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적도문학상(학생 및 청소년부) 최우수상(아세안 대사상)수상작 / 단편소설 난생처음 햐신타 루이사( Hyacinta Louisa ) 아래에서 펼쳐지는 하늘이 서서히 주황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거의 여섯 시간 동안 창가 쪽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앉아 있었다. 옆사람한테 민폐를 끼칠까 봐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처음부터 계속 친절하게 대해 주는 대한항공의 잘 생긴 남성 승무원 때문에 이미지 관리하려고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아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대감 때문에 설렌다고 할까? 이번에는 난생처음으로…
제2회 적도문학상 우수상 (글로벌 기업문학상 )수상작 / 단편소설 우리집에서 있었던 일 우병기 그 일이 있었던 날.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는 도중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이상하게 핸드폰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자기야. 바빠? 집으로 빨리 좀 와 줘야겠어.” 아내의 목소리 힘이 하나도 없었다. 직감적으로 무슨 큰일이 우리집에 생긴 것이 틀림 없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들녀석 준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혹시,…
제2회 적도문학상우수상(한국문협인니지부장상)수상작 /시 갱 년 기 1 김명희 바람이 휘젓는 젓가락질로 온통 헝클어진 머릿속 늘 다소곳한 이성은 간데없고 비를 뿌리는 폭우가 머릿속을 질러가네 정체없는 뜨거운 심장이 다그닥, 다그닥 안동 타고 내달리다 어느 경사 높은 길 중턱에서 마지못해 식으려나 하루의 틈새에서 온데 간데없는 나를 목 놓아 울며 부르면 때 마쳐 만나지려나 내가 알고 있는 나를. *** 수상 소감 / 김명희 언젠가 어떤 모임에서 자신의 손에 대한 얘기를 나…
제2회 적도문학상 우수상(재인니상공회의소 회장상) 수상작 / 시 눈물 어린 봉숭아 (위안부로 희생당하신 노모님들을 생각하며) 문인기 어느 초여름 임들의 작은 몸에 송이송이 꽃망울이 달리던 계절 차라리 임들은 그대로 주홍 색 꽃잎 열어 향기 날리는 고향 울밑이 좋았으련만 음흉한 거친 손 임들을 그루 채 뽑아 낯선 땅으로 옮겨놓고 마지막 한 송이까지 훑어 따서 짓밟았네 상처 난 가슴 시든몸 싸매고서 고향 울 밑을 찾아 임들은 다시 서 있건만 음흉한 자들 그 자행조차 부인하여…
제 2회 적도문학상 최우수상 (재인니한인회장상) 수상작 / 단편 소설 발자국 백주연 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소리 죽여 신음했다. 늘 똑같이 머물던 일상이 하얗게 부풀어져 올라 있었다. 마치 이스트를 잔뜩 넣어 잘 숙성된 반죽처럼. -와! 엄마. Winter야. Winter! 두 손, 두 발을 파닥거리며 날아갈 듯이 흥분하고 있는 도연이를 보며 다시 눈을 끔뻑였다. 걷어진 커튼사이로 보이는, 이 적도의 섬 인도네시아에 내려앉은 하얀 것들이 진정 ‘눈’이 맞는지. 그러고 보니 에…
제2회 적도문학상(시 부문) 최우수상(주인니한국대사상)수상작 / 이희재 1. 밀대질 이희재 빗자루로 정성을 다해 먼지를 쓸어 담는다. 윙 윙 한국의 청소기를 생각하면서 온갖 쓰레기를 봉지에 한데 합쳐서 대문에 폼 나게 건다. 단정히 정돈된 한국의 분리 수거 대를 떠올리며 꾸덕꾸덕 말려진 밀대에 물을 발라 집안 곳곳을 행진한다. 걸레로 방 여기저기를 훔쳐내시던 고향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새까매진 밀대를 수도 가에서 척척 물로 빤다. 내일부터는 꼭 …
제 2회 적도문학상 심사평 / 시 부문 공광규 시인 - 성인부 / 시 적도에서 보내온 정성 어린 많은분들의 시를 읽었습니다. 고국을 떠나 먼 이국에서 생업을 하시며 사시는 분들,또는 그곳에서 한국어를 하시는 분들의 생활과 감정을 시로 경험하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그리고 나름의 큰 인생 공부를 하였습니다. 시들을 여러 번 읽어가면서 고민을 한 결과 이희재 님의 <밀대질><바람소리>를 최우수작으로, 김명희 님의 <갱년기1>을 첫 번째 우수작으로, 문인기 님의 <눈물 어린…
제 2회 적도문학상 심사평 / 수필,소설 부문 장 호 병 /수필가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 성인부 / 수필, 소설 부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물이나 세상을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나에게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선입견으로 대상을 보노라면 그 존재의 진리를 지나쳐버리기 쉽다. 대상은, 나와 관련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그것이어야 하는 존재로 드러날 때 우리는 그 대상의 진리를 안다고 할 것이다. 많은 경우 나와의 관계 속에서 헤맸던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공자는 덕으로 몸을 닦아야 [以德修身]한…
제2회 적도문학상(수필부문) 대상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상)수상작 나는 도리깨질에 길들여진 멍석이요 이 영 미 / 주부 (버카시 거주) "훠이 훠이" 아침부터 경을 친다. 마흔이 넘어 붙어버린 게으름 탓에 간밤에 미처 처리하지 못한 부엌의 싱크대에 남아있던 유리 컵위에 해바라기 하듯 붙어 있는 도마뱀 한 마리,어미 품을 벗어난지 얼마 안 되었는지 연한 회색 몸뚱이는 사람과 섞여 산지 얼마 안 돼 눈치도 없다. 저를 해할 가능성이 있는 무리 중 가장 조심해야 할 인간을 알아보지 못 한다. 기어이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