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책 207> ‘찔라짭(Cilacap)’에서 생긴일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평소 사람을 좋아해 한국인 현지인 가리지 않고 만나는 걸 즐겼던 내게 팬데믹이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과의 거리를 멀게 해 지옥 같은 세월로 기억될 것 같다. 사산자바문화연구원을 개원해 놓고 돈벌이 보다 내가 좋아 하는 것만 하고 내 위주로 사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한량이라 했지만 그 소리가 싫지는 않았다. 영혼이 자유롭다고나 할까. 나는 이곳의 문화 탐방과 연구에 재미를 들…
<수필산책 206> 하얀 얼굴 시대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이제는 젊은 남자들도 하얗게 얼굴화장을 하고 다니는 시대라고 한다. 하얀 얼굴화장 유행은 한국에서 K팝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턱수염을 정리하고 하얗게 얼굴화장을 한 서양의 젊은이들도 많이 보인다. 친구는 창백해 보일 정도로 하얀 화장을 하고 다니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했다. 이런 남편을 보고 친구의 아내는 현재의 시대를 따라가고 있는 아들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두둔한단다. 도도해 보이듯 차…
<수필산책 205 > 번지 없는 주막 한상재 / 칼럼니스트 (한국문협 인니지부 고문) 어! 진짜 번지 없는 주막이네, 지난 가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원 화성을 돌다가 ‘번지 없는 주막집’을 만났다. 진짜 번지수가 없는 집이다. 이 작은 초가집은 화서문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노란색 초가지붕에 누구든지 걸터앉아 쉬고 갈만한 툇마루도 있다. 그야말로 이 집은 주막집이다. 그렇지만 주모는 없고 그저 지나가는 차만 있을 뿐이다. 나는 성문 앞의 슈퍼에서 커피 한잔을 사들고 툇마루에 걸…
<수필산책 204> 그래야 사니까 한화경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병실에 힘겨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흘렀다. “묻지 마세요, 내 나이 묻지 마세요, 흘러간 내 청춘 잘한 것도 없는데, 요놈의 숫자가 따라오네요...” 커튼 너머로 노랫소리를 듣던 옆자리에서 “할매요, 오늘은 노래가 나오는겨?”라고 말이 넘어오자 “내가 하도 서글퍼서 노래가 나오네요. 오늘따라 노래 가사가 하나같이 와 이리 다 맞노? 아이고 무서버라.” 이렇게 답하시…
<수필산책 203 > 키높이 구두 이재민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한 TV 프로그램에서 여성 패널이 180cm 이하의 남성은 루저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여 후폭풍이 거셌다. 특히 나처럼 169cm 키로 살아오며 한 뼘 아니 1cm만 더 컸으면 170cm인데 하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에게는 여간 듣기 싫은 소리가 아니다. 프로그램 댓글 창에는 남녀가 편을 갈라 아옹다옹 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나 역시 거친 말을 몇 줄 달다가 ‘이 뭐하는 짓인가’ 싶어 쓱 지워버렸다. 분명 잘 먹고 잘…
<수필산책 202 > 은밀한 거래 강인수 /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발을 헛디뎌 넘어 진 적이 있다. 무릎에 작은 생채기가 나고 피가 흘렀지만 이내 며칠 후 상처에 새살이 돋았다. 기쁨은 마음에 감동과 추억을 남기지만 슬픔은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글로 남기고 싶은 슬픔이 가슴과 머리에 저장 되어 있었는데 오늘처럼 별이 쏟아지는 날은 넓은 대야에 먹물을 살살 풀어 헤치듯 그 모든 기억들을 꺼내어 손장난 치고는 “하하” 하고 웃으며 수채 구멍으로 흘려버려야겠다. 가끔…
<수필산책 201> 물구나무 선 김치냉장고 전현진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인도네시아에서 이사를 하기로 했다. 이삿짐 견적을 위해 담당자가 집을 다녀간 다음 날 연락이 왔다. “견적 나왔습니다. 이사는 이틀 동안 진행됩니다.” “네? 이틀이요? 왜요?” “차가 막히면 짐이 그날에 다 들어갈 수가 없거든요.” ‘빨리빨리’의 왕국에선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왔다. 50km 남짓을 이동하는데 우리는…
< 수필산책 200 > 뜨거운 눈물로 만난 애국의 눈빛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회장) 3.1절을 맞아 티비에서 나오는 기념식을 보고 있자니 문득 특별히 잊히지 않는 여행지가 떠오른다. 바로 중국 상해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다. 2019년 문학단체 회원들과 방문했던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던 그곳,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알기 위하여 꼭 찾아봐야 하는 곳이다. 상해 시 마당로에 위치한 신천지 거리의 작은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임시정부 청사는 중국에 남아있는 가장 대…
<수필산책 192> 특별기고 2022년 권두 에세이 어떤 숲의 전설 최원현/ 수필가(사)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그날은 우리 모두가 움직이는 나무였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누가 그렇게 하자고 선동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날 우리 다섯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훌훌 옷을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쏟아지는 장대비를 온몸으로 받으며 칠흑의 소나무 숲 속으로 뛰어 들어 갔었다. 눈으로 코로 마구 흘러드는 빗물 속에서 향긋한 솔 향이 맡아졌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어두운 대도 소나무들을 알아볼 수…
<수필산책 182> 질밥 스카프와 마스크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소리 없는 번개가 멀리 서쪽 하늘에 흔적만 보여주고 사라진다, 하늘 가득한 구름 가장자리에 언뜻언뜻 은빛 테두리가 보인다. 사람들은 곧 코로나 공존시대가 온다고 한다. 이곳 인도네시아 땅그랑 반튼 여인들의 질밥 스카프도 짙고 어두운색에서 밝고 다양한색으로 변화를 시작했다. 코로나로 억눌려있던 욕구가 질밥 스카프와 마스크 변화로 표출 되는 것 같다. 한물가는 코로나도 이제 변화의 바람을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