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단 특별기고 /수필산책 172 가깝고도 먼 우정 이건기 / 수필가 (한국문협 싱가포르지부 회장) 좋은 친구와 이웃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우정과 사랑과 정을 만드는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은 마음이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로망이다. 어떤 친구가 우리 인생에서 믿을 만하고 바람직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인지, 누가 우리 마음에 절망감을 주거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관계를 진행될 것인지 미리 알 수는 없다. 어떤 친구들은 관계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부터 배신자가 되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생활…
< 수필산책 162 > ‘습관’에 대한 명상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내방의 커다란 창가에 포근한 아침 햇살이 방안 깊숙이 들어온다. 새롭게 하루를 맞는 기분이 신선하고 새롭다. 특히 베란다를 통해 올려다보는 높고 푸른 하늘은 온 사방과 마음까지 싱그럽게 한다. 맑고 찬란한 아침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야행성인 내가 어느 날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수 년 동안 묵은 습관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뀌겠는가.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잘 안 되…
<수필산책 152> 창공에서 느끼는 ‘푸에르토프린세사’ 강인수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나의 비행기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도착지인 자카르타까지 2시간 50분이 남은 시점에 있다. 현재 지도상 자카르타까지 거리는 2402km 지점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내에서 글을 쓰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지는 불과 몇 년이 안되었다. 20여년을 서울과 자카르타를 오가면서 비행기를 잘 못 타는 일들이 많았다. 자주 겪는 난기류의 공포와 인도네시아 땅에서의 지진피해 공포였는지 모르지만 힘든 시간을 보…
< 수필산책 142 > 막걸리 한잔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요즘 티비에서는 트로트 열풍이 한창이다. 그중에서 ‘막걸리 한잔’ 이라는 노래가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가을엔 산행 차 강원도에 놀러 갔다가 영탁이라는 상표의 막걸리를 마시게 되었는데 새로 등장한 트로트 가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발 빠른 상술이 막걸리의 한자어인 탁주(濁酒)에서 ‘탁’ 자를 소재로 출시한 상품이었다. 막걸리라는 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 수필산책 132 > 살락 씨처럼 반짝이는 눈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딴중까잇(Tanjung kait) 신전 옆 열대 나무들이 깊은 그늘을 내리고 있었다. 그곳 나무 뒤에 숨어 얼굴을 내미는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얼굴은 여느 시골 아이들 얼굴처럼 흙먼지와 묵은 때로 가득했지만 눈은 방금 갈색 살락 씨가 흰 속살을 벗고 나온 듯 반짝거렸다. 마치 보문 호수 서북쪽 북천 한센병 환자 공동체 마을 희망촌 마당에서 본 미감아 소녀의 그 눈 같았다. 신전 앞 소녀의 반짝이는 갈색 눈…
<수필산책: 한국문단 특별기획> 춘향에게 송명화 / 수필가 춘향! ‘탈선’은 매력적인 낱말이거든, 만약 연극 제목이 「춘향전」이나 「열녀 춘향」이었다면 나는 표를 사지 않았을 테지. 「탈선 춘향전」이란 제목에 끌렸었거든. 아름다운 네 모습이 빛나는 영화를 보면서도, 손에서 놓기 싫을 정도로 재미있게 네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심지어는 남원을 찾아 광한루를 거닐면서도 2% 부족하던 이유가 아마도 그것이 아니었나 싶어. 여성의 남성 의존적인 삶의 모습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듯한 분…
< 수필산책 128 > 아름다운 섬나라 한하은 / 제4회 적도문학상 수필부문 수상자 낯선 곳이 내게 다가왔다. 수 만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나라, 인도네시아였다. 그 곳에 가야하는 이유도 모른 채 내 나이 3살 무렵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너무 어렸기에 어릴 적 한국 생활조차 기억이 제대로 나진 않지만 당시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나 멀리 가야 한다는 말에 두려움을 느꼈던 것만은 기억난다. 처음 보는 비행기를 타는 것부터 낯설게 느껴졌다. 심지어 비행기엔 한국 사람보다 인도네시아…
< 수필산책 127 > 안동산 정상에서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다. 어려울 때 일수록 사건도 더 생기고 사람 관계에서 실망하는 일도 많다. 사람에게 실망했을 때 이성과 감정을 공유한 인간은 진실을 밝힌다고 대화를 하다가 끝장토론이 되어 이기적 속성을 갖고 있는 인간의 감정은 악감정으로 치우칠 수 있고 이성을 잃어버리는 실수도 할 수 있다. 한 방향으로 쏠릴 때 그렇다. 일을 하기 위해 수레를 끄는 말들에게 좌우시선을 가리는 안대를 …
< 수필산책 126 > 달팽이와 유목전사 하승창 / 제4회 적도문학상(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자 나는 아침마다 약 40분간 동네를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첫 30분은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땀을 내고, 이후 10여 분은 천천히 걸으며 땀을 식힌다. 아침 산책길에는 매번 마주치는 존재들이 있다. 밤새 길가에 쌓인 낙엽과 낙화들을 쓸어담는 청소부들, 항상 씩씩하게 걷는 이웃집 할아버지, 불편한 한쪽 다리를 끌고 도우미와 함께 산책하는 할머니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울창한 나무들과 야자수, …
< 수필산책 125 > 마법의 원탁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얼마 전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온 딸이 또 공부하러 간다는 말을 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우리 가족에게 취업 소식은 생명수 같은 선물이었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이 어렵게 들어간 큰 회사에서 윗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그만두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말들도 많아서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사람들은 요즈음 젊은이들이 인내력 없어서 그렇다고 했고, 나약하게 키운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들도 하지만, 왜 젊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