 이세상의 주인공은 나인 것처럼 살아왔던 것 같다. …
제2회 적도문학상 (학생부) 장려상 수상작 / 시 1. 밤하늘 이윤영 (SPH 11) 할머니의 조그마한 집으로 걸어가다 노오란 하늘 위에 검정색을 칠하고 나면 나는 다른 세상을 걷게 된다. 어둠은 더욱 깊어져 나의 동행자를 데려가고 빛은 더욱 밝아져 내 두눈에 별들을 그려 넣는다. 고요한 밤길을 걸어가다 어둠아래 홀로 남아 나는 다른 세상을 느껴본다. 지저귀던 새들은 어디론가 떠나가고 해맑게 웃던 아이들은 이유없이 잠에 든다. 빛을 따라 외로이 걸어가다 달빛 아래 서…
제2회 적도문학상(학생부) 수필부문 -특별상 (JIKS학교장상) 나의 국가 정체성 김형준 (JIKS 10)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외국에서 태어났고, 8살까지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자랐고 현재까지 자카르타에 있는 한국국제학교에서 고등학교 2학년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다. 태어난 이후 현재까지 외국에서 살고 있다. 내가 한국에서 생활을 한 기간은 매우 짧다. 몇 년에 한번 한 달 정도 휴가기간을 이용해서 서울 할머니 댁에 방문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가 한국 사람인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