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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7,004회 작성일 2021-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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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영화산업 미래와 OTT

배동선 /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1. 개요

인도네시아에서는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사태가 영화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로 인해 가장 큰 변화는 신작영화 개봉 플랫폼으로서의 헤게모니가 전통적 상영관 스크린에서 OTT 서비스로 상당부분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20년에 원래 상영관 개봉을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들이 팬데믹으로 8개월 가량 상영관들이 문을 닫자 상당수가 OTT 직행을 선택한 바 있다. 2020년 10월-11월에 걸져 전국 상영관들이 속속 영업을 재개한 후에도 관객들이 좀처럼 상영관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신작영화들의 OTT 직행은 2021년에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OTT로 직행한 영화들은 2020년의 경우 상영관용으로 제작했다가 어쩔 수 없이 OTT로 간 것이 대부분인 반면, 2021년에는 <결핍의 세계(A World Without)>, <안성맞춤(A Perfect Fit)> 같이 애당초 OTT 직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작영화 헤게모니의 이동은 비단 OTT가 제작비를 투자하느냐, OTT에서 프리미어 스트리밍을 하느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해당 영화의 배급하느냐에서도 볼 수 있다.
 
팬데믹으로 영화제작과 개봉이 크게 떨어졌던 2020년 유통된 영화들은 총 56편으로 이중 47편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의 OTT가 배급했고 OTT에서 개봉된 것은 그중 25편이었다. 한편 2021년에는 12월 초까지 개봉된 총 92편 중 50편에 대해 OTT가 배급권을 가졌고 그 50편 모두 OTT에서 개봉했다.

따라서 상영관 산업과 OTT 서비스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과 기대처럼 관람경험의 차이 때문에 분명 어느 정도 상호보완적 측면이 있을 개연성이 있지만 이러한 유통-개봉상황을 보면 팬데믹 시대라는 특수 환경의 예외적인 상황이라 보기엔 매우 치열한 신작영화 개봉 플랫폼 헤게모니 경쟁이 벌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OTT 직행 등 떠미는 환경
 
1) 관객 측면

<표1. 전체관객 대비 흥행상위 15위 관객수>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인도네시아 로컬영화 관객은 2013년 이후 줄곧 증가 추세에 있다가 2020년 팬데믹을 맞으면서 급전직하했다. 전체관객 대비 흥행상위 15편에 든 관객수 비율이 높은 것은 흥행상위 15편이 나머지 작품들에 비해 월등한 관객 동원력을 보였다는 의미이므로 작품간 퀄리티 격차가 큼을 보여준다.

그러나 2020-2021년에는 팬데믹으로 관객들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작품 상당수가 OTT에서 개봉해 분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상영관 개봉을 강행해도 관객이 들지 않아 제작비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영화제작사들은 대부분 개봉을 무기한 보류하거나 OTT로 직행했다.

극장이 관객들을 불러들이지 못하는 한 제작자들이 상영관을 외면하고 OTT로 직행하는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2) 제작비 조달측면

관광창조경제부와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위원회(BPI)가 함께 2017년부터 시작한 AKATARA 포럼은 영화제작 프로젝트와 투자자를 매칭시켜 주는 거의 유일한 행사로 그간 성공적인 케이스로 <쯔마라 가족(Keluarga Cemara)>, <5월의 27계단(27 Step of May)>, <아레마의 푸른 피(Darah Biru Arema)>, <아레마의 푸른 피 2(Darah Biru Arema 2)>, 다큐멘터리 <풀뿌리의 노래(Nyanyian Akar Rumput)> 등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6월부터 투자자 제휴를 원하는 영화 컨텐츠 프로포절을 받기 시작한 AKATARA 프로그램은 12월이 되도록 이렇다 할 매칭 실적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중에도 다수의 영화제작이 진행되었지만 자금 여력이 크게 위축된 영화제작자들에게 있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해외 OTT는 물론 Vu, iflix, Mola TV 등 아시아 및 로컬 OTT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경쟁은 또 하나의 유력한 제작비 조달창구가 될 수 있다.
 
특히 관광창조경제부, 교육문화연구기술부 등 주무 부처들이 로컬 콘텐츠 스트리밍과 현지 투자를 늘리도록 종용하는 등 인도네시아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요구를 넷플릭스 등이 거부하긴 어렵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뿐 아니라 팬데믹 피해를 입은 로컬 영화종사자들 지원을 위해 50만불(약 5억8,000만원) 기부를 지난 9월 약속했다.

3. 2020년 인도네시아 영화제의 시사점

2021년 11월 10일 열린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1)에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여러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것은 그간 계속된 정부의 영화산업 재건을 위한 적극적 지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여기서 우레가스 바누테자(Wregas Bhanuteja)가 감독한 <복사기(Penyalin Cahaya)>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영상상, 촬영상, 음향상, 음악상, 주제가상, 의상상 등 12개 부문 찌트라상을 휩쓸었다.

캠퍼스 파티에서 필름이 끊긴 주인공 수르(Sur)가 거기서 취한 모습으로 찍은 셀카사진이 유포되면서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받고 장학금을 잃지만 캠퍼스 복사집에서 일하는 어린 시절 친구 아민(Amin)과 함께 그날의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이 영화는 2022년 1월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프리미어 스트리밍된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 차례 상영되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만나지 못한 영화다. 말하자면 거의 아무도 보지 못한 영화인 셈이다. 더욱이 이 영화는 FFI 2021 직전인 10월 28일에 열린 인도네시아 기자영화제(FFWI 2021)에서는 후보로도 언급되지 않았다.

1992년생 젊은 감독인 우레가스 바누테자의 첫 장편영화로 그는 <쁘렌작(Prenjak)>, <옷장(Lemantun)>, <이 도시에 미친 놈은 없다(Tak Ada yang Gila di Kota Ini)>같은 단편영화들을 찍었다.

<그림 1. <복사기> 포스터>

FFI 2021에서 다른 많은 후보작들을 두고 아직 개봉도 하지 않고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 영화에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12개의 트로피를 몰아준 것은 여러 시사점이 있는데 젊은 감독의 미스테리 범죄물이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OTT에서 개봉될 영화가 본상 대부분을 받은 첫 쾌거이며 그것도 넷플릭스 개봉이라는 점이 크다.

애당초 올해 후보작에 포함되기도 어려웠고 영화 소비자들도 아직 모르는 이 영화에 상을 몰아주면서 영화 공급자 차원에서 넷플릭스에 큰 호감을 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1월 인도네시아에 상륙한 넷플릭스가 현지 최대 통신회사 국영텔콤이 부과한 인터넷 서비스 차단이 풀린 게 2020년 7월이었는데 말이다.
 
몇 해 전엔 OTT 오리지널 영화를 상영관에 거는 것에도 반대하고 OTT로 개봉된 영화를 FFI에 노미네이션 하는 것도 크게 선심 쓰듯 하던 현지 영화산업이 이제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OTT 산업을 정규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다.

한편 팬데믹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외국에 자신의 영화를 곧바로 소개할 수 있다는 부분을 중시해 OTT 직행을 결심했다는 우레가스 바누테자 감독의 말에서 이젠 더 이상 등 떠밀려 OTT로 직행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는 OTT의 강점에 젊은 감독과 인도네시아 제작자들이 공감하고 OTT 직행을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 수 있다.

4. 전망

인도네시아는 과거 유선전화가 미처 다 보급되기도 전에 이동통신시대로 곧바로 진입했고 아직도 자체 자동차를 개발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항공기 제작은 우리보다 빨랐던 나라다. 상황에 따라 새로운 것에 잘 적응하고 빨리 보급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에 전국 스크린 3,000개를 목표로 했지만 2,100여 개에 그쳤고 팬데믹에 돌입하면서 스크린 숫자는 답보 상태에 있다. 전 창조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인도네시아에 9,000~1만5,000개 스크린이 적절하다고 했지만 현재의 증가 추세로 보면 그 목표치까지는 십수 년은 족히 걸릴 전망이다.

한편 인도네시아의 핸드폰 보급률과 인터넷 사용율은 90%를 훌쩍 넘은 상태다. 누가 봐도 꼭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상영관보다는 OTT 서비스의 성장가능성이 훨씬 큼을 알 수 있다.
 
비록 영화관람 경험이 서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지만 상영관이 들어오지 않은 지역 사람들이 TV나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지금처럼 스크린 확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영화관람 경험의 차이가 OTT의 성장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느날 인도네시아 일부지역에선 유선전화가 들어오기도 전에 핸드폰을 쓰기 시작한 것처럼 영화관람 방식에 있어 OTT 서비스가 기존의 상영관 산업을 압도하는 상황이 순식간에 찾아오게 될 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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