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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소식 매일경제 , 동서발전 직원 현지 사망사건 유가족 단독인터뷰 한인뉴스 편집부 2019-02-1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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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A(54)씨가 숨진 채 발견된 남(南)칼리만탄 주 타발롱 군(郡) 무룽 푸닥 지역의 주택(트리뷴뉴스 홈페이지 캡처)

"아버지 시신 곳곳에 흉기자국…印尼 경찰은 기다리란 말 뿐"
"외교부 공조수사 늑장대응 현지경찰 수사방식 못믿어"
정부 측 "최선 다해 돕는 중"

"아버지 시신에 흉기에 찔린 자국이 많은데, 사망 원인을 아직도 모릅니다. 인도네시아 경찰과 외교부는 기다리란 말뿐이에요."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오혜인 씨(27•가명)는 지난달 21일 아버지가 인도네시아 오지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 한국동서발전 직원으로 인도네시아 남칼리만탄주 발전소에 파견 나갔던 아버지 오승민 씨(54•가명)는 전선에 목이 매달려 숨진 상태로 자택 욕실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의 복부와 팔에는 여러 차례 흉기에 그어지고 찔린 흔적이 있었다.
 
현지 경찰이 타살 가능성을 고려한 이유다. 하지만 시신이 발견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유족들은 현지 경찰과 외교부, 동서발전이 "기다리라"는 원론적 답변만 한다고 가슴을 쳤다. 장례를 못 치르고 타지에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유족 중 잠시 귀국한 두 딸들을 최근 만났다. 
 
사망 소식을 접하고 인도네시아로 날아간 유족들은 먼저 열악한 현지 상황에 할 말을 잃었다. 막내 딸 오유선 씨(26•가명)는 "현지 기후가 덥고 습한데 사건 발생 후 사흘 넘도록 시신을 보관할 냉동시설을 구하지 못해 (시신이) 많이 부패됐다"고 울먹였다. 사건 현장 보존이 미흡했다고도 주장했다. 유선 씨는 "현장에 피 묻은 발자국도 있는데 경찰이 신발을 그대로 신고 현장을 돌아다녀 놀랐다"며 "장갑과 마스크만 꼈을 뿐 신발 감싸개, 모자 등 최소한의 현장 감식 복장도 갖추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유족 측은 인도네시아 경찰을 믿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혜인 씨는 "사건 발생 후 열흘이 지나서야 경찰이 증거물 감식에 들어간 것 같다"며 "지난달 31일 경찰 측에 증거물 감식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확인해보겠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은데 현지 경찰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부검 결과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만을 알려준 상태다. 
 
참다 못한 유족들은 직접 피가 흥건한 사건 현장 사진을 보며 의문점을 14가지로 정리해 공식 문서를 작성한 후 현지 경찰에 전달했다. 문서에는 `안방에 핏자국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발자국 3개가 고인의 발 사이즈보다 작은데 누구 것인지` `뒷문이 열려 있었고, 비가 자주 내려 흔적이 사라질 수도 있는데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다고 단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 적혀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측은 "현지 경찰이 타살과 자살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선을 다해 수사 중이며 아직 결론을 내린 게 아니라 정확한 답변이 어렵다고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외교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도 하소연했다. 유선 씨는 "인도네시아 측에 공조수사를 요청하는 것도 우리가 먼저 기사를 보고 이런 게 있다는데 해주면 안 되냐고 했다"며 "무엇을 말하기 전에 외교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현지 경찰청은 외교부의 공조수사 요청을 거절했다. 이후 지난 12일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가 인도네시아 경찰청장을 만나 공조수사를 재차 요청했지만 또다시 거부당한 상태다.
 
다만 면담 당시 경찰청장은 한국 경찰이 현장을 방문해 수사 고문 정도는 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 대사관은 통역을 지원하고, 경찰과 유족의 소통을 담당하는 등 최선을 다해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조금 더 적극 대응해달라고 호소했다. 혜인 씨는 "아버지와 팔짱을 끼고 결혼식장에 입장할 날을 상상할 수 없게 됐다"며 "아버지가 외로운 타지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했는데 제발 정부가 적극 도와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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