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산책 165> 인연 강인수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사람과 사람의 추억은 기억의 공간이 얼마나 넓고 크냐에 따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소중한 인연은 그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함께 했던 추억은 해를 거듭할수록 사탕의 단물을 다 빨아내고 남는 여운처럼 달콤하고 아름답다. 지나간 시간과 공간 속에 있었던 그때의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은 내 삶의 한 역사가 되고 이야기가 된다. 아버지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난다. 그때는 그냥 흘러들었으나 요즘은 새록새록 그리운…
< 수필산책 164 > 풍장 (風葬) 김준규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운영위원) 인도네시아에서 지낸 세월이 어느덧 40년이나 되었다. 오랜 해외생활을 이유로 선산에 모신 부모님의 묘소를 참배한지가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날 큰 형님으로부터 부모님의 묘지 문제로 상의할 일이 있으니 급히 귀국하라는 소식을 접하였다. 질곡의 세월을 사시는 동안 자식의 안위를 소중히 여기시던 부모님은 죽어서도 영면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끌려 다니며 여러 번의 장례를 치루는 수모를 겪으셨다. 연로 하신 아버님이 …
<수필산책 163> 마법의 원탁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얼마 전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온 딸이 또 공부하러 간다는 말을 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던 우리 가족에게 딸의 취업소식은 생명수 같은 선물이었다. 그렇지만 젊은이들이 어렵게 들어간 큰 회사에서 윗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그만두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말들도 많아서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사람들은 요즈음 젊은이들이 인내력 없어서 그렇다고 했고, 나약하게 키운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들도 하지만 왜 젊은이들은 소…
< 수필산책 162 > ‘습관’에 대한 명상 서미숙 / 수필가,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내방의 커다란 창가에 포근한 아침 햇살이 방안 깊숙이 들어온다. 새롭게 하루를 맞는 기분이 신선하고 새롭다. 특히 베란다를 통해 올려다보는 높고 푸른 하늘은 온 사방과 마음까지 싱그럽게 한다. 맑고 찬란한 아침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야행성인 내가 어느 날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수 년 동안 묵은 습관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뀌겠는가.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잘 안 되…
<수필산책 161> 와이파이 좀 나눠쓰시죠 이재민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친한 친구의 선배라고 소개받은 P가 있었다. 마주칠 때마다 항상 허리를 깊게 굽혀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사람이 참 단정하고 공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 3년 전부터 P는 내가 일하는 곳의 옆 칸 사무실에서 사무를 보고 있다는 얘기만 들었다. 내 일터에서 다섯 걸음 정도면 닿는 곳에 P의 사무실로 들어설 수 있는 문이 있지만 한 번도 그 문을 열고 들어간 일이 없었다. 그 안에 어떤 사람들이 있고, 어떤 일을 하는지 …
< 수필산책 160 > 코코넛 빗자루의 교훈 문인기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열대 각 곳에 서식하여 남국의 정취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야자수에 얽인 추억도 많고 매력도 다양하다. 야자수는 우리 인간에게 주는 유익함도 수없이 많다. 한마디로 야자수로부터는 어느 것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다 쓰임 받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야자수는 전적인 헌신을 인간에게 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야자수에서 얻는 것 중에 잎줄기에서 얻는 빗자루는 인간 삶의 주변을 청소할 때 필요한 소박하고 전통적인 도구…
< 수필산책 159> 듣기의 기술 전현진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말이 넘쳐난다. 눈뜨면 쏟아지는 정보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이곤 한다. 두 손은 하늘을 향해 뻗어 올려 누구보다 높은 곳의 말을 잡으려 한다. 딛고 선 발은 땅에서 한 뼘도 올라서지 못하면서 두 팔만 허공을 휘젓는다. 우리는 무슨 말을 잡아 귀에 담아야 할까? 두 발에 잡힌 몸통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말을 듣는다는 것은 정보를 취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취하고자 함은 이상을 좇아 바라던 바를 이뤄내고자 하는 마음이다. 여기저기 가득한…
<수필산책 158> 스승과 제자 하승창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최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씨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 최초의 연기상이라는 사실 때문에 국내 언론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지만 작품상이나 감독상 등 후보에 올랐던 나머지 다섯 개 부문들의 수상이 불발되면서 아쉬워하는 보도기사들도 많았다. 그 이유는 바로 작년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무려 네 개의 ‘오스카’를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 …
<수필산책 157> 인니어 해프닝 ‘Puyeng puyeng!’ 함상욱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Puyeng puyeng 뿌영뿌영! (머리 아프구만!)” “저기, 이거 맞는 거지?” “이 숫자 틀린 거 아니야?” “MR. PUYENG PUYENG BANGET” (미스터! 머리 아프게 하네, 진짜!) 나하고 업무를 함께 하는 현지 여직원 얼굴이 붉은 사자 마냥 화가 난 얼굴로 총총히 사라진다. …
<수필산책 156> 거짓말에 관한 설화[說話] 이병규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옛날, 옛적에 과거 산을 지키는 신이 있었다. 이 과거 신은 신선만이 먹는 '진실' 이라는 열매를 키우고 있었는데 매년, 이 열매를 수확할 때만 되면 두 마리 짐승이 나타나서는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한해 지은 농사를 완전히 망쳐 놓는 것이었다. 한 마리는 '핑계' 라는 놈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변명' 이라는 놈이었다. 이 두 마리 짐승은 날래고 성격이 포악하여 잡아 두는 게 여간 힘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