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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공포영화 <이낭(Inang)> 리뷰

작성일2023-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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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공포영화 <이낭(Inang)> 리뷰


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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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낭(Inang)>의 영문 제목은 <The Womb>, 한글 제목은 <어미>라고 번역되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임신과 모성애에 관한 이야기다.

인도네시아에서 개봉된 것은 2022 10 13일이지만 내가 이 영화를 알게 것은 그해 6월쯤의 일이다. 이 영화가 7월에 열린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출품작이어서 감독과 주연배우 등이 영화제 참석을 위해 한국에 가는 일정에 잠시 관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인연이라기보다 악연이었으므로 이 영화에 대해서는 실제로 보기 전부터 이미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악연을 굳이 다른 이들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 영화에 대한 얘기만 하기로 하자.

 

<이낭> 2022 11월까지 한 달 가량 스크린에 걸렸고 83만 명 관객이 들어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제작비는 충분히 회수했다. 영화가 썩 나쁘진 않다는 뜻이다.

1979
년생의 파자르 누그로스(Fajar Nugros) 감독이 25살이던 2004년부터 30편 넘는 영화에 감독으로 참여했는데 그중 상당수 영화의 시나리오에도 참여한 저력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영화와 전혀 관계없는 족자의 무함마디야 대학을 나왔지만 대학시절부터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고 졸업 후에는 당대 유명감독인 하눙 브라만티요 감독 밑에서 영화 실무를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감독한 영화들 중엔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4연작으로 만들어진 <요위스 벤(Yowis Ben)> 시리즈가 유명하다. 하지만 <요위스 벤>은 늘 바유 스칵(Bayu Skak)이란 큰 조카 뻘 되는 터울의 감독과 공동작업을 했으므로 이 영화 시리즈가 늘 중박 수준의 흥행을 한 것이 모두 파자르 누그로스 감독 덕이라고 보긴 어렵다.

영화 초반에 묘사되는, 경제적 밑바닥에 사는 도시 서민들의 생활, 슈퍼마켓 카운터 직원으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겪는 이야기, 원치 않은 임신과 책임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쓰레기 남자친구 등의 이야기는 꽤 실감나고, 그래서 몰입감도 살아난다.

하지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시나리오 전개의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줄곧 유지해왔던 긴장감도 확연히 떨어진다.

엉성한 CG와 특수분장으로 완벽하지 못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대신 귀신들이 나오는 장면을 꿈 속으로만 한정한 것은 좋은 판단과 연출이라 보이지만 산토소 부부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어머니에겐 모성을 강조하는 대신 아버지는 이중성격의 사이코패스 킬러처럼 만들어버린 건 좀 아쉬운 대목이다. 이 모든 게 제작비를 아끼다 보니 벌어진 일이라는 걸 자꾸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여주인공 나이실라 미르닷(Naysilla Mirdad)의 미모가 이 영화를 끌고가는 가장 큰 힘이란 것에 공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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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나이실라 미르닷, 디마스 앙가라(Dimas Anggara), 리디아 칸도우(Lydia Kand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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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낭>워카산 수요일 의식(Ritual Rabu Wekasan)’이란 동부자바 전통의 주술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이 주술은 이슬람력 2월에 해당하는 사파르(Safar) 달 마지막 수요일에 수행되는 의식으로, 가장 많은 재난이 일어난다는 그 날에 모든 재앙으로부터 자신 또는 가족들을 보호하는 주술을 뜻한다. 그리고 모든 주술이 그렇듯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영적 존재의 힘을 빌릴 때 누군가의 생명을 제물로 바쳐야 한다.

아무튼 해당 주술을 설명하는 시점에 이미 영화의 시놉시스가 어떻게 될지 대략 드러난다. 원치 않는 임신과 직장상사의 질척거리는 성추행, 밀린 자취방 임대로 등으로 세상 끝으로 내몰린 울란(나이실라 미르닷 분)는 중년의 친절한 산토소 부부에게 아기를 입양시키기로 하고 아기를 낳을 때까지 산토소 부부의 저택에 머물면서 워카산 수요일 의식에 휘말려 제물이 될 위기에 처한다…..는 것이 대략의 전개다.

기본적으로 사르파 달의 마지막 수요일에 태어난 아기가 재난을 피해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마다 같은 날 태어난 아기를 제물로 바쳐야 하는데 설령 제물로 바쳐질 아기를 구해낸다 해도 이젠 그 아기가 커가며 다가오게 될 죽음의 재앙을 피하려면 역시 같은 날 태어난 다른 아기를 찾아 제물로 바쳐야 한다.

결국 이 영화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희생해도 되느냐 하는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을 주기적으로 죽여 한 사람을 살리려 한다면 누구나 그 한 사람이 순리적인 죽음을 맞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만 전쟁터에서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남들을 쉽게 죽이며 이를정당방위또는전쟁행위라고 치부하는 우리들이 함부로 할 얘기는 아닌 듯하다.

인도네시아 무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주술들은 대부분 주술 시전자 당사자의 목숨을 제물로 바쳐야 하지만 두꾼(무당)은 그걸 살짝 비켜가는 기술을 부려 자기 대신 가족이나 친인척, 또는 의뢰인의 가족 중 누군가의 목숨을 대신 제물로 바친다. 그중 유독 어린이나 아기, 심지어 태아를 제물로 바치는 주술들이 많은데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일수록 제물로서의 효능이 더욱 커진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의료지식과 기술이 열악하던 옛날에 태아가 유산되거나 아기가 출산 중 또는 영아시절에 사망하는 일이 많아 이를 누군가의 저주 또는 귀신의 소행으로 치부하려던 마음이 그런 식의 무속으로 정착한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귀신들 중에서도 출산 중 또는 임신 중 죽은 여인의 원혼 꾼띨아낙이나 숲속 높은 야자나무 위에 깃들어 산다는 웨웨곰벨, 해가 저물고도 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산데깔라 같은 귀신들이 넘쳐나고 그런 아기나 어린이들로부터 발생한 뚜율, 시구루룽 같은 귀신들의 이야기가 인도네시아 민간에 많이 떠돌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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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아름다운 여주인공 모습에 위로를 받는다면 이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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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살짝 섬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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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낭> 공식 포스터

 

 

*배동선 작가

- 2018년 ’  ’ 저자

- 2019년 소설 ' 하벨라르' 공동 번역

- 2022 '판데르 침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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