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적도문학상 (학생부) 시 부문 우수상(삼성 글로벌기업상) 나의 나라 김신영 (BIS 12) 모든 게 어색했던 그날 폭풍우처럼 쏟아지며 나에게 말 걸어주던 비도 창문을 들여다보며 구걸을 하던 아이들도 고체의 원자처럼 움직이지 않던 차들도 담배 냄새와 향료 냄새가 오묘하게 섞인 길거리도 매일 기도 소리 울리던 이슬람 사원도 이제는 정이 들어 나의 나라가 됩니다 ***수상소감 먼저이시를읽어주신분들께감사의인사드립니다. 이상을받은것이기쁘…
제2회 적도문학상(학생부)시 부문 우수상(민주평통상) 회색 일상 속 작은 무지개 김주은(JIKS 12) 태양이 마중 나오기 전, 새벽 5시 불 꺼진 세상 속 새벽 공기를 들이 마시며 반복되는 하루가 시작된다. 차 좌석과 한 몸이 되어 정신 없이 1시간 반 동안 학교로 향하면 어느덧 따뜻한 아기 햇살이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꿈나라에 있던 나를 데리러 온다. 학교에 도착해 터벅터벅 걸어가다 보면 나의 갑갑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항상 웃으며 반겨주는 널찍한 야자 잎…
제2회 적도문학상 (학생부)수필부문 우수상(자카르타경제신문사상) ‘이리안 자야’에서 만난 거북이 김성영 (HARPAN 12) 내 이마 위로 빗방울 하나가 툭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또 한 방울이 내얼굴에 떨어졌다. 새파랗던 하늘이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하늘을 날던 새들은 푸드덕거리며 빗방울 피할 곳을 찾아 분주해졌다. 그리고 하나 둘 셋을 셀 찰나 수천, 수만물방울이 쏟아졌고, 고운 살색이었던 모래밭은 순식간에 진흙빛으로 변해 버렸다. 스콜이 얼굴을 내민 것이었다…
제2회 적도문학상(학생 및 청소년부) 최우수상(아세안 대사상)수상작 / 단편소설 난생처음 햐신타 루이사( Hyacinta Louisa ) 아래에서 펼쳐지는 하늘이 서서히 주황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거의 여섯 시간 동안 창가 쪽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앉아 있었다. 옆사람한테 민폐를 끼칠까 봐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처음부터 계속 친절하게 대해 주는 대한항공의 잘 생긴 남성 승무원 때문에 이미지 관리하려고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아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대감 때문에 설렌다고 할까? 이번에는 난생처음으로…
제2회 적도문학상 우수상 (글로벌 기업문학상 )수상작 / 단편소설 우리집에서 있었던 일 우병기 그 일이 있었던 날.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는 도중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이상하게 핸드폰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자기야. 바빠? 집으로 빨리 좀 와 줘야겠어.” 아내의 목소리 힘이 하나도 없었다. 직감적으로 무슨 큰일이 우리집에 생긴 것이 틀림 없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들녀석 준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혹시,…
제2회 적도문학상우수상(한국문협인니지부장상)수상작 /시 갱 년 기 1 김명희 바람이 휘젓는 젓가락질로 온통 헝클어진 머릿속 늘 다소곳한 이성은 간데없고 비를 뿌리는 폭우가 머릿속을 질러가네 정체없는 뜨거운 심장이 다그닥, 다그닥 안동 타고 내달리다 어느 경사 높은 길 중턱에서 마지못해 식으려나 하루의 틈새에서 온데 간데없는 나를 목 놓아 울며 부르면 때 마쳐 만나지려나 내가 알고 있는 나를. *** 수상 소감 / 김명희 언젠가 어떤 모임에서 자신의 손에 대한 얘기를 나…
제2회 적도문학상 우수상(재인니상공회의소 회장상) 수상작 / 시 눈물 어린 봉숭아 (위안부로 희생당하신 노모님들을 생각하며) 문인기 어느 초여름 임들의 작은 몸에 송이송이 꽃망울이 달리던 계절 차라리 임들은 그대로 주홍 색 꽃잎 열어 향기 날리는 고향 울밑이 좋았으련만 음흉한 거친 손 임들을 그루 채 뽑아 낯선 땅으로 옮겨놓고 마지막 한 송이까지 훑어 따서 짓밟았네 상처 난 가슴 시든몸 싸매고서 고향 울 밑을 찾아 임들은 다시 서 있건만 음흉한 자들 그 자행조차 부인하여…
제 2회 적도문학상 최우수상 (재인니한인회장상) 수상작 / 단편 소설 발자국 백주연 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소리 죽여 신음했다. 늘 똑같이 머물던 일상이 하얗게 부풀어져 올라 있었다. 마치 이스트를 잔뜩 넣어 잘 숙성된 반죽처럼. -와! 엄마. Winter야. Winter! 두 손, 두 발을 파닥거리며 날아갈 듯이 흥분하고 있는 도연이를 보며 다시 눈을 끔뻑였다. 걷어진 커튼사이로 보이는, 이 적도의 섬 인도네시아에 내려앉은 하얀 것들이 진정 ‘눈’이 맞는지. 그러고 보니 에…
제2회 적도문학상(시 부문) 최우수상(주인니한국대사상)수상작 / 이희재 1. 밀대질 이희재 빗자루로 정성을 다해 먼지를 쓸어 담는다. 윙 윙 한국의 청소기를 생각하면서 온갖 쓰레기를 봉지에 한데 합쳐서 대문에 폼 나게 건다. 단정히 정돈된 한국의 분리 수거 대를 떠올리며 꾸덕꾸덕 말려진 밀대에 물을 발라 집안 곳곳을 행진한다. 걸레로 방 여기저기를 훔쳐내시던 고향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새까매진 밀대를 수도 가에서 척척 물로 빤다. 내일부터는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