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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149) 자가격리 14일의 기록과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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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2건 조회 9,769회 작성일 2020-07-30 09:07

본문

자가격리 14일의 기록과 단상들
 
이혜자 / 푸드 코디네이터
 
 
인천공항 아침 7시 도착, 텅 빈 활주로와 텅 빈 공항, 위생복을 입은 수 많은 군인들. 코로나가 바꾼 풍경은 우리가 지금 팬데믹의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입국장에서는 군인들이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의 검역과 핸드폰에 자가격리 앱을 설치 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건강검진표와 앱을 확인하면 입국심사가 통과된다. 방역 택시를 타고 지역보건소로 이동. 긴 면봉 같은 것으로 입안과 코안 점막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보건소에서 대형쓰레기봉투와 마스크, 소독제를 나누어 주었다. 다음날 나온다는 검사 결과가 오후가 되어 '음성'으로 판정되었다고 문자가 왔고 담당 공무원의 전화도 받았다. 자가격리 동안 중요한 일정은 매일 낮12시를 기준으로 오전, 오후 하루에 두 번 체온과 건강 상태를 확인해서 앱에 올리는 일이다.
 
공항입국장에서 검역에 도움을 주는 군인과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사진=이혜자 ) 
 
보건소에서 보내준 코로나19 검사결과 문자 (사진=이혜자 ) 
 
 
이제 2주간의 자가격리가 시작되었다. '자가격리'란 정해진 공간을 벗어나지 않고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길러야겠다.
 
 
#Day 1
잠시 멈춘 일상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Day 2
자가격리 기간 동안 그동안 바쁘게 지냈던 나를 잘 쉬게 해주기로 했다. 
삶의 속도를 유지하고 일상에서의 루틴을 지키는 일은 일상을 지탱하는 힘을 준다.
 
#Day 3
교보에서 주문한 책들이 도착했다. 책을 읽고 차 한 잔을 마시면서 공부하고 음악을 듣는 시간은 온전히 내 세상 같았다.
 
#Day 4
매일 조금씩 운동을 하려고 한다. 몸의 움직임은 갇혀 있는 감정과 긴장을 해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의식적 움직임'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얻는다.
 
#Day 5
남편과 떨어져 있는 동안 최대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주방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혼자 있지만, 정성껏 음식을 준비한다. 매일 올바른 것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Day 6
“힘들어” 말하려다 조금 더 신중하게 쓰고 싶었다. 정말로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Week 1
자가격리 1주 차가 되면서 '코로나블루'라는 우울감이 찾아왔다. 단조로운 일상과 수백 명씩 늘어나는 자카르타의 확진자 수와 그곳에 혼자 남겨진 남편 생각에 마음이 아파졌다. "당신 생각은 어때?" "행복해?" 매일 물어보던 남편의 물음들이 오늘 몹시도 그리웠다. 마음으로 기도하는 밤이다.
 
#Day 8
날씨가 흐리고 몸도 무겁다. 오늘도 창밖을 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마음은 안 그런데 몸이 그런지, 최강의 달콤한 맛이 필요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다 먹고 나니 기분도 다시 좋아지고 마음도 너그러워지는 기분이다.
 
#Day 9
이제는 이 집의 공간과 여름과 친구가 되었다. 지금은 집의 배려를 받는 시간.
 "바람이 솔솔 불어와요".
 
#Day 10
새벽2시, 오후에 마신 커피 때문인지 잠이 안 온다. 굳이 자려고 애쓰지 않는다. 스탠드 등을 켜고 책을 읽는다. 내일도 온전한 나만의 하루가 기다리고 있으니.
 
#Day 11
딸과 통화를 하다. "엄마 이제 며칠 남지 않았어요. 금방 시간이 다 지나갔네", 딸의 시간은 또 다르게 흘러가나 보다.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날.
 
#Day 12
따뜻한 차 한잔이면 되었다. 나를 위로하는 일에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한 게 아니라고 느꼈다.
 
      (사진=이혜자)
 
#Day 13
깜빡깜빡하다가 꾸벅 꾸벅하다가 하루가 다 간 날. 별 볼 일 없는 일들로 가득한 오늘 하루의 마무리는 밤하늘 별 보기.
 
#Day 14
반가운 여름비가 내린다. 창문 밖에 여름이 있다. 내일이면 자가격리도 끝이다.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다. 평온한 밤이다.
 
               (사진=이혜자)
 
안전하고 안락했으나 조금은 외롭고 지루했던 자가격리를 끝내고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희생과 수고로 나의 평범한 일상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 수많은 미래학자는 코로나가 인류 문명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하고, 다시 일상의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기로에 서 있다.
 
 
"의료진 덕분에 ,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
 
"힘차게 코로나를 극복하고 세계가 더 건강해지고 환해지기를 응원합니다 "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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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kim님의 댓글

suekim 작성일

이혜자 선생님, 14일간의 자가격리 무사히 마치신 걸 축하드립니다. 저는 8월 9일 저녁비행기로 자카르타에서 한국으로 가려고하는데요 선생님의 경우 공항가시기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셨는지요? 티켓팅을 하려니 코로나검사를 pesan하라는 게 뜨네요. 그리고 한국에 도착하셔서 다른 식구들이 있는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셨는지 아니면  다른 숙박시설을 사용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막상 가려고하니 여러가지 힘드네요..답변 부탁드려요. 정보가 너무 필요합니다...꼬옥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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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님의 댓글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

이혜자 선생님이 주신 답변 전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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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의 하신 내용에 대한 답 올려 드립니다.
#1/제가 자카르타 에서  한국 들어갈때는 코로나 검사는 하지 않았고  기내에서 건강검진표만 작성해서 입국시 제출 했습니다
#한국 입국시 코로나 음성확인서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4개국  외국인에 한해서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2 저는 딸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에서 자가격리 했어요.
#동거인이 있을경우에는 식사는 가급적  따로하고 대화시에는 2m 간격을 두고 마스크를 쓰고 대화합니다. 음식쓰레기및  본인 쓰레기는 보건소에서  나눠준 대형쓰레기 봉투에  모아 두었다가 자가격리가 끝나고 구청 청소과에서 연락이  오면  배출합니다. 동거인과 함께  할 경우  자가격리가 끝나면 다음과 같은 문자가 옵니다.
[Web발신]
※ 아래 대상자분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
안녕하십니까. 성북구보건소입니다.
"만65세 이상, 확진환자의 동거인, 의료기관 종사자(의사, 간호사, 조무사, 간병인 등), 학생 및 교직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사회복지사 및 직원), 사회시설 입소자"
위 분들은 자가격리 해제전에 검사가 필요합니다.
대상자분들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되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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