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산책 > 쓰기의 시대 신정근 / 수필가(한국문협 인니지부 명예회원)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쓰거나 글자를 찍고 있다. 두 개의 엄지손가락 혹은, 검지손가락 하나만을 짧은 순간 빠르게 움직이며 작은 액정화면에 자신만의 생각을 펼친다. 어떤 글은 온전히 자기만의 표현을 문자라는 매체로 구체화하였고, 어떤 글은 단순히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의 평범한 대화의 연속이었다. 그 소소한 시간을 사람들은 ‘쓰기’라는 매체를 통해 소비하고 있었다. 나…
<수필산책 103> 갈등(葛藤)의 꽃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언제부터 두리안 마니아가 되었는지 이달 들어 세 번째로 해발 3,142m 머르바브산 중턱 마글랑의 짠디 물요(candi mulyo) 두리안 마을에 갔다. 이 마을은 두리안으로 유명해서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마을 가는 길에는 두리안보다 마음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길가에서 마주친 화려한 진홍색 등꽃이다. 나는 오감 중에 미각보다 시각에 더 만족을 누리는 한량으로서 풍광이 좋으면 어디든 가는 스스…
< 수필산책 102 > 8분 8초간의 통화 문인기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전혀 들어본 적 없던 단어가 이제는 창을 든 악마 떼 두목이라도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섬뜩하게 재잘거리며 덤벼오는 바이러스들의 상위에서 조종하는 존재의 직위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바이러스에 따라다니며 등장하는 용어가 되었다. 전염병 확산으로 오래 칩거하며 조심하느라 어떤 때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도 잊고 평소처럼 무장을 해제하고 행동할 …
<수필산책 101> 새들의 귀향 하연수 / 수필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감사) 옛 직장 동료 중 한 사람이 삼십여 년 간 인도네시아 삶을 접고 귀국길에 올랐다. 이제 남아있는 옛 동료들은 손꼽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같이 왔던 누군가 하나씩 떠날 때마다 나의 귀향 시간도 점점 임박해 오는 기분이 든다. 새들이 해질녘 강가 둥지를 찾아가듯이 사람들은 익숙한 곳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있는 듯싶다. 그 습성은 남의 나라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생겨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 접하는 …
<수필산책 100> 코코넛 물이 알려준 지혜 오기택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처음 인도네시아에 왔을 때 나는 무척 배탈이 자주 나곤했다. 새로운 나라에서 접하게 된 음식들은 너무나 맛있어 보였다. 그렇게 많은 음식들을 다채롭게 먹다보니 배탈에 자주 걸리곤 했다. 특히 길거리 음식을 자주 사먹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길거리 음식을 사먹으면 다음날 여지없이 장에 탈이 생겼다. 이렇게 자주 배탈이 나다보니 지사제를 자주 먹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이 되자 약의 효력이 잘 듣지 않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현상이…
< 수필산책 96> 3.1절 특집 3.1운동이 맺어준 선린 관계 우병기 / 소설가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당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국가적인 사건이 무엇입니까? 라고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나는주저 없이 1997년 11월 발생한 IMF 외환위기라고 말할 것이다. 통계에 의하면 30대 연령 이상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IMF 외환위기는 당시를 살아가던 모든 국민들 삶에 어떤 식으로든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정부는 낙관적인 …
< 수필산책 91 > 비와 고독 이태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인도네시아의 계절은 두 계절,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 우리네 하계가 인도네시아의 건기, 동계가 우기, 건기의 절정은 7월, 우기의 절정은 1월이다. 이것은 어떤 자료가 아니라 이곳에 사반세기를 살아오며 몸으로 경험하며 얻은 자료다. 1월 중순 어느 날의 늦은 오후, 살라띠가의 일기 중 일 년에 몇 번 있을 여느 날과 다른 기분이 다운되는 날씨다. "비 오려나 보다 빨래 걷어라."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며…
< 수필산책 81> 행복의 균형이 오늘도 무사하기를 한화경 / 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 인도네시아에서 일단 도로에 넘치는 오토바이를 보면 놀란다. 한 도로에 차와 오토바이가 질주하는 광경은 정말 대단하다. 마치 오토바이가 바쁘게 움직이는 개미 떼처럼 보인다.교통체증이 심할 때는 거북이 걸음같은 차 사이를 오토바이는 물속의 자유로운 물고기처럼 헤엄쳐 가는 것 같다. 그럴 때는 오토바이가 부럽고 차는 과연 이 도로를 뚫고 갈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10cm도 안되는 차창 옆을 수십 대의 오토바이가 아슬아…
< 수필산책 71 > 자바에서 또 다시 꿈을 꾸며 이 태 복 / 시인, 한국문협 인니지부 부회장 슬퍼도 울지만 기쁠 때 우는 것도 인간 본연의 마음이다. 슬플 때 우는 눈은 빨갛기에 피눈물이라 하지만 기쁠 때 우는 눈물은 영롱한 이슬처럼 빛이 난다. 이번 두 번째 시집인 ‘자바의 꿈’을 출간한 후 내 자신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고자 조촐한 출판기념회를 준비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주위 분들의 과분한 찬사와 축사, 넘치는 덕담들로 팔자에 없는 복을 누렸다. ‘자바의 꿈&…
< 수필산책 61- 특별기고 > 골목을 걷다 권대근 / 수필가, 평론가(문학박사) 88년 동양문학 등단,대신대학원대학교 문학언어치료학 교수 문화마을이라 했던가. 잊어버린 칠팔십년 대의 기억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든다. 물고기 떼처럼 화살표도 떼로 몰려다닌다. 화살표가 안내하는 대로 태극길을 따라가니 문화의 흔적들이 눈길을 끈다. 80년대와 비교해볼 때 주민이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비어있는 집도 제법 있는데 그 집들에서 주워온 갖가지 폐품으로 벽걸이를 만들어 골목 벽에 한가득 붙인 작품이 앞을 막는다. &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