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을 들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최하진(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설마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나의 중추신경계를 이토록 자극하게 될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한 터였다. 불혹이 넘은 나는 개인적인 삶은 잠시 내려두고 가정에 내 안의 에너지를 쏟고 있었고, 내 이름이 불린 것은 아득히도 먼 시간이 지난 후였으니까.엄마라는 이름으로 지낸 나의 시간도, 나의 땀과 사랑과 열정이 녹아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끔은 나의 이름을 잊기 전에 누군가에게 불리고 싶은 때가 있었다. 그런 나의 바람이 가끔은 내 안 희망의 씨를 틔우는…
<북 리뷰>「화씨 451」, 의미의 발생황영은(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원)레이 브래드비리의 소설 「화씨451」. 불의 온도를 가리키는 말인 것 같았다. 대략적인 줄거리를 보면 책이 사라진 시대 속에서 고뇌하는 이들, 책과 함께 했던 지난 시대를 다시금 복구해 내려는 그들의 어떤 시도를 그려내는 내용이다. 책이란 마음의 양식이며 내면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것. 그 의미와 가치가 상실된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그런 현실을 타개해 보려는 이들의 심리적 변화를 따라가 보는 것 또한 이 소설의 묘미다.주인공 …
[제6회 적도문학상 단편소설 우수상]거대한 질문우지수<경력>-수상:한인니문화연구원 <제11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 단편소설 우수상 2021-번역 출간도서 : 『인간 커뮤니케이션, 비서구적 관점』 김민선 저 / 범기수, 박기순, 우지수 공역, 커뮤니케이션 북스, 2008<당선 소감>이 글을 쓸 때쯤, 살면서 처음으로 ‘배신’이라는 것을 당해보았습니다. 처음엔 화가 나서 ‘처음부터 이럴 의도였을까? 상대방은 내가 속상하다는 것을 알기는 할까?’라는 질문을 반복했고, 결국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곰곰나루 문학특강] 2024년 3-6월(총12주) 강의 안내한국, 미주,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등(한국시간 기준)
42년 만에 온친구의 카톡 편지 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 원장) 내 동기 친구에게 쓰는 편지 내 어린 시절 18살의 기억 속에 그 시간이 있었네. 지금은 아무리 돌아보려고 해도기억이 없네. 날 기억이라도 한련가 ? 나, 이준태 일세! 늘 숨어서 훔쳐보는 것처럼 시인의 글 근황을 지켜보고 있는 평범한 노인 일세! 잘 지내는 모습 부러우이. 건강하시고기억하는 친구 일랑 세월을 보탬주세. 그냥 친구 이름이 보고픈 친구일세. 이준태. 감이 잡히지 않는 카톡 편지가 왔다. 보낸 이의 프로…
와아! 산이 멋지다. 이태복(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시인) 할아버지가 갑자기 몸져 누웠던 밤, 먹구름 속에 천둥치던 우기의 어젯밤이 너무 어두워서 아침을 걱정했었는데 머르바부 산이 멋진 풍경을 선물했다. 연구원에는 시계 같은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신다. 아침 4시면 사원의 아잔 소리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와서 연구원의 모든 창문을 열고 밤새 떨어진 마당의 낙엽을 쓸고 하루를 시작하는 ‘랄’이라는 할아버지다. 값싼 동정심이었나? 오갈 때 없는 불쌍한 할아버지 한 분이 있어서 별 부담 없이 …
훌쩍 떠난 흔적 이태복 (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떠나는 차를 막을 수 없어 손만 흔들고 연구원에 들어선다. 손님 떠난 휑한 연구원에 머르바부 산에 걸린 구름같은 적막이 흐른다. 고도가 낮아지고 항공기 착륙 후에 고막천공이 회복된 듯 그제야 일상의 밤벌레 소리가 요란하다. 별들도 다시 반짝인다. “덜커덩! 콰아앙!” 빨랄 노인네가 잠그는 요란한 쇠 대문 소리가 머라삐 화산 폭발음처럼 커지더니 스러졌고 노인네에게는 주인님의 손님이라 부담이었는지 손님이 떠나자 긴장이 풀린 듯 방에 들어가…
K군에게, 통계에 관한 이야기 이병규(한국문협 인니지부회원) K군! 어제 저녁 자리에서의 토론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통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특히 좋았던 것 같아요. K군이 본인의 키며, 월급 그리고 인도네시아 GDP 대비 주변 현지인들의 임금 격차 등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는 못했지만, 우리가 흔히 겪고 있는 통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 들려드릴 테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한번 들어 보세요. 미국의 North Caroli…
마음 설레는 시작 한화경(문협인니지부 회원) 요즘 나에겐 자꾸 신경 쓰이는 그이가 생겼다.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준 매력적인 그다. 그는 내가 더 잘 해 보이고 싶은 열정을 가지게 해주고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고 있다. 노력하는 만큼 친해지는 그이가 나는 참 좋다.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지만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는 것을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실감하고 있다. 예전부터 악기를 같이 배우자고 권해주던 고마운 동생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둘째 …
사랑의 짧은 언어 이태복(시인, 사산자바문화연구원장) 작은 수의 언어로 사는 게 동물이다. 고양이의 언어는 보통 쓰는 ‘야옹’이라고 내는 소리 외에 위협할 때 내는 ‘쎄에’하는 소리, 끙끙거리는 소리, 사랑의 바디 랭귀지인 발톱으로 긁기와 꾹꾹이 등, 내가 문자로 옮길 수 있는 언어는 많지 않다. 사람이 사용하는 한 단어를 문자로 표현하고 그 소리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데 이것이 발달한 언어가 중국어의 4성이란다. 어제 이른 아침 우리 집 고양이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