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 있어 즐거운!한화경(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요즘 마트에 가면 마치 산처럼 쌓여있는 선물용 과자 상자와 유리병에 색색이 담겨있는 달콤한 주스 원액들이 맛 별로 진열되어 있다. 여러 해 인도네시아에 살다 보니 이제는 이 광경이 뭔지 안다. 이슬람 명절인 르바란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고, 한국에서 말하는 명절 대목의 모습이다.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이 큰 명절은 무슬림이라면 한 달간의 라마단 금식을 마치고 맞이하는 새해이다 보니 긴장과 걱정, 그리고 기대감이 교체되는 시기일 것이다. 금식이 끝나가고 명절 직전에 사람들의 표정이…
친구 ‘랄’할아버지/Sahabat Pak lal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자카르타에서 내려놓고 살라띠가에 살러 왔다. 내려놓은 사람은 걱정과 두려움이 없다. 내려놓음은 종착역으로 오해하기 쉬운 비움이 아니라 바른 목적지가 정해진 노선 위에 기관차를 올려놓은 출발일 뿐이다.나흘 전, 연구원에 이민국 직원이 들이 닥쳤다. 내겐 아직 뭔가 두려움과 당황함이 있었다. 나의 내려놓음은 그저 비움 정도였기 때문이다. 나는 묵상 결과 비움만으로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고 자가 진단을 했다.‘귀신이 나온 방에 돌아가 보니 집이 비고 청소되고 …
저기, 저 이별이 우리에게도 온다!강인수(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한국에서부터 만리타국 떨어진 미국도 아닌, 그저 그 반의 거리에 사는 나는 근래에 많은 이별을 겪었다. 너무 오래 밖에 있었다는 느낌이 들 무렵 나의 사람들이 떠나갔다. 인간은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사실, 그것을 알면서도 나에게는 닥치지 말아야 하고 급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죽음에 대한 망각의 버스는 시속 오 킬로의 속도로 천천히 오고 있다.삼 년 전, 나는 부산에서 시어머니의 은빛 머리칼을 검게 염색을 해드리고 핀잔을 들었었다. “니는 와 이리 대충하노?” 어머니…
마르고 커피와 대릉원 명당하연수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 감사)족자(족자카르타)로 여행을 떠났던 친구를 다시 만났다. 프람바난이나 보로부두르를 본 느낌을 물어보았다. 프람바난 등 유적 이야기는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불타는 숯을 넣은 마르고 거리의 블랙커피, 말리오보로 거리, 전통시장 등 유적지 주변 이야기들만 신이 나서 한다.족자여행 주인공이 되어야 할 프람바난, 보로부두르가 배경 정도로 밀려난다. 친구는 이번 여행 목적이 미국 살면서 소진해 버린 에너지 충전을 하는 여행이라고 말한다.인도네시아로 오기 전 휴식과 에너지를 얻으려고…
42년 만에 온친구의 카톡 편지 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 원장) 내 동기 친구에게 쓰는 편지 내 어린 시절 18살의 기억 속에 그 시간이 있었네. 지금은 아무리 돌아보려고 해도기억이 없네. 날 기억이라도 한련가 ? 나, 이준태 일세! 늘 숨어서 훔쳐보는 것처럼 시인의 글 근황을 지켜보고 있는 평범한 노인 일세! 잘 지내는 모습 부러우이. 건강하시고기억하는 친구 일랑 세월을 보탬주세. 그냥 친구 이름이 보고픈 친구일세. 이준태. 감이 잡히지 않는 카톡 편지가 왔다. 보낸 이의 프로…
웬 바늘? 문인기(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매일 아침저녁 산책길에 바늘 한 쌈씩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다. 뜬금없이 갑자기 바늘을 건네는 행동에 '저 사람 참 기이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을까 싶어 간단한 설명을 하며 전한다. 그랬더니 모두가 활짝 웃으며 '뜨리마 까시! (고맙습니다!)'라고 반응한다. 고국을 다녀오며 부피가 크고 무거운 물건은 가져오기 힘들어 제일 작은 것으로 가져와 여행 기념품으로 드린다는 말과 함께 바느질 바늘 한 쌈씩을 전했다. 한 쌈에는 20개의 바늘이 들어있다. 사실, 이 바늘은 사연이…
2023 제 5회 적도문학상 공모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한 한국문학 단체인 한국문협 인도네시아지부에서 우리 문학의 맥을 잇고 발전시켜 나갈 우수한 신인작가를 발굴하고자 아래와 같이 2023년 제5회 적도문학상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COVID19의 영향으로 2년 동안 본 문학상을 개최하지 못했으니, 이제는 팬데믹을 이겨내고 2023년부터 다시 공모합니다. 많은 응모 바랍니다. 1. 응모 대상: 미등단 신인으로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에 거주하는 성인 2. 부 문: 시, 소설, 수필(전 부문 자유주제) 3. 응모 방법: 시(…
계간 <문장(文章)> 2022년 가을호 시 부문 신인상에 문인협회 강인수 시인 수상 “詩는 치유의 명약” 문학계의 권위 있는 계간지인 <문장>에서는 2022년 10월, 가을호를 통하여 시 부문 신인상에 인니 문협 회원인 강인수 시인을 선정하였다. 강 시인은 학창 시절 문예반 활동을 하며 시 쓰기에 대한 꿈을 키웠고, 문예창작을 전공하며 보다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갔다. 이후, 공백기를 지나 인니 문협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꾸준히 습작 활동을 이어왔다. 강 시인의 시는 사…
와아! 산이 멋지다. 이태복(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시인) 할아버지가 갑자기 몸져 누웠던 밤, 먹구름 속에 천둥치던 우기의 어젯밤이 너무 어두워서 아침을 걱정했었는데 머르바부 산이 멋진 풍경을 선물했다. 연구원에는 시계 같은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신다. 아침 4시면 사원의 아잔 소리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와서 연구원의 모든 창문을 열고 밤새 떨어진 마당의 낙엽을 쓸고 하루를 시작하는 ‘랄’이라는 할아버지다. 값싼 동정심이었나? 오갈 때 없는 불쌍한 할아버지 한 분이 있어서 별 부담 없이 …
훌쩍 떠난 흔적 이태복 (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떠나는 차를 막을 수 없어 손만 흔들고 연구원에 들어선다. 손님 떠난 휑한 연구원에 머르바부 산에 걸린 구름같은 적막이 흐른다. 고도가 낮아지고 항공기 착륙 후에 고막천공이 회복된 듯 그제야 일상의 밤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별들도 다시 반짝인다. “덜커덩! 콰아앙!” 빨랄 노인네가 잠그는 요란한 쇠 대문 소리가 머라삐 화산 폭발음처럼 커지더니 스러졌고 노인네에게는 주인님의 손님이라 부담이었는지 손님이 떠나자 긴장이 풀린 듯 방에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