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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꾼 성석제, 이번엔 지독한 사랑노래다 문화∙스포츠 편집부 2012-12-1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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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만 바라보는 남자
장편 <단 한번의 연애>출간
 
50대 접어든 두 남녀의 현재
산업·민주화 현대사와 맞물려
 
여성 없었다면 난 존재하지않아
꽃다발 바치는 심정으로 썼죠
 
그가 사랑이야기를 썼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유쾌한 입담은 잠시 젖혀뒀다. 평생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남자의 순정을 ‘징한 사랑 노래’로 담았다. 한국 문단의 재담꾼 성석제(52)가 쓴 첫 연애소설 『단 한번의 연애』(휴먼앤북스)다.
 
 주인공은 해녀의 아들인 이세길이다. 경북 포항 구룡포에 살던 소년은 여덟 살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벼락을 맞는다. 고래잡이의 딸 박민현에게 홀딱 반해 해바라기처럼 평생 민현의 곁을 맴돈다. 성석제의 표현을 빌자면 ‘살아 있는 열부(烈夫)’다.
 
 민현은 끊임없이 떠난다. 그런 민현을 세길은 망연히 바라본다. 그럼에도 마치 요요처럼 민현의 손짓 하나에 세길은 늘 다시 딸려온다.
 
 “한 명의 배우자, 한 명의 상대만을 사랑하는 것은 여성에게 강요된 덕목이었죠. 하지만 그런 사랑의 감정은 남녀 모두 가능해요. 세길에게 민현은 첫 경험이죠. 손을 잡고입을 맞추고 모든 게 다. 어쩌면 그 강렬한 느낌에 평생 사로잡혀 있는 거고, 평생 소년을 버리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이기도 하고.”
 
 사랑의 마음은 넘치고 넘치지만 ‘운명의 여인’ 민현은 세길에겐 벅찬 상대다. 민현은 타고난 지성과 미모를 발판 삼아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등 각종 굴레를 씌우는 세상에 맞선다. 모든 남성을 무장해제시키는 ‘마성(魔性)’의 매력은 민현의 무기지만 질시와 비난을 부르는 자석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길의 마음은 변치 않는다. 오히려 화자인 세길의 입을 통해 그려지는 민현은 현실에 존재할까 싶은 완벽한 여성 그 자체다.
 
 “민현의 모습이나 이야기는 어찌 보면 세길이 꿈꾸는 모습일지도 몰라요. 민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소설 속 민현은 깨지지 않은 민현에 대한 세길의 환상일 수도 있어요.”
 
 그러면서 작가는 “민현의 속은 나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그리곤 한마디를 덧붙인다. “왜 여자들은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걸까요. 정말 모르겠어요”라고. 그는 이 작품을 쓰기 전 한 인터뷰에서 “여성에게 꽃다발을 바치고 싶은 마음에 쓰는 작품”이라고 밝혔었다.
 
 “여성이 없었다면 (나는) 지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계속 그 은혜를 입고 있는 데 그걸 잊고 사는 것 같아 여성에 대해 써보고 싶었어요. 그래도 자신이 없어서 못했는데 이번에는 안 쓰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죠. 감정이 스러져 가버릴 수 있어서요.”
 
 소설은 50대에 접어들어 한 공간에 마주 앉게 된 두 사람의 현재가 가로축을, 이들의 첫 만남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이 세로축을 이루며 촘촘히 직조된다. 그 세로축에는 1970년대 포항제철 건설과 80년대 민주화운동, 97년 외환위기 등 한국의 근·현대사가 두 사람의 궤적과 맞물린다.
 
 “두 사람의 연애담은 결국 성장기에요. 시대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생각하더라도 개인은 자신의 어딘가에 역사의 물감을 묻히고 있죠. 시대와 개인이 서로 주고 받는 거죠.”
 
 이 사랑 이야기 속에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걱정과 근심이 배어 나온다. 민현의 입을통해서다.
 
 “오늘날은 1대99의 사회에요. 탐욕에 중독돼 마비된 상태죠. 모두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죠. 그럼에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건 어디선가 생명을 살리려는 존재가 있어서겠죠.”
 
 그래서 고래잡이의 딸은 약자를 위해 정치와 경제계 거물(Big Fish)의 뒷거래를 캐는 컨설턴트로 세계를 누비며 ‘사악한 고래를 잡는’ 고래잡이가 된다. “민현의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래를 잡았죠. 그렇지만 민현은 세상의 악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모성을 발휘해 사악한 자본 등에 맞서요.”
 
세상과의 전쟁을 위해 민현은 다시 떠난다. 언제나처럼 세길은 그녀를 배웅한다. 다시 돌아올 것을 믿는 사랑, 이 징한 사랑 노래는 진행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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