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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소식 제 17 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자 김현숙시인 특집 인터뷰 한인단체∙동호회 편집부 2015-07-2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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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의 가슴 안에 사랑을 들여 놓는 일”
 
지난, 30일, 재외동포문화재단은 제 17회 재외동포문학상(우수상)수상자로 ‘엄마의 뜰’을 응모한 김현숙시인을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본 문학상은 해외 거주 7년 이상 되는 한국인에게 응모 자격이 부여된다.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동포들에게 수상 자체만으로 꿈같은 영광이며 한마당 문학의 큰 잔치마당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수상이 뜻 깊은 점은 수상자로 발표된 김현숙시인이 15, 16회 본 문학상을 수상한 최장오시인의 아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움과 부러움을 받고 있다. 수상작품은 ‘재외동포문학의 창’이라는 단행본으로 별도 발간하여 시중에서 구입 할 수 있다. 우선, 지면으로 수상자와 함께 수상의 기쁨과 함께 시인의 말을 들어보자.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0년대 초 남편 직장을 따라 인도네시아에 이주를 했고, 20여년 이상을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김현숙입니다. 여느 주부들처럼 가족을 뒷바라지하며 지내다 보니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다지 실감은 나지 않습니다.
 
한동안 ‘헤리티지’에 소속되어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에서 영어와 한국어 가이드를 하며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역사에 심취했습니다. 인도네시아를 사랑하는 많은 외국인들과 교류하면서 다른 문화에 대하여 탐구하고 존중하는 그들의 태도가 자연스레 저의 문화와 역사관을 돌아보게 하였죠. 오랜 외국생활을 하고 있는 저에게 큰 교훈과 반성을 하게 해 준 활동이었습니다.
 
수상소식은 정말 뜻밖의 일입니다. 남편이 제 15, 16회 연속 재외동포문학상 시 부문에 수상을 하였습니다. 이에 자극 받아 작년에 응모를 했으나 떨어졌고, 올해는 포기하고 잊어버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강한 권고에 못 이겨 마감 전날 부랴부랴 작품을 응모하였죠. 아무 기대감 없이 지내다가 얼마 전에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수상소식을 이메일로 받았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고 아는 분들의 축하인사도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수상작 ‘엄마의 뜰’에 대해서 시작노트라 할까요, 작품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강원도 화천에서 군인이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두 살 무렵 아버지는 당신의 본가인 충남 당진으로 가족을 데리고 귀향을 하였고, 그때부터 당진은 제 삶이자 놀이의 고향이 되었죠. 어릴 적 경험들이 시의 활용되어지는 측면에서는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이 두 아이의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엄마란 한없이 기대고 또 손 벌려 무언가 얻어오는 대상, 그냥 어린아이가 생각하는 엄마의 의미와 다를 바 없는 존재였습니다. 3년 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엄마도 한 사람의 나약하고 평범한 사람임을 느끼게 됐습니다. 홀로 되신 엄마에게 전보다 더 신경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어렸을 적 엄마의 모습을 떠 올리다 이번 시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시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세상 사람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공간은 꼭 필요하겠죠. 그곳은 물리적인 공간이든 정신적인 공간이든 자기 고유의 세계를 구축하고, 들여다보기도 하고 또 자신을 성찰하는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알뜰히 가꾸던 한옥의 뒤뜰이 6남매의 맏며느리로 시집 온 어머니에게는 그런 의미의 공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장독대를 중심으로 온갖 종류의 꽃들이 넘치고 딸기며 앵두, 포도나무 등이 들어찬 공간이었죠. 저는 그 곳에서 소꿉놀이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저에겐 즐거운 놀이공간이었지만, 어머니에겐 ‘시집살이’이란 낯선 삶의 고통과 고뇌를 꽃과 나무를 심으며 승화시키는, 당신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쓴 시입니다.
 
 
▶시를 쓰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남편은 젊은 시절부터 시를 즐겨 써 왔어요. 시를 써 놓고 낭독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가 제  앞이죠. 저는 문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시보다는 소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쨌든 시가 뭔지도 잘 모르는 저에게 남편이 시를 써서 낭독해 주는 상황은 어색하고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낭독도 모자라 점점 저의 시평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그나마 제 기분이 좋을 때는 엉터리로 느낌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짜증도 부리곤 했어요. 그런 일이 계속 반복 되면서 시와 저와의 간격이 좁아지고, 마치 담장에 이끼가 끼듯 조금씩 시의 매력이 저를 덮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사물이 제 눈에 들어오고, 그때 그들과 관계되는 사물이 제 마음을 흔들더군요. 사람에게만 가졌던 관심이 자연스레 주위 모든 것으로 옮겨지더라고요. 한 마디로 주변의 모든 것에 애정을 가지게 된 거죠. 그 애정 어린 것들이 제 주위에 널려 있으니 저의 삶은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졌다고 할까요?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된 겁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시나, 시인이 있다면 소개 해 주세요.
 
어렸을 때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좋아했어요. 수채화를 보는 듯 맑고 투명한 시어들이 막연하게 가슴을 설레게 했었죠. 요즘은 많은 시를 진지하게 감상하긴 합니다만 특별히 어느 특정 시인의 시가 좋다가 아니라 가슴 속 깊이 메아리치는 시들이 좋습니다. 최근엔 이재무시인의 ‘감나무’와 이태관시인의 ‘강’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미술에 대한 인연도 소개 해 주실까요?
 
인도네시아에 온 초창기에 교민들에 대한 배려로 영사관 2층에 화실을 두고 그림을 그렸던 유화반에서 활동을 했어요. 지금처럼 전시회를 하거나 어떤 대외활동을 할 만한 기반이 갖춰지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 후 아이가 어리고 무엇보다도 영사관을 오가는 거리상의 제약(당시엔 자카르타에서 왕복4시간 걸리는 까라왕이라는 곳에서 살았음)으로 활동을 계속하기가 어려웠어요. 아직까지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미술은 다시 꼭 해 보고픈 영역입니다.
 
자카르타에 살게 된 배경과 남편분인 최장오 시인도 15, 16회 연속 수상하였습니다. 생활과 시 쓰기 속에서의 부부의 삶의 모습을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생활 속의 에피소드도 좋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시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시절부터 남편의 시에 대한 열정으로 저까지 서서히 시의 매력에 빠져들기까지는 참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제가 시를 써보니 혼자 시를 쓰는 건 외로운 일임을 느끼게 됐어요. 특히 독자가 없는 시 쓰기는 시인의 가슴에 아무리 시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비우기’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깨끗이 비워내야 또 가득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시인에겐 독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보다 시의 영역으로 한창 선배인 남편이 독자이니 저는 더없이 행운인 셈이죠. 이제야 이런 후회가 됩니다. 나는 왜 진작 남편의 친절한 독자가 되지 못했었나?
 
부부가 나이 들어가면서 대화의 소재는 점점 줄어듭니다. 의견충돌을 보이던 아이들의 교육문제도 이제는 아이들이 품을 떠나면서 자연스레 뜸해지고,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에 대한 대화도 그분들이 세상을 떠나면 또한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는 중에 생활 속 얘기가 아닌 시에 대한 창작의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서로 간에 큰 공감을 갖게 하면서 신뢰감까지 보너스로 얻어지는 일 같습니다. 끊이지 않는 창작의 이야기는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 줄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보니 스트레스 없이 오랜 시간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배우자로서의 애정이 아닌, 같은 길을 가는 사람으로서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고 할까요? 이렇듯 저희 부부에게 있어 시는 ‘인생의 새로운 연결고리’라고 생각합니다.
 
 
▶삶속에서, 특히 외국에서 살면서 글쓰기나 예술적 창작활동이 삶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요? 그리고 글쓰기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사람의 가슴 안에 사랑을 들여 놓는 일입니다. 글 쓰는 이의 습작노트에 들어 있는 모든 것들은 그의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글 쓰는 이의 가슴 속은 늘 관심과 애정의 대상들로 채워지고 비워지기를 수없이 반복합니다. 그 ‘채움’과 ‘비움’속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위로하게 되고 반성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덤으로 얻어지는 가슴 벅참과 행복감은 삶을 풍요롭게 하니, 글쓰기보다 더 좋은 일은 없는 듯합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말씀 해 주세요.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시에 대한 공부와 시작에 더 전념할 생각입니다. 훗날 더욱 깊어지고 곰삭은 시들이 모아지면 남편과 함께 부부시집을 내고 싶은 게 꿈입니다.
 
 
긴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인터뷰 내내 삶을 대하는 시인의 진솔한 이야기에 절로 숙연해 지면서, 문득 필자를 시의 길로 인도한 박윤배시인의 ‘버들피리’ 한 구절이 오래 되새김 된다.
 
 
누군가 쓴 시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은
마음에 닿는 입김으로 소리를 닦는 일
진정 그건 사랑하는 일
 
 
취재 및 정리: 김주명(시인, 롬복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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