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책 144> 돈과 사람과 인생에 대한 명상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코로나19’라는 세계적 펜데믹 사태를 겪고 있는 이 시기에 부자는 더 큰 부를 창출하고 저소득층은 생계를 위협하는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 계층 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와중에 TV 뉴스를 보다보면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돈으로 청탁을 벌였던 정황들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사람의 이…
< 수필산책 143> 불혹에 만나고 싶은 형들 하승창 / 한국문협 인니지부회원 “형, 참말이오?” 공자를 만나서 진심으로 묻고 싶은 말이다. 1981년생인 나는 한국 나이로 작년에, 만으로는 지난주에 불혹의 나이가 되었다. 불혹(不惑)은 논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공자가 나이 사십 세에 이르러 ‘세상에 미혹됨이 없고 유혹에 흔들림이 없게 되었다’는 말에서 비롯하였다. 그러나 나는 ‘불혹’이란 것이 과연 인간이라는 존재가 도달 가능한 경지인가 하는…
< 수필산책 142 > 막걸리 한잔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요즘 티비에서는 트로트 열풍이 한창이다. 그중에서 ‘막걸리 한잔’ 이라는 노래가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 가을엔 산행 차 강원도에 놀러 갔다가 영탁이라는 상표의 막걸리를 마시게 되었는데 새로 등장한 트로트 가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발 빠른 상술이 막걸리의 한자어인 탁주(濁酒)에서 ‘탁’ 자를 소재로 출시한 상품이었다. 막걸리라는 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수필산책 141> 걷고 싶은 우리에게 고함 강인수 /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스마트폰이 열어준 새로운 혁명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생활의 편리함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행복해 했다. 손안에 든 핸드폰에 은행이 있고 가게가 있고 배움이 있다. 회상해 보면 내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아빠의 블랙베리 폰을 신기해하며 요리조리 눌러 본 때가 십년이 안됐으니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무섭게 변한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 없이 힘들어 하는 세대) 포노족의…
< 수필산책 > 달콤한 수술 (Operasi Manis) 전현진 / 제4회 적도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자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오늘은 수술 날이다. 나는 옷을 갈아입는다. 들어서기도 전에 기다리는 이들을 만난다. 가볍게 눈빛 인사를 한다. 들어가서 거품을 내어 손을 꼼꼼하게 씻는다. 준비된 삐사우를 들고 정중앙을 짚는다. 상태를 보니 최적의 컨디션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좋다. 나는 슬쩍 한 귀퉁이를 맛본다. 달다! 역시 여름엔 수박이다. 조심하는데도 꼭 수박 물이 튀어서 …
< 수필산책 139 >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가꾸는 새해가 되기를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올해는 예상치도 못한 ‘코로나19’로 시작해서 ‘코로나19’로 마무리하는 한해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어도 예년처럼 소란스럽지 않아 무척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의 아파트 주변은 서울에서도 꽤 오래되고 역사 깊은 고즈넉한 주택가이다. 한국의 전통가옥은 물론 세련된 현대식 건물의 대사관저 몇 곳이 들어…
< 수필산책 138 > 외로움과 행복 사이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어릴 적 소풍 길에 낙엽을 헤치며 찾던 보물은 끝내 찾지 못했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행복의 언저리에서 맴돌던 꿈, 연륜의 틈새에 기생한 집착은 시렁에 매달린 메주처럼 아직도 쾨쾨하다. 낙엽이 흩날리는 늦은 가을날 붉게 타오르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진한 외로움을 실감한다. 태양이 지평선에 잠기고 분신처럼 뒤 따르던 발아래 그림자는긴 꼬리를 늘이다가 홀연히 섬뜩한 어둠으로 돌변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고 …
< 수필산책 137 > 수필가와 유튜버의 꿈 엄재석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지난 일 년 동안엔 펜을 잡지 않았다. 별다른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실제로는 글쓰기를 잊어버렸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 편씩 발표할 정도로 열정을 가졌던 습작활동이었다. 모두 모으면 한권의 책을 낼 수 있는 분량의 수필을 써서 언론에 기고하기도 하였다. 이국땅의 교민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경험과 애환을 주제로 쓰면서 해외 거주 수필가를 꿈꾸었다. 급기야는 정식등단의 희망을 가지고 몇 군데 고국의 유명 신인문학 공모전까지 응모…
<수필산책 136> 붕아 완 솔로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자카르타 공항 출발 이전부터 내 머리 속은 중요한 일본 출장인 도쿄의 거래처 회의보다 히노미사키 등대에 가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도쿄 거래처 미팅을 이틀 만에 끝내고 서둘러 일본 서부 이즈모 해안 바위절벽 위 히노미사키 등대로 갔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세월과 시간이 걸렸지만 나를 이곳까지 오게 만든 인도네시아 노래 하나와의 인연은 참 길고 끈질기다는 생각이 든다. 뼈 속에 새겨져 있는 인연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나를 동경…
< 수필산책 135 > 작은 여유 송민후 / 시인, 문인화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봄과 여름사이 남쪽의 아침바람은 지나온 계절을 닮았다. 달리는 차창을 헤집고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운 실크 스카프가 뺨을 스치고 가듯 부드럽다. 비개인 하늘에 구름이 무겁게 매 달려있다. 늘 아쉬움이 남는 고향 방문이 이번에는 유난스레 아쉽다. 하루 더 쉬었다가라는 만류를 뿌리치고 삶의 터전으로 가고 있다. 우리가족은 가는 길에 좋은 곳 있으면 쉬어가기로 하고 도로 표지판을 읽어가며 갔다. 1시간쯤 달리다 평소 가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