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산책 124> 고등어의 눈물 최순덕 / 수필가 시퍼런 바다가 쏟아진다. 탱글탱글 터질 것 같은 싱싱한 고등어가 배에서 바로 집으로 왔다. 스티로폼 박스에 얼마나 꾹꾹 눌러 담았는지 박스가 미어터진다. 고등어 사이사이에 신문지 뭉치를 쑤셔 넣듯 쿡쿡 박아 넣은 한치는 또 얼마나 많은지, 쏟아놓으니 큰 대야에 가득하다. 제매가 오징어 좋아하는 줄을 어찌 기억하고 있는지 제철 만난 한치를 많이도 보냈다. 맙소사, 작은 오빠가 바다 한 귀퉁이를 툭 때어 보낸 것 같다. 막내 오빠는 고등어 잡이 선단의 …
< 수필산책 123> ‘빨리빨리’에 대한 고찰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서양 식당에 가보면 어리 둥절 할 때가 있다. 한 끼 식사를 위해서 하얀 식탁보 위에 수북이 쌓인 포크와 나이프, 스푼 등은 다 어디에 쓰이는지 헷갈린다. 수저와 젓가락 하나면 해결되는 우리의 식사 문화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식사를 빨리하기로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을 빼 놓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단일민족이면서도 끊임없는 전쟁을 겪으며 외세의 잦은 침략에…
< 수필산책 122 > 고난에 대한 단상(斷想) 문인기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살다보면 밝은 길을 걸을 때도 있지만 어둡고 답답한 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지금은 세상이 뒤숭숭하고 어둡다. 전염병으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받는 압박감으로 인해 마음이 각박해지고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뉴스 시간마다 전 세계적 코로나 확진자와 희생된 사람의 숫자가 어제보다 늘었다는 근심된 소식으로 시작한다. 정치적으로는 서로를 탓하며 끝없이 서로를 비난하며 남 탓하는 가시 돋친 말도 퍼붓는다. 경제…
< 수필산책 121> 머라삐산 화산석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인도네시아 중부 자와 땅에는 수많은 석탑과 사원들이 기러기 떼처럼 점점이 내려와 앉아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짠디’라고 부르는 사원, 석탑 돌에 경전, 문화, 풍습 등 온갖 내용들을 조각해서 담아 놓은 것들이 장엄해 보이기까지 했다. 특히 대승불교의 보로부두르와 힌두교 프람바난 돌조각들은 정말 정교하고 섬세하다. 돌조각 속에는 흔들리는 나무 잎들이 있고, 바람 같은 숨결이 있고, 천 년의 돌 향기들…
< 수필산책 120 > 소(牛)에 대한 단상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동물 중에서 소처럼 사람과 친숙하고 고마운 동물이 또 있을까? 소는 힘이 세고 온순하여 길들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류의 조상들은 일찍이 소의 이러한 장점을 터득하고 농사일에 필수적인 밭갈이와 각종의 이동수단에 적극 활용하여 식량 생산을 도모하였다. 요즘의 농촌에는 기계화의 보급으로 소가 하는 일이 별로 없지만 옛날에는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일꾼이었다. 소는 집안 대대로 물려받는 재산의 일…
< 수필산책 112 >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기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의 수를 수치로 계산하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우선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혈연관계로 만나는 부모님과 형제들을 비롯해 성장하면서 만나게 되는 스승과 친구 등, 다양한 인격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으며 사회 속 일원으로 성장한다. 그렇게 인연이 된 사람들과 돈독한 정을 쌓고 사랑을 나누고 배려하며 사랑으로 보답하며 삶을 이어간다. 아마도 참다운 인생의 …
< 수필산책 102 > 8분 8초간의 통화 문인기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전혀 들어본 적 없던 단어가 이제는 창을 든 악마 떼 두목이라도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섬뜩하게 재잘거리며 덤벼오는 바이러스들의 상위에서 조종하는 존재의 직위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바이러스에 따라다니며 등장하는 용어가 되었다. 전염병 확산으로 오래 칩거하며 조심하느라 어떤 때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도 잊고 평소처럼 무장을 해제하고 행동할 …
< 수필산책 92 > 예방 불 주사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인도네시아 초창기 시절, ‘불로라 거리’라 불리는 포장마차 천장에는 파리들이 가득 달라붙어 있었고 삶은 염소다리와 내장들이 걸려 있었다. 보기만 해도 내 속을 매스껍게 했던 그 고기들을 잘라 넣어 끓인 염소탕은 내가 처음으로 먹어본 인도네시아 음식이었다. 포장마차 주인은 그 염소다리와 내장을 잘라 도마 위에서 빠른 칼솜씨로 쓱쓱 썰어 펄펄 끓는 탕 속으로 모조리 쓸어 넣었다. 염소고기들에 붙어있던 세균…
2020년 제4회 적도문학상 공모 현재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자 한국문협 인니지부는 제4회 적도문학상 일정을 변경 공지합니다. 앞으로 제4회 적도문학상 응모를 희망하시는 분들께서는 아래 변경된 포스터를 참조하시어 일정에 차질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현재까지 귀한 옥고로 적도문학상에 응모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한 한국문학 단체인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에서우리 문학의 맥을 잇고 발전시켜 나갈 우수한 작가를…
따뜻한 글과 언어로 존재를 사색하는 새해가 되기를 서미숙 회장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문학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침체와 다양한 원인들로 이곳 인도네시아의 삶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문학에 기대어 문학을 통한 화합과 소통으로 가치 있는 삶을 열어주는 산소 같은 마음 밭을 가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학은 이름 없고 힘없는 약한 자들의 삶을 대변하는 역사였기에 가장 아래에서 우리의 삶을 위로해 준다. 아주 오래전 우리가 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