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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코로나-19 청정국? 웃기지 마라.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작성일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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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코로나-19 청정국? 웃기지 마라.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2020.2.29 자카르타포스트 사설 /아리 헤르마완  
 
솔직히 말해서 인간사에 사사건건 간섭하시는 하나님께서 세상의 국경을 존중하여 당신 나라에 역병이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 기도하면 응답하실 거라 믿는 건 순전히 당신 맘이다.
 
하지만 이건 꼭 말해주고 싶다. 인도네시아가 이미 전세계 50개 이상 나라에 감염을 일으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청정지역이란 건 매우 현실성 없는 주장이다. 현재 정부의 상황통제방식이 투명하지 않다는 부분을 모두들 걱정해야 마땅하다. 인도네시아가 공항과 항만을 통한 입국자 검사, 중국 여행자 입국금지, 바이러스 감염의심자 격리 및 감염여부 확인 등 일단의 검역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대책이 실시되고 있는지, 관료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가 절대로 청정지역일 수는 없다.
 
이건 그저 개인적 회의, 지나친 의심이라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지인 우한이 봉쇄되기 전 우한을 출발해 발리를 다녀간 중국인이 8일 후 코로나 양성으로 확진되었는데 화이난 성에 사는 이 중국인이 우한-발리 직항편을 타고 날아올 때 우한에서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보균자인 상태로 발리 휴양지에 머물렀을 개연성이 크다.
 
이는 공항 검색시스템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반증이다. 물론 보균자가 아무런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면 그걸 정부의 잘못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하지만 이후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거나 거쳐간 최소 세 명의 외국인(일본인 두 명과 뉴질랜드인 한 명)이 나중에 코로나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러니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 인도네시아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최소한 이미 네 번씩이나 걸러지지 않은 채 들어왔던 것이다.
 
이런 사실이 이미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질병은 친척뻘인 사스보다 치명력은 낮지만 매우 전염력이 강한데 인도네시아는 이에 대한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다. 해외에서 최소 11명의 인도네시아인들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현재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이들만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있어 어쩌면 일단의 인도네시아인들이 이 병에 걸리고도 그 증상이 경미해 발견되지 않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2월 26일을 기준해 영국이 7,132건의 검사를 진행해 13명의 감염을 확진한 반면 인도네시아의 유일한 코로나 바이러스 테스트 기관인 발릿방께스(Balitbangkes)는 지금까지 고작 140건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는 정부가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감염병발생 자체보다 정작 감염병 발생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타격과 집단 히스테리를 더욱 우려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보건부장관 뜨라완 아구스 뿌뜨란또가 마스크를 쓰거나 어떤 안전 프로토콜도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 보균자인 중국인이 살고 있다고 알려지 한 자카르타 소재 건물에 들어가던 모습에서도 여실히 읽혔다. 장관은 그 중국인이 단지 목이 좀 쓰릴 뿐이라며 불확실한 정보를 보도하지 말라고 기자들에게 경고했다. 장관은 그런 후 인도네시아가 바이러스 청정국이라 선언했는데 코로나-19 의심 케이스에 대해 대중이 접하는 정보는 매우 제한되고 그 후 발생한 유력한 케이스들도 매체가 스스로 보도를 삼가는 분위기가 되었다.
 
한편 관료들은 수백만 불을 들여 관광산업을 지원하고 해외 SNS 인플루언서들에게 비용을 치르며(약 520만 불) 외국인들을 ‘바이러스 청정국’인 인도네시아로 방문하도록 홍보하는 등 감염병발생에 따른 경제적 타격 축소에 온 힘을 다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문제는 인도네시아가 바이러스 청정국이라는 주장을 많은 이들이 의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실제로 인도네시아 여행객들에게도 여행금지를 걸었다. 사실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전세계인들에게 여행 자제를 당부하는 것이 정상적인 조치다. 따라서 관광활성화를 위한 저런 지출은 낭비에 그칠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중국 여행금지명령만 내린 상태인데 현재의 이런 정책으로는 한국, 이란, 이태리 등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다른 나라들로부터의 전염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관광활성화조치가 국내여행객들을 타겟으로 한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나 우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모두 다 했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다른 나라들은 국민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도시를 봉쇄하고 학교와 놀이공원들을 폐쇄했으며 토요 이슬람기도회와 스포츠 이벤트들을 모두 취소한 바 있다. 우리는 뭘 했는가?
 
이번 감염병 발생으로 경제성장이 0,3 퍼센트 포인트 감소할 것이라 예측되는 가운데 경제보호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올바른 우선순위부터 제대로 설정해야만 할 것이다. 어쩌면 판데믹, 즉 감염병 대유행이 우리 코 앞에 닥쳐와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우한에서 소개한 인도네시아 학생들에 대한 기도 검체 채취 테스트를 정부가 비용상의 이유로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부분도 이해할 수 없다. 한 관료는 이 테스트에 1억 루피아 즉 71,548 달러 어치 시약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는데 정부는 지금 유투버들에게 관광활성화를 위해 수백만 불을 지불하고 있지 않은가?
 
분명히 말하건데 난 보건전문가가 아니어서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시민으로서 난 정부가 이 상황을 다루는 데에 있어 투명성과 진지함의 부재가 무엇보다도 우려된다. 내 주장이 꼭 맞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치료 이전에 철저한 예방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배동선 /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 저자 번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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