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틱 사랑 30년 사공 경(자카르타 한인니문화연구원장) ▲한세24초대전 바틱 전시회, 가나인사아트센터(2016.6) (사진=사공경) 1. 바틱은 사랑이다 오늘 밤은 Ibu Ari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 “긴 시간과 반복된 작업을 필요로 하는 바틱은 사랑 없이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합니다. 옛날에는 바틱은 사고 파는 상품이 아니라 만드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고 말했지요. 인생의 중요한 때에 그에 맞는 의미의 바틱 문양을 입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도 바틱은 상품이 아니라 사랑이 분명합…
아! 여기서 죽어도 좋겠다. 홍윤경 / Pleats kora Indonesia 대표 그날의 족자카르타는 하늘이 노한 듯, 평소의 스콜보다 더한 마치 물대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그런 날이었다. 나는 한국서 오신 손님들의 관광을 책임 맡아서 발리와 족자의 관광지를 안내하는 중이었다. 그 시절 나는 인도네시아 UI 대학에서 언어를 공부하며, 방학 때는 관광통역을 해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나름대로 관광 가이드를 하기 전에 나는 나에게도 생소한 인도네시아 관광지나 유적지에 대한 정보를 찾아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아는 만큼…
인도네시아 고등교육 국제화: 유학생들의 시점에서 본 현재와 미래 조인정 2015년 유엔정상회담에서 제정되어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협력하여 이루어야 할 과제를 일컫는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는 총 17가지 목표를 담고 있다. 그 중 교육에 관한 목표인 4번 중 세부사항 7번은 ‘지속가능발전과 세계시민의식’을 조명하고 있어, 세계가 교육을 통해 학습자들의 세계시민의식 함양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고등교육기관인 대학 내에서, 유학생들은 다양성과 새로운 지식의 흐름을 창조하고,…
이부 니닝 이야기 (Covid 19 in Kampung) 조은아 “Nyonya bibi Nining meninggal tadi di subuh” “Apa? Mengapa dia tiba-tiba meninggal? Apakah dia kena corona?” “Tidak. cuma meninggal saja saat dia sedang tidur. kemungkin Tuhan nya membutuhkan dia.” 어머나... 외마디를 외치곤 나는 …
택만이 아저씨 김현숙 택만이 아저씨가 색시를 데리고 왔다 도시 아가씨를 구경하러 동네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책 세일즈맨인 아저씨는 허연 얼굴에 오똑한 코와 선한 눈으로 연신 쑥스러워 몸둘바를 몰랐다 택만이 아저씨 어머니와 아버지는 기웃거리는 이웃에 차마 들어오지 말란 말은 못하고 떨떠름한 표정과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건넌방, 다소곳이 앉아 앞머리를 길게 내린 색시는 열린 방문 안쪽으로 자꾸 엉덩이 걸음을 하였다 머지않아 결혼식을 치뤘다 읍내 예식장에 모인 동네사람들은 잔칫상보다 신부얘기에 더…
코로나 시국에 여행…그리고 정신승리 조현영 I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인 작년 11월에 인니 관광청이 주관하는 팸투어(FamiliarizationTour)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죽어가는 국내 관광산업에 조금이나마 불을 붙여보고자 인니 관광청이 방역 여행이라는 컨셉으로 준비한 여행이었다. 이 시국에 소심한 내가 낯선 이들과 4박 5일의 여행을? 깃발만 안 꽂았을 뿐 줄지어 다니는 단체관광 패키지 아니겠나 싶어 시큰둥하다가 여행지를 알고 나서 무조건 데려가 달라고 아양을 떨어댔다. …
오, 말리오보로 시. 채인숙 맨발의 마부들이 낡은 말채찍을 손에 쥔 채 잠들었다 하멩꾸부워노 왕조가 21세기를 다스리는 공화국 속 특별자치구 올해도 거리에는 서너 차례 역병이 돌았고 종종 화산재가 회색 비로 내리지만 잠에서 깬 마부는 싸구려 담배를 입에 물고 슬픔도 연기로 가난도 연기로 분노도 연기로 치욕을 삼키는 것과 연기를 삼키는 것은 다를 바 무어냐고 묻는다 나는 거기 주저앉아 등에 일곱 개의 북두칠성 점을 가지고 태어났던 신라의 아이를 이야기해줄까 아이가 자라 사내가 되고 천관을 만나 사랑을 나…
좁아진 세계, 그러나 멀어진 거리 배동선 /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지난 해를 맞던 심정과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 봅니다. 그러면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인지, 그 시절의 세계가 지금과 같은 세계인지 싶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죠. 불과 1년이 지났을 뿐인데 말입니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나 싶지만 올해 더욱 그런 것은, 물론 전세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코로나 광풍 때문입니다. 맨눈엔 보이지 않는 미세 바이러스가 세상에 드리우고 만 거대한 그림자는…
슬픔은 손가락 사이에 머물고 최장오 슬픔이 폭우처럼 쏟아지던 날 청개구리도 그렇게 울었을 게야 남의 땅에다 도둑 묘 쓰고 비에 젖을까 비에 떠내려 갈까, 지난 사 년간의 시간이 미끄럼틀 같은 야자수잎에서 내려오고 또 내려온다 보이는 슬픔과 보이지 않은 슬픔 사이엔 분명 경계가 있다 아침에도 저녁에도 수시로 찾아온다 손가락사이에 남아있던 슬픔은 손을 들어 인사 할 때마다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놀이터에 쌓이는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가 먹구름 같은 천둥소리 되어 벌써 명치 끝으로 내려 앉았다 …
아트 오브 다이닝: 라라종그랑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나는 오늘 서울 인사동의 어느 찻집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카르타의 한 레스토랑이 그리워진다. 디아스포라의 숙명인가. 오늘 같이 쌀쌀한 날에는 붉은 빛으로 장식된 자카르타의 뚜구 라라종그랑(Tugu Lara Djonggrang) 레스토랑이 더욱 생각난다. Tugu-Lara-Djonggrang 입구 (출처https://www.tuguhotels.com/) 라라종그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힌두교 사원인 쁘람바난에서 유래된다. 쁘람바난 왕국의 공주였던 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